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새 정부의 효율적인 물 관리 체제 방향 / 최동진 소장(국토환경연구소)

유역·지방 차원 자립적 물 관리 위한 재원 확보 시급

        
선진국, 물 관리에서 민간 참여 활성화…정부 역할은 최소한 제한  
지역 수리권 보장문제, 유역 차원 수리권 관리 관점서 재검토 필요

 

   
▲ 최동진 소장(국토환경연구소)

한 국가의 물 관리 행정의 체계는 그 국가의 자연적 조건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역사적 특징을 반영한다. 여러 나라의 물 관리 제도를 비교해 보면, 물 관리 체계 발전의 일반적인 경향과 각 국가의 개별적 특성이 나타난다. 최근의 물 관리 체계의 일반적 경향, 즉 공통적인 발전의 방향은 유역관리 체계로의 전환과 지방자치단체와 유역주민의 주도적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물 관리 체계는 중앙집중형 행정 체계와 아시아 몬순의 기후적 특성을 반영하여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중국이나 일본과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중앙과 지방의 역할의 측면에서 보면, 물 관리의 측면에서 중앙정부의 역할이 매우 적극적이고 중요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중앙정부 주도의 물 관리 체계에 대해 최근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변화를 요구하는 배경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주요한 예로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공공 부문의 역할의 변화이다. 비단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포함하여 공공 부문의 역할이 과거에 비해 축소되고 있는 경향이다. 물 관리에서 민간 참여를 활성화하고, 정부의 역할을 최소로 제한하려는 것이 선진국들의 추세이며 특히 유럽과 미국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강하다.

사업은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계획과 규제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물론 물 관리의 공공적 특성으로 인해 수도사업과 같은 경우 공공 부문이 직접 담당하는 경우가 많고,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국가가 치수를 책임져 왔지만, 정부와 공공 부문의 역할은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측면에서는 기능을 축소하고 있다. 일본에서 2001년 정부 구조개편을 통해 수자원개발공단을 수자원 기구로 전환한 것이 그러한 사례의 하나다.

 

■  물 관리 패러다임 변화 추세

두 번째는 물 관리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댐 건설과 광역상수도의 건설, 대대적인 하천개발사업으로 대표되는 사회의 기반 시설로서의 수자원 시설의 건설이 완성기에 접어들면서, 물 관리의 중심이 개발과 건설보다는 운영과 유지관리로, 구조적 대책보다는 비구조적 대책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건설과 개발에는 중앙정부의 강력한 주도와 재원조달이 중요하지만 시설의 유지관리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치수 대책 등에서 비구조적 대책은 대부분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물 관리 체계도 중앙정부 중심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유역의 주민이 주도한 관리 체계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물 관리 체계의 변화의 주요한 한 측면이고 다른 측면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치수대책과 수리권 관리의 문제다.

물 부족이 심화되고 수리권 갈등이 빈발함에 따라 기득 수리권을 보장하는 문제보다 기존의 수리권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재분배해야 하는 문제가 더 중요하게 되었다. 특히 광역적 차원에서 물의 이동과 배분의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수리권에 대한 국가의 허가와 취소 및 조정의 역할이 강조되게 되었다.

수자원의 개발과 관리의 중심이 지방정부와 민간으로 이관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인데 비해, 하천의 수질의 관리는 통합되고 규제가 강화되는 것이 대세라고 할 수 있다.

미국 환경부의 수질관리는 그 권한과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유럽의 경우 하천환경의 관리는 일국적(一國的) 차원을 넘어 EU(유럽연합) 차원의 통합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 지방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은 기존의 중앙정부의 업무를 대신하는 측면보다는 새롭게 요구되는 역할, 즉 지역특성을 반영한 물 관리 정책의 추진과 이해 당사자와 유역 주민이 주도하는 시책을 지원하는 역할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중앙부처·지자체간 역할분담 논란

   
▲ 지방하천과 소하천은 방치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아 중앙정부가 이를 적극 개입하여 정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물 관리 체계 개편을 통한 활발한 논의의 시기였다. 물 관리 체계의 개편의 궁극적인 방향에 대해서 보자면 유역을 기본 단위로 하는 유역 통합관리 체계의 구축이라는데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절차와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러한 논의의 근거에는 상당한 정도로 지방자치단체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포함되어 있다.
통합적인 환경관리에 큰 비중을 두고 물 관리 체계를 보는 관점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개발 지향적 성향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며 당분간은 중앙정부가 물 관리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강력한 중앙집중형 통합적 물 관리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수자원의 개발과 관리에서 중앙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관점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물 관리 능력과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물 관리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투자할 의지나 계획이 없고 인력이나 전문성도 부족하다. 따라서 유역관리를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의 주도보다는 중앙부처 산하의 유역별 실무위원회 형태가 바람직하다.

중앙정부 차원의 물 관리 체계의 개편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방향을 설정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최근에 입법예고된 「물관리기본법」(안)에서 유역위원회에 관한 규정이 빠진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들이 반영된 타협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에 대한 문제의 지적은 일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계속 중앙정부 주도로 물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다. 지방의 기능과 역할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의 물 관리 역량을 함양하고, 유역 주민의 참여를 활성화시킬 것인가에 대해서 더 고민해야 한다.

물 관리의 단기적인 성과의 달성과 효율 향상도 중요하지만 유역 통합관리라는 장기적인 목표의 달성은 결국은 지방정부의 ‘Capacity Building’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지난 「물관리기본법」(안)에서 유역위원회의 구성에 관한 내용이 빠진 것은 문제가 있다.

상류 지역에 대한 지나친 규제에 대한 반발과 기득 수리권을 둘러싼 갈등 등을 배경으로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의 역할에 대한 재정립을 요구하는 상류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이해를 반영하고 있다.

지역 수리권의 보장 문제는 지역 이기주의적 요구만으로 보기보다도 유역 차원의 수리권 관리라는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제도로 인한 부담과 편익이 지역간에 합리적이고 형평성 있게 분배될 수 있도록 재조정되어야 한다. 특히 댐 원수 대금을 포함한 물 값 및 ‘물이용부담금’의 조정문제와 결부시켜서 검토해야 한다.

「하천법」을 개정하면서 국가하천의 비율을 늘리는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국가하천에 대한 정비가 거의 마무리된 반면, 지방하천과 소하천은 방치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중앙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정비할 필요가 있으며, 수계를 일관한 정비를 위해서라도 중앙정부의 하천관리에 대한 역할을 증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국가하천 확대방안이 제기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가 하천의 확대가 중앙업무의 지방이관이라는 분권화의 일반적인 추세와도 맞지 않고, 제방 축조 위주의 획일적인 치수대책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국가하천의 확대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지방정부의 취약한 재정능력과 지방하천과 소하천에 대한 투자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중앙정부의 예산을 그 동안 방치되어 왔던 중·소하천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중앙정부가  하천의 관리를 지원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그 방식이 국가하천의 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되었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있다.

하천 등급 조정의 배경이 되었던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역할을 지속하면서도 지방정부의 역할과 능력을 함양하고, 수계 관리 혹은 유역 관리를 지향할 수 있는 하천 등급 체계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물 산업을 육성하는 문제와 더불어 수도산업 구조개편 문제가 주요한 정책 현안으로 대두되었다. 수도산업 구조개편의 주요한 배경 중의 하나는 지방자치단체의 상·하수도 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이 회의가 중요한 배경으로 되고 있다.


물론 사업과 규제를 분리하여 지방자치단체는 규제만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론에 관한 원론적 강조가 있긴 하지만, 그보다도 지방자치단체의 수도사업을 전문기관이나 민간에 넘긴다는 의미가 강하다. 중앙과 지방의 역할 조정과는 다른 문제이지만 물 관리 업무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변화와 관련된 문제이며 구조개편의 배경이 되었던 문제점은 다른 문제에서 제기되었던 것들과 유사하다.

 

■  물 관련 재원 조달·배분 개편 필요
 
물 관리 체계 개편의 문제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분담은 중앙정부의 물 관리 업무를 이관하는 문제라기보다는 지방정부의 물 관리 능력의 함양과 책임을 높이는 차원에서 보아야 할 것 같다.

지역 수리권의 문제를 제외한 다른 문제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태도는 적극적으로 물 관리 업무를 담당하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중앙정부가 현재의 관리 업무마저 담당해주기를 바라는 경향까지 있다.

이러한 문제의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오랜 국가중심의 물 관리 전통도 관련이 있지만, 다른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지방자치단체가 물 관리를 위한 재원을 조달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 관리 업무에서 국가와 지방의 바람직한 역할 분담을 위해서 검토해야할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들라면 유역관리 체계의 구축과 자주적인 재원의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물 관리 업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할 때 생기는 많은 문제들은 유역을 단위로 한 관리 체계로 전환할 경우 해결될 수 있다.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통합적인 관리가 가능한 관리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었고,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물 관리 업무가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물 관리에 소요되는 대부분의 재원을 중앙정부의 지원에서 충당하기 때문이다. 일부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하고는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물 관리 업무의 추진이 곤란한 상황이다. 유역이나 지방 차원에서 자립적으로 물 관리를 추진하기 위한 재원이 확보되어야 한다. 지방정부의 일반회계로부터 분담하는 방식이 아닌, 물 관리의 수혜자로부터 충당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물 관리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적인 재원이 확보되어야 하고, 이는 중앙정부 지원금의 운용방식과 ‘물이용부담금’이나 취수세 등 종합적인 물 관련 재원의 조달과 배분에 대한 개편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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