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후변화 대응 위한 한국의 국제 리더십


“개도국 지원 통해 국제적 리더십 강화해야 한다”

개도국, 기후변화 대응 위한 기술·재정 부족…현지 사정 고려한 ODA 필요
기후변화 재해, 대부분 가뭄·홍수 등 물 관련 재해…물 분야 특히 주목해야

[전문가 토론] 한국의 물 분야 리더십 역할 강화 방안

환경부와 외교부는 신기후체제 출범 이후 국제사회 기후위기 대응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역할을 논의하고자 지난 9월 28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한국의 글로벌 리더십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원장의 좌장으로 진행된 전문가토론에서는 한민영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 심의관,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송용권 환경부 물산업협력과 과장, 심보균 유엔거버넌스센터(UNPOG) 원장, 이종진 K-water 글로벌사업본부 본부장,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7명이 패널로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토 론 자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원장(좌장)
•한민영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 심의관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송용권 환경부 물산업협력과 과장
•심보균 유엔거버넌스센터(UNPOG) 원장
•이종진 K-water 글로벌사업본부 본부장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 유 종 일(좌장)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원장

■ 유종일 원장(좌장)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한국의 글로벌 리더십이라는 대주제 아래 △기후변화 대응 세계 동향 △한국의 역할 및 글로벌 리더십 강화 방안 △물 분야 등 세 주제로 나눠 토론을 진행하겠다. 오늘 30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 실속 있는 토론회가 되기를 기대하며 먼저 한민영 심의관부터 2분 내외로 발언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기후변화, 국제사회서 중요 의제로 부상”

■  한민영 심의관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국가가 엄청난 재정을 사회 정책에 쏟아 붓고 있는 가운데 소규모 도서개도국(Small Island Developing Country, SIDC)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 나라는 재정이 부족해 ‘코로나19’와 기후변화를 동시에 대응하기에 벅차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 한 민 영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 심의관
올해 들어 UN 주요 7개국(G7), 주요 20개국(G20) 등 국제회의의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가 기후변화다. 그만큼 기후변화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면 국제사회 논의에 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지난해까지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면서 기후변화 논의에 참여하지 않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논의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고 첫 업무로 파리협정 재가입 관련 행보를 보이면서, 기후변화 대응이 실질적으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 한편으로 유럽에서 탄소국경조정세(CBAM)와 같이 무역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기후변화 관련 조치가 이뤄져 이제는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일종의 위기의식이 커진 듯하다.

“기후변화 제재 늘면서 경제도 영향 받아”

▲ 이 면 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 이면우 부소장  기후변화의 영향을 우리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지만, 기후변화가 국제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지수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이론적으로 기후변화, ‘코로나19’ 같은 초국가적인 위기가 협력을 불러일으킨다고는 하지만 막상 한·중·일 3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보면 크게 협력하고 있지 않다.
결국 위기라는 것은 위험하다고 제대로 느껴질 때 비로소 위기가 되는 것이며, 그에 따른 대응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국가적 협력은 이것과 상충하는 국익이 나타나면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므로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자국의 이익을 더 중요시하는 태도가 기후변화로 인한 국제 정세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 김 흥 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 김흥종 원장  기후변화는 경제적인 측면에 악영향을 미친다. IPCC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4℃ 상승하면 2050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약 10〜30%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수출길이 막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EU가 통상(通商) 분야와 기후변화를 직접적으로 연결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국제·경제·통상·환경 질서도 기후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반면, 우리나라가 기후변화 대응을 잘 대처하게 되면 기후변화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공급망 조정, 신남방정책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발도상국 기후변화 대응 체계 미흡”

▲ 송 용 권
환경부 물산업협력과 과장
■ 송용권 과장  기후변화 대응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함께 가야하는 길인 만큼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보고 있다. 환경부는 다른 부처들보다 이러한 목소리를 가장 먼저 냈다. 다만 환경부 직무 자체가 산업을 육성하고 조장하고 진흥하기보단 주재하고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역할에 불과해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이나 전력까지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부처 협업 체계를 중심으로 전략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산업부와 국토부가 따라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처 간 협업 체계 구축’을 기본 목표로 잡고 추진해 왔다. 다행히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열네 번째로 탄소중립 법제화를 이뤘는데, 법제화된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환경부의 목표와 수단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면서 사회 전반에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심 보 균
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
■ 심보균 원장  기후변화는 개도국보다 선진국의 책임이 크지만 개도국에서도 충분히 심각성을 인식하고 조치를 취하려 나서고 있다. 특히 개도국은 해수면 상승이나 홍수, 쓰나미 등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고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이를 위한 행정·거버넌스 체계, 기술, 자본이 부족한 형편이다.

K-water에 한 가지 제언하자면 개도국에서 사업을 추진할 때, 개도국의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좀 더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인식을 전환시키고 구체화시켜야 한다. 또 기후변화 관련 법령체계는 물론 기후변화 대응 조직체계를 잘 갖추도록 지원하는 한편, 중앙과 지방, 또 부처와 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도와야 한다.

“기후변화·친환경 분야 강화 필요”

■ 한민영 심의관  최근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4월 28일 UN사무총장이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오피니언에는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대유행 대응은 물론 개도국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으며, 나아가 그린뉴딜(Green New Deal)까지 실현하는 모범사례로 꼽혔다. 또 올해에는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에 초청되고 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공식 격상됐다.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P4G 서울 정상회의 개최, 탄소중립 선언, 탄소중립법 제정, 기후재원 조성 등 우리나라의 행보는 국제사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기후재원 조성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협약 상 개도국임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기후재원을 두 배 이상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고 있다.

국제적으로 기후변화가 점차 중요한 의제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이처럼 기후변화 대응에 열심인 것은 중요한 외교적 자산이 되고 있다. 아울러 여러 개도국에게도 우리나라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좋은 선례를 만들고 있다. 이제 개도국에 대한 기술, 재정 지원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협상에서도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 김흥종 원장  기후변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기존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후변화와 친환경 분야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신남방정책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은 온실가스 국외 감축 강화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글로벌 리더십을 끌어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 대외정책 강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외에 우리나라 글로벌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친환경 분야가 중요하다. 특정 지역 에너지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전략적 차원에서 에너지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대응 자체가 글로벌 리더십과 우리나라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개도국 입장 고려한 ODA 사업 추진 필요”

■ 이면우 부소장  우리나라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북한을 비롯한 개도국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 하지만 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그간 우리나라를 비롯해 선진국이 진행했던 ODA의 가장 큰 맹점 중 하나가 개도국의 요청에 의한 것이 아닌 우리가 원하는 ODA를 했다는 것이다. 개도국이 원하거나 그들 환경에서 가능한 ODA와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것만 간편히 제공하는 ODA는 분명 다른데 말이다. 북한을 대상으로 추진한 ODA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북한이 ‘코로나19’ 대유행이나 기후변화로 인한 여러 재해, 식량난에 대해 우리나라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는 국제 제재의 이유로,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등을 이유로 지금 당장 ODA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끈기를 갖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탄소세·ESG 경영 결합한 에너지 연계사업 가능”

▲ 이 종 진
K-water 글로벌사업본부 본부장
■ 이종진 본부장  북한은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다. K-water가 개성공단에서 상수도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사업을 구상했었지만 실제 진행된 사업은 많지 않다.

탄소세(탄소국경세, 탄소에 대한 거래제)와 ESG 경영을 결합한 에너지 연계 사업은 개도국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력발전 사업을 하면 개도국은 수력발전소를 인수받은 후 팔 수 있고, 개도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하면서 ESG 경영을 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K-water가 추진하는 사업도 이러한 개념으로 접근하면 개도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유종일 원장(좌장)  홍일표 사무총장의 우리나라 싱크탱크의 역할과 과제에 대한 발제를 들으며,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중국 같은 강대국은 아니지만 대전환 시대의 선도 국가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개발협력이라는 생각을 했다. 김흥종 원장께서도 언급했듯이 ODA 사업을 진행할 때 자국의 이해관계보다 협력 파트너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과 상호이해를 우선순위에 둔다면 적은 자원으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싱크탱크, 개발협력의 기능적 측면에도 도움”

▲ 홍 일 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 홍일표 사무총장  앞의 발제에서도 언급했듯이 △청중(audience) △동료(peer) △평판(reputation) 세 가지가 싱크탱크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생각을 관철시키려고 할 때 결국 청중 또는 정책수요자가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전달되도록 할 것인가를 가장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고, 협력 또는 경쟁을 통해 동료와 지식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영향력과 평판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 가지 평가요소는 개발협력의 기능적 측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시의적절한 내용과 형식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협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개도국과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리더십 발전을 위해 선진국의 싱크탱크와는 어떻게 협력하고 경쟁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기후변화 대응, 물 분야에 주목해야”

■ 송용권 과장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에서 물 분야에 특히 주목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 기후변화로 나타나는 재해와 사고는 주로 물을 통해 나타난다. 재해를 분석해보면 가뭄이나 홍수로 인한 사상자가 폭염이나 한파로 인한 사상자보다 많다. 많은 국가들이 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물문제를 속시원히 해결한 나라는 드물다. 먹는물 문제만 봐도 그렇다.

그러다 보니 녹색 ODA 사업에서 물 분야가 굉장히 중요하다. 물 분야는 아시아물위원회(AWC)나 국회물포럼 같이 소프트파워를 이용한 접근이 전략적으로 유효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물은 공공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어 국가의 정책결정자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네트워킹, 문화, 인적 교류 등 소프트파워를 통해 물시장에 진출하고 물문제에 직접 참여해 해결할 수 있다. 국가 간 교류나 연대를 통해 물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국제적 리더십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환경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워터저널』 2021년 1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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