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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발표] 대전환 시대의 글로벌 리더십: ‘소프트파워’ 한국 싱크탱크의 역할과 과제
2021년 11월 01일 (월) 09:50:04 워터저널 webmaster@waterjournal.co.kr

 특집  기후변화 대응 위한 한국의 국제 리더십


“소프트파워에 기반해 글로벌 리더십 구축에 기여해야”


환경파괴·기후위기로 인한 대전환 시대 이끌 한국 싱크탱크의 대전환 필요
협동과 협력의 대상·범위·방식 변화시켜 지구적 문제 해결할 역량 키워야


[주제발표] 대전환 시대의 글로벌 리더십: ‘소프트파워’ 한국 싱크탱크의 역할과 과제

   
▲ 홍 일 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 사무총장
현생 인류는 미증유의 속도와 난이도의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는 사상 최초의 인류다. 지구 ‘대절멸’을 가져올 수 있는 환경파괴와 기후위기, 사스(SARS)·에볼라(Ebola)·메르스(MERS)·지카(Zika)·‘코로나19’ 등 계속되는 감염병 대유행, 인구 감소, 미·중 패권 경쟁 격화와 국제질서 불안정, 민주주의 위기 등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문제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 또 다른 문제를 낳으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 즉 현생 인류가 이러한 난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그리하여 대절멸이 아닌 대전환의 시대를 만들 것인지 고심이 필요한 때다. 이 난제들은 더 이상 황당무계하거나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로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보통 얽히고설킨 문제를 논할 때,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잘랐던 알렉산더 대왕의 지혜와 용기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난제들의 매듭은 한 명의 위대한 지도자나 하나의 강력한 국가가 단번에 풀 수 없다. 한번에 풀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면한 난제들의 매듭은 ‘경쟁’과 ‘협력’이라는 전제 아래 함께 풀어야 할 매듭이다. 유엔(UN)이나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 정부, 기업(공공·민간), 시민사회와 비정부기구(NGO), 그리고 조직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미 충분히 연결되어 있는 시민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소프트파워의 핵심, 싱크탱크의 부상

‘싱크탱크(Think Tank)’라는 빠르게 성장하는 지식 집단이 대표적인 예다. 역사와 나라에 따라 유형과 역할, 역량은 다르지만 세계 싱크탱크의 규모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2020년 기준 미국에 2천200여 개, 유럽에 2천900여 개가 있으며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중동의 싱크탱크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싱크탱크 수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싱크탱크의 영향력 또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싱크탱크에 대한 연구자 중 한 명인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제임스 맥간(James G. McGann) 교수에 따르면 전 세계 수만여 개의 싱크탱크가 국가의 정책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보와 기술혁명, 국가기관의 정보 독점 종료, 정책문제의 복잡성 증대 등에 따라 싱크탱크는 21세기에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맥간 교수는 싱크탱크가 이렇게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아이디어’와 ‘정보’를 기반으로 한 막강한 ‘지식 권력(intellectual power)’과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꼽았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 역시 싱크탱크에 대해 그간 연구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싱크탱크를 설명하는 공통의 키워드를 도출했는데, 아이디어(idea), 영향(influence), 그리고 해법(solution)이다. 그리고 청중(audience), 동료(peer), 평판(reputation)이 다시 그것의 성과와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아이디어의 전장(戰場)과 시장(市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전 세계 싱크탱크에게 ‘대전환의 시대’는 기회 또는 위기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난제에 대한 제대로 된 해법을 만들어 영향력을 발휘하고 청중과 동료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게 된다면 싱크탱크들에게도 기회일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위기를 맞을 것이다.

   
 
국격 상승 따른 싱크탱크 혁신 필요

한국의 싱크탱크는 전 세계 싱크탱크가 공동 또는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와 뿐만 아니라 선진국으로서 새롭게 도약하는 대한민국, 더 나아가 한국의 글로벌 리더십 확보라는 이슈와 연관된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의 싱크탱크는 선진국을 따라 하거나 따라 잡으면 되는 일종의 ‘따라잡기(catch-up think tank)’ 수준이었다. 1970년대 KDI와 보건사회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의 형태로 등장한 이후 1999년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기반의 ‘연구회’ 체제가 출범, 그리고 2005년 이후 현재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과학기술연구회(NST)의 양대 체제로 재편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 연구기관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지원·육성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국가 정책연구를 지원하고 지식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26개 소속 연구기관이 연간 1조 원가량의 예산과 2천 명의 박사급 연구자를 포함해 총 6천여 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으며, 기업·시민사회 등 민간의 싱크탱크나 정당 연구소와 비교해 월등한 규모와 역량을 갖춘 싱크탱크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한국의 국격이 상승하고, 지난 7월 국가의 지위가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공식 격상함에 따라 현재 대한민국 싱크탱크는 이른바 ‘리딩 싱크탱크(leading think tank, 다른 나라가 따르는 싱크탱크)’로서 도약에 나서고 있다.

탄소중립·에너지 전환 관련 연구 진행 활발

기후위기와 기후변화는 싱크탱크에 있어 격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독립형 민간 싱크탱크뿐만 아니라 정부기관, 준정부기관의 형태를 띠는 연구소들이 이미 많은 연구를 수행하며 일종의 아이디어 전쟁 중이다. 영국의 기후변화위원회(CCC), 미국의 해양대기청(NOAA), 환경청(EPA), 유럽연합의 유럽집행부 내 공동연구센터(EU-JRC) 등 준정부기관의 형태를 띤 연구소를 비롯해  유럽환경정책연구소(IEEP), 독일 뉴 클라이밋 인스티튜드(New Climate Institute), 미국 리소시스 포 더 퓨처(Resources for the Future) 등 시민의 후원과 적극적 참여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민간의 싱크탱크 또한 상당수준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공화당의 ‘헤리티지 재단(The Heritage Foundation)’과 민주당의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를 비롯해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종합형 싱크탱크들도 기후변화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한국의 주요 국책연구기관 또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에너지경제연구원은 92건, 한국환경연구원은 31건, 산업연구원 21건 등 국내 싱크탱크는 연구회 체제의 장점을 활용해 경쟁이 아닌 협동에 기반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해법을 함께 모색하고 적극 제안하고 있다.

‘글로벌 코리아 포럼’ 결성해 국제개발협력 노력

이처럼 탄소중립과 관련해 개별 연구기관의 연구가 이미 상당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대전환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국가 핵심과제의 방향과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통합적 관점의 협동 연구를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이것이 좀 더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플랫폼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탄생한 것이 지난 6월 출범한 탄소중립연구단이다. 탄소중립연구단은 연구기관 간 협동·협업을 통해 통합적 관점의 국가비전 실현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출범했다. 한국환경연구원장이 연구단장을 맡고, 국토·산업·노동·에너지 등 분야별 연구기관의 장 및 관련 분야 전문가가 단원으로 속해 있으며, 연구회 협동연구과제인 탄소중립 정책연구를 수행하고 탄소중립에 대한 대국민 종합 토론회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는 연구회 체제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협동과 협력을 통한 지구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또, 국제개발협력 부문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사회를 이끄는 선도국가 역량 발휘를 목표로 지난 2019년 정부·공공기관·기업·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국제교류·협력 플랫폼(Team Korea)인 ‘글로벌 코리아 포럼(GKF)’을 결성했다. 포럼은 지난해 160여 개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세계평화, 번영, 지속발전에 기여하는 세계 선도국가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2020 글로벌 코리아 박람회’를 개최하고 ‘평화와 협력을 위한 글로벌 코리아 비전’을 선언했다. 오는 11월에는 ‘코로나19·기후위기 시대 국제개발협력과 한국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2021 글로벌 코리아 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글로벌 협력 통한 소프트파워 증진

나아가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연구회 기능을 국가연구위원회에서 국제연구 및 컨설팅 위원회로 확대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공적개발원조(ODA)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와 3P(사람·평화·번영) 등 실현 프로그램을 추진해 한국의 글로벌 소프트파워를 증진할 예정이다.

현재 추진 중인 한·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사업과 캄보디아 국가정책연구 역량강화 사업이 따라서 중요하다. 인도네시아 사업은 과거에 했던 것, 즉 개발경험이나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협력 사업이다. 캄보디아 사업 역시 개별 사업이나 프로그램 전수를 넘어 국책연구기관 또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같은 시스템 자체를 배우고자 하는 캄보디아 측의 요청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이러한 사업이야말로 협동과 협력의 대상과 범위, 방식을 변화시켜 세계가 직면한 공동의 문제, 또 공통의 과제에 대한 해법을 스스로 또는 함께 풀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시도라고 판단된다. 세계 선도국가 우리나라 싱크탱크의 새로운 역할과 과제는 결국, 소프트파워에 기반해 한국의 글로벌 리더십 구축에 기여하는 것이다. 세계 싱크탱크들의 아이디어 전쟁은 소프트파워의 핵심 요소인 ‘지식 권력’을 둘러싼 경쟁이다. 한국의 싱크탱크 역시 기후위기, 탄소중립, 국제(개발)협력 등 지구적 문제 해결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국내외 청중들에게 시의적절하고 가장 적합한 형식과 내용으로 전달하려고 하고 있다.

대전환의 시대를 이끌고 이를 위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오던 것만으로 부족하다. 제대로 된 국가의, 국민의, 세계의 싱크탱크가 되기 위한 대한민국 싱크탱크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다행히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그러한 노력과 실천이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 성과를 낼 때까지 많은 관심과 응원을 당부 드린다.

[『워터저널』 2021년 1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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