한무영 교수(서울대 시스템공학부/본지 편집위원)



물공급 시스템 안정화·효율화 이룰 정책방안 마련 시급 


“빗물은 그 자체가 아주 깨끗하고 순수한 물…지붕면만 잘 관리하면 처리 약품이나 동력, 운반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깨끗한 물을 만들어 쓸 수 있어”


   
▲ 한무영 교수
상수도 공급 시스템은 자연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슈퍼태풍, 홍수, 가뭄 발생 등 자연적인 변화들은 생태계 파괴, 산불, 사막화, 질병을 야기시키고, 강우패턴에 변화를 줌으로써 안정적인 상수도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인류생존의 전제조건이 되는 물공급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물공급 안전성 문제

그 예로 198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설치, 1992년 ‘기후변화 협약(UNFCCC)’, 200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관한 ‘교토의정서’, 2007년 제1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지구온난화 문제와 관련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엘고어와 IPCC 등 당면 문제로 기후변화 문제를 인식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연적인 기후변화, 강우패턴 변화와 함께 도시화에 따른 인구증가 및 집중현상에 의한 수원 확보, 비용문제, 지역사회 반발 등 사회적 요인도 상수도 공급 시스템의 안전성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다.

또한 국제 유가상승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 증가, 설비 노후화로 미량의 오염물질이 포함된 물이 공급되는 등 상수도 공급 시스템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상수도 공급을 위한 다양한 물공급 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물공급 시스템별 특징과 경제성

댐에서 취수장, 정수장, 배수지를 거쳐 배수관망을 통해 물탱크로 이어지는 집중형 상수도 시스템은 댐이나 정수처리장, 관로 등을 건설하는 비용과 함께 수송비, 처리비 등 유지비가 많이 든다는 문제점이 있다. 시설소유권 분쟁의 소지가 있어 신뢰성은 중간정도 수준이다.

반면, 빗물 이용 시스템은 빗물 저장탱크 건설비 투자 후 별도의 수송비나 처리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소유권 분쟁이 없고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이 크다. 집수면에 모아진 빗물이 전처리 시설을 거쳐 바로 저장조에 모아진 후 공급시설을 통해 화장실, 정원, 청소, 소방용수 등으로 사용되고 지표면으로 스며든 빗물은 다시 용수로 사용되는 등 경제성이 우수하다. 

   
▲ 집중형 상수도 시스템
중수도는 중수처리 시설 건설과 수송비, 처리비에 많은 비용이 들지만 소유권 분쟁이 없고 해수담수화 방안은 해수 취수설비, 여과수조, 처리수조 등 건설비 투입 규모가 크고 유지비도 많이 들지만 소유권 분쟁이 없다.

중수도와 해수담수화 방안 모두 신뢰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이밖에 건물 내 정수처리 방안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댐, 처리장, 관로, 정수기, 냉온수기 등 시설비용도 많이 들지만 수송비, 처리비, 관리비 등 유지비 규모 또한 상당하다. 음용수와 음용수 외 생활용수를 구분해서 공급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신뢰도는 높지만 소유권 분쟁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물공급 방안 중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상수도 공급 시스템은 빗물 이용 시스템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사용수질에 따른 물공급 방안을 비교해보면 각각의 장단점이 다르게 나타난다.

모든 용도의 용수를 상수도로 공급하는 1라인 공급의 경우 에너지 소비가 많고, 상수처리비용은 높은 데 비해 이수안전도, 물 자급률은 낮지만 설비·배관비, 유지관리비가 적게 들고 시스템 경험이 많다는 장점을 가진다.

세면이나 세탁용수는 상수로 공급하고 화장실이나 청소용수 등은 빗물이나 중수로 공급하는 2라인 공급은 에너지 소비, 상수처리 비용이 적고 물 자급률이 높고 이수 안전도가 크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설비·배관비와 유지관리비가 다소 들어가고 시스템 경험이 적다는 단점이 있다.

음용수, 상수, 빗물·중수가 따로 공급되는 3라인 시스템은 에너지 소비는 1라인과 2라인의 중간 수준이지만 이수안전도, 물 자급률이 높고 상수처리 비용이 적어 경제적이라 할 수 있다. 시스템 경험이 적고, 설비·배관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은 있지만 유지관리비가 크게 소모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는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빗물 이용시설 사례

경제성이 우수하고 자연친화적인 빗물 공급 시스템을 도입한 사례로 서울대학교 기숙사를 들 수 있다. 서울대 기숙사의 빗물 이용시설은 2003년 11월 완공되어 2004년 4월부터 가동되었다. 시설 규모를 보면 집수면은 지붕 면적 2천98㎡, 빗물 저장조 용량 200톤, 체류시간 20일, 빗물 사용량 하루 6톤이며, 화장실 및 조경용수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빗물 총 사용량은 21개월 간 2천630톤으로 상수 대체율이 62.3%로 나타났다.

   
▲ 빗물 이용 시스템
계절적인 특성에 따라 송홧가루, 황사, 분진이 유입되지만 자연 침전되므로 모은 빗물상태에서 10.6∼207 NTU 수준이었던 탁도가 저장된 빗물에서는 1.29∼2.35 NTU로 양호하다. pH 수치도 모은 빗물은 pH 6.5∼9.0, 저장빗물은 pH 6.8∼8.4로 음용수 기준수치 pH 5.8∼8.5에 적합하게 조사됐으며, 저장조 내 빗물 중금속 농도 역시 자연침전에 의해 제거됨으로써 음용수 수질기준에 만족하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스타시티에 건립된 빗물 이용시설도 2개월간 총 빗물 사용량이 3천774㎥로 총 사용량의 25%는 화장실 용수, 75%는 조경용수로 사용되었다. 탁도 2 NTU 이하, pH 6∼8.4로 우수한 수질을 나타냈다.

선진국의 물관리 방향

선진국의 물관리 시스템이 다변화되고 있다.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집중형 시스템 대신 분산형 물공급 시스템을 도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0월 미 하원 의회에 지속가능한 물공급 시스템 도입에 대한 내용을 제출하고 분산형 물공급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공모 중이다.

유럽은 집중형 시스템이 유발할 수 있는 각종 위험을 피하기 위해 빗물, 지하수 이용 등 수원을 다양화하고 있으며, 일본도 아직 정책에 채택이 된 것은 아니지만 수원의 다변화, 빗물 이용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물공급 시스템의 안정화와 효율화를 이룰 수 있는 정책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즉, 물의 사용용도 및 이에 따른 요구 수질기준 마련, 물의 용도별 수질기준에 따른 공급체계 구축, 수질에 따른 물값 차등화 정책, 수원의 다변화를 통한 물공급 안전도 증진 등 이용 용도에 맞는 수질목표 체계를 도입하고 집중형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분산형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 상수도공급 위한 빗물 역할

지속가능한 에너지, 위생, 안전한 식수공급 확보 등을 목표로 하는 MDG(Millennium Development Goals) 달성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물부족을 겪는 세계인구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상수도 분야의 국제적인 협력강화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 서울대 기숙사 빗물 이용 시스템
이에 열악한 자연환경을 극복한 사례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저비용 저에너지 물관리 기술을 보급해 해결방안을 공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국내 봉사자들이 반다아체에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물탱크를 제작해 준 사례만 하더라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시급한 물부족 사태를 일부라도 해소할 수 있었던 효율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다.

한꺼번에 대형시설이 들어가지 않고, 비용이나 기술적 의존 없이, 시설비나 유지관리비가 적게 들고 지역주민 스스로 물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빗물 모으기는 훌륭한 대안이다.

빗물은 그 자체가 아주 깨끗하고 순수한 물이기 때문에 지붕면만 잘 관리한다면, 처리하는데 별도의 약품이나 동력, 운반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깨끗한 물을 만들어 쓸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법인 것이다.

북한도 1980년대 이후 경제 불황, 산업화, 도시화, 삼림벌채 증대, 자금, 전력, 수자원 부족으로 물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지역이다. 개발도상국이 가지는 상하수도 시설 부족과 관리, 보수의 어려움에 체제가 갖는 구조적인 결함으로 인해 물공급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국내 봉사자들이 반다아체에 설치한 빗물 저장 물탱크.
더욱이 경제난으로 사회기반시설 투자 및 운영에 어려움이 크고, 폐쇄적인 북한의 상황 하에서 물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 관리 방안이 도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저에너지, 저비용의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기술이라 할 수 있는 빗물 이용시설의 설치가 가장 적합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빗물 이용은 지속가능한 상수도 공급을 위한 효율적인 방안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만을 고려할 경우 그 필요성이 크지는 않으나 향후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북한, 동남아, 아프리카 등 전세계 65억 인구를 고려한다면 지속가능한 상수도 공급 방안으로 빗물이용의 기술적이고 정책적인 발전 노력이 바람직하다.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