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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 대한민국의 대응 방안과 국제사회의 역할
2021년 11월 01일 (월) 09:49:55 워터저널 webmaster@waterjournal.co.kr

 특집  기후변화 대응 위한 한국의 국제 리더십
 

“기후위기에 전 세계 전면적·즉각적 대응 시급”

산업혁명 이후 2050년까지 지구 온도 1.5℃ 상승 막기 위해 ‘탄소중립’ 필수
전 세계가 매년 7%씩 온실가스 배출 감축 필요…개도국 ODA 확대해야

 

[기조연설] 대한민국의 대응 방안과 국제사회의 역할

   
▲ 반 기 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의장
제8대 국제연합(UN) 사무총장
인류는 산업화 이후 눈부신 경제성장과 기술진보를 이룩했지만 이 과정에서 환경파괴와 지구온난화, 그리고 이로 인한 기후변화를 초래했다. 인간의 행동이 기후변화를 초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지구생태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 중 하나가 지구의 지질학적 변화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1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지질시대인 ‘홀로세(Holocene Epoch)’가 끝나고,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Anthropocene)’가 도래했다고 주장한다. 인류세는 지구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이 자연의 거대한 힘과 겨룰 정도가 되는 시대를 의미한다.

또 향후 100년 내에 제6차 대멸종이 도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인류 현존 역사 상 다섯 번에 걸친 대멸종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종의 약 70〜80%가 멸종했다. 과학자들은 6차 대멸종이 일어나면 인류를 포함해 현존하는 종의 70%가량이 멸종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것이 예상에 그치지 않고 실제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기후변화 위협 다방면에서 나날이 커져

기후변화는 장기적이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변화뿐만 아니라 당장 수많은 기후이변을 초래하고 있다. 올해 여름 독일, 벨기에 등 서유럽에서는 1천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대홍수가 발생했고, 미국 서부와 호주에서는 전례에 보기 드문 대형산불이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었다.

더욱 경악할 만한 사실은 세계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알려진 러시아 베르호얀스크(Verkhoyansk)의 올해 7월 기온이 48℃까지 올랐다는 점이다. 이 지역은 겨울철 평균 기온이 영하 45℃에 달하는 극지방이다. 가장 추웠던 1968년 겨울 기온(영하 65℃)과 비교하면 110℃ 이상이 오른 것이다. 이처럼 ‘지구온난화 파국’ 시점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으며, 세계는 앞으로 상상하지 못했던 기후 재앙에 더 자주 직면할 것이다.

기후변화는 또한 ‘코로나19’와 같은 예기치 못한 재앙도 초래했다. 인간이 동물 생태계와 산림을 마구잡이로 파괴해 갈 곳이 없어진 동물이 자연히 사람과 가까워졌고, 이로 인해 인수공통감염병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03년 사스(SARS), 2012년 메르스(MERS), 2014년 에볼라(Ebola), 2020년 ‘코로나19(COVID-19)’와 같은 전염병은 결국 인류가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며, 그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 ‘지구온난화 파국’ 시점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으며, 세계는 앞으로 혹서, 혹한, 태풍, 허리케인 등 상상하지 못했던 기후 재앙에 더 자주 직면할 것이다. 사진은 올 여름 1천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대홍수가 발생한 독일 쾰른의 에르프트슈타트(Erftstadt) 마을. [사진출처 = 세계기상기구]

우리나라, 세계 열네 번째로 탄소중립 법제화

기후변화는 이처럼 다방면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더 암울한 사실은 기후변화의 근본 원인인 지구온난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세계 각 나라는 2021년부터 적용되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체결, “지구 평균 온도를 2℃ 이내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그런데 지난 8월 IPCC가 발간한 6차 평가보고서의 제1차 실무그룹보고서에 따르면, 1850년부터 현재까지 지구 온도는 이미 1.1℃나 상승해 2050년까지 0.4℃ 이상 상승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대두된 것이 ‘2050년 탄소중립’이다. 그리고 IPCC에 따르면, 1.5℃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중간 단계인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하지 못하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란 역부족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공식 선언했고, 지난 9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세계에서 열네 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소위 ‘기후악당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목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반기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의장이 지난 9월 28일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한국의 글로벌 리더십 세미나’에서 ‘대한민국의 대응 방안과 국제사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30 NDC, 향후 챌린지 방식으로 상향 필요

하지만 최근 국회가 제안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18년 대비 35% 감축을 목표치의 하한선으로 제안했는데, 이는 유럽연합,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2030년 NDC가 ‘2050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간 경로인 만큼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충분히 줄이지 못하면 2050 탄소중립은 헛구호에 불과하다. 정부가 현재 최종 수립 단계에 있는 NDC를 최소 40%대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NDC 목표는 향후 챌린지 방식으로 점점 상향시킬 필요가 있다.

‘2050 탄소중립’ 실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평균적으로 계산해 봐도 향후 30년 동안 전 세계가 매년 7%씩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앞으로 30년 동안 어떤 변화와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따라서 탄소중립이라는 미증유의 대전환을 감당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과 굳센 의지가 필요하다.

나아가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의 글로벌 리더(Leader)가 되려면 우리나라 탄소중립만 잘 하려고 하는 것보다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탄소중립은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동참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해 선진국과 개도국이 같이 가야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정부가 이끌고 기업이 따르는 형태로 가야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못지않게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가 정책을 세우면 기업이 따라야 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재직 시절, 탄소중립을 위해 기업인들을 많이 만났다. 대부분의 실무자가 비현실적이라고 얘기할 때 먼저 실행에 옮긴 곳이 포스코(POSCO)였다.

포스코는 수소환원 제철 공정을 상용화해 2040년까지 연간 200만 톤의 그린 수소를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후 SK그룹 8개사가 ‘RE100(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에 가입했고,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RE100에 동참하고 있다. 결국, 여러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정부지만 기업이 같이 따라줄 때 효과가 있다.
공기업으로 ‘RE100’에 최초로 가입한 K-water 또한 물 분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ESG 경영 선포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물위원회(AWC)라는 국제 협력 플랫폼을 설립하고 아시아국제물주간을 개최해 물 및 기후변화 관련 국제 의제를 이끌며 기술·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 우리나라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공식 선언했다. 사진은 대통령 주재로 지난 2020년 11월 27일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 모습. [사진출처 = 청와대]

ESG 경영 대두됨에 따라 탄소중립 전망 밝아

최근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 인류와 지구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제품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소비자가 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념이 기업 경영이념의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탄소중립의 앞날은 더 밝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위기는 인류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이며 지구의 실존과 직결된 문제다. 유엔(UN)은 “올해 4월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즉시 대응에 나서야 한다”면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도 기후위기 대응에 즉시, 전면적으로 나서야 하고 전 인류적 대응 차원에서도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현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도적적 책임과 정부의 정치적인 책임이 필요한 때다. 지금 우리의 자손과 지구,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탄소중립(Net-zero)이다.

해당 기조연설은 정부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NDC) 목표치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발표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워터저널』 2021년 1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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