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진 (사)북한강생명포럼 공동대표

‘한강 살가지 운동’은 통합적 생명운동      
(살리고, 가꾸고, 지킨다)

한강 거듭남은 한국 모든 강의 거듭남…
‘소하천 살가지 운동’에서 시작돼야

 

   
▲ 안봉진 (사)북한강생명포럼 공동대표
고도의 산업화를 위해, 도시화를 위해, 빠른 속도와 안락함을 위해 훼손시켜 죽어 가 는 산과 강을 되살리자는 운동이다. 여전히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화두이다.
지키기 운동은 더 이상 자연에 대한 공격을 하지 말자는 운동이다. 그러나 인간의 문명과 진보를 중단하지 않는 한 무제한적으로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키기의 한계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나 생명지속적 발전일 것이다.

새로운 차원의 한강을 꿈꾸어야

가꾸기 운동은 그야말로 여산여수(與山與水)의 핵심이다. ‘참찬천지지화육(參贊天地之化育)’ 우리 선조들은 ‘인생의 목적은 천지(우주 자연)의 화육에 참여하여 돕는 것’을 중요한 세계관으로 여겨 왔다. 즉 인생의 목적이 천지와 같은 무한한 생명력을 가진 자연을 본받는 것이며 자연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고 사는 문화, 문명국가를 만들어 가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 왔다.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살면서 자연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며 조화를 이루어 살아 온 우리의 선조들이 그랬듯이 산과 물, 즉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운동이다. 인간의 삶과 문명만 중요하고 다른 생명과 자연은 인간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생각은 이제 폐기되어야 한다.
물과 산과 인간 이외의 모든 생명은 인간만을 위해 단순히 존재하는 자원이 아니다. 스스로 독립적으로 우주와 자연을 구성하는 일부분이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우주의 자기실현과 전개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주체이다. 인류의 문명도 지속되어야 하고, 자연의 모든 질서도 정상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가꾸기 운동은 단순히 자연의 화육(化育)에 참여하는 운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훼손된 자연의 질서를 인류가 가지고 있는 과학기술을 동원하여 적극적으로 복원하고 자연의 순환을 좀 더 원활하도록 기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과 더불어 강과 더불어 공존하는 가꾸기 운동 즉, 자연에 대한 인간의 능동적 태도가 공격적이고 자연 파괴적인 것이 아니라 산과 강이 인간과 공존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가꾸자는 운동이다.

남한의 주요 강은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섬진강 등이다. 주요 강 유역에는 각 지방마다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그 유역의 인구밀집도와 남한에서의 정치, 경제적 중요도와 영향력은 단연 한강이 앞선다.
한강은 우리 민족사의 고대부터 중요한 요처로서 그 지배권이 한반도의 패권을 가름하는 잣대가 되어오기도 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한강은 500년 조선왕조 이후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인 서울 한가운데로 흐르는 강이다. 한강의 역사와 문화는 우리 민족의 역사요 문화이다.
한강은 상류의 남한강·북한강을 양수리 합수머리에서 아울러 서울로 흐르고 있으며 2천만 수도권 주민의 생명수이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은 냉전의 상처를 딛고 보릿고개로 지칭되는 절대 빈곤을 넘어 빠른 시기에 산업화를 달성한 한강변의 경제적 성장을 지칭한다.  

한강의 기적은 우리에게 물질적 풍요와 안락을 가져다주었는지는 몰라도, 우리로부터 한강의 역사와 문화와 그 속의 공동체적 삶을 멀게 했는지 모른다. 한강의 기적으로 지난 시기에 의미 있는 경제적 성장을 이룩하였다면 이제 이 시점에서 우리는 전 지구적 차원의 안목과 지향으로 새로운 차원의 한강을 꿈꾸어야 한다.
한강에서의 살가지(살리고, 가꾸고, 지킨다) 운동은 곧 대한민국 전체의 강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한강을 단순히 우리에게 식수나 공업용수를 공급하여 주는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과 부합하지 않는다.

   

▲ 한강은 과거 경제적 풍요와 산업화를 이룬 한강의 기적에서 지구적 차원의 환경, 생태적 ‘새로운 한강’으로 거듭나야 한다.

물과 강은 본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단절 없이 흐르는 것을 그 본질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강변에 사는 사람들은 강을 그렇게 흐르게 두고 이와 더불어 사는 삶의 형태를 갖추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한강에는 이미 그 상류인 남한강·북한강을 아울러 10여 개의 댐을 두고 있다. 
본디 댐의 목적이 다양하겠지만 댐으로 인하여 한강물의 흐름은 단절되어 있고 이와 더불어 댐 위와 아래 주민들의 생활도 공동체 의식도 단절되어 있다. 더불어 지방자치제의 실시로 인하여 그 단절의 폭은 더욱 깊어 가는 듯하다.

 그러므로 한강을 통시적으로 보자는 것이다. 한강의 미를 극대화하고 생태순환고리가 이어져 있는 강으로서 바라보자는 것이다. 호수 하나하나, 소하천 하나하나를 나누고, 하류와 상류를 나누어 바라보고 따로따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한강이라는 관점에서 모두를 통합하여 접근해 보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소지역별로 살고 있는 주민이나 지방 정부 등의 이해관계가 달라 이의 조정이 쉬운 문제는 아니겠지만, 한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한강 전체를 어떻게 가꾸어 나갈 것인가를 합의하면, 지역별 이해관계는 큰 틀에서 해소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날 것이라고 본다.
작은 예를 들어보면, 한강 전체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로 나누어 하류에서 상류로, 상류에서 하류를 미적 개념으로 아침·점심·저녁을 나누어 관찰하고, 시간 개념 안에서 전체 한강을 미적으로 디자인한다면, 우리의 한강은 지금과 다른 전혀 다른 모습으로 얼굴을 드러낼 것이다. 오로지 바다로만 향하고, 해외로 향하는 피서객들을 전혀 다른 내용으로 강과 더불어 하는 문화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도심형·산촌형 소하천 살가지 운동

‘한강! 생태와 문화로 다시 태어난다!’ 이런 관점에서의 한강과 관련된 친수(親水) 문화정책과 운동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이것이 곳 여수문화(與水文化)로 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대운하를 선거의 제1공약으로 내건 정부가 출범했고,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명분으로 그 이행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대운하를 만드는 것이 타당한지의 문제는 첨예한 시각의 차이와 대립이 존재하며 단순한 경제나 개발의 논리를 넘어서는 우리 한반도 전체 공동체의 정치적·이념적·역사 문화적·철학적 논의의 측면을 함유하고 있다.
오로지 경제논리에 함몰되어 아름다운 산천을 짐을 싣는 화물선이 다니는 수로로 전락시키거나 이를 위해 순차적으로 인위적인 수질개선을 한다거나 환경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등의 논리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또한 순차적으로 수도권의 취수원을 양수리나 그 상류 지역으로 옮긴다는 등의 계획도 대운하가 수질오염과 무관하다는 스스로의 주장과 모순될 뿐 아니라 상류의 북한강 유역 주민들의 삶에도 지대한 장애가 될 것임은 명확하다.
자연과 더불어 함께 하는 바람직한 삶의 형태와 문화를 꿈꾸는 ‘한강 살가지 운동’의 이념에 부합하지 않음은 재론을 요하지 않는다.

   
▲ ‘한강 살가지 운동’은‘소하천 살가지 운동’에서 시작돼야 하는데, ‘소하천 살가지 운동’오염 제로운동이고, 아름다운 하천 만들기 운동이며, 녹색댐 운동이다. 사진은 청계천 모습.

본류인 한강은 많은 지류를 가지고 있다. 지류인 지방1, 2급 하천은 다시 수많은 소하천을 가지고 있다. ‘한강 살가지 운동’은 그러므로 지방1, 2급 하천이나 수많은 ‘소하천 살가지 운동’에서 시작된다. 논의의 편의상 이를 모두 소하천이라 부르고자 한다.
소하천은 대부분 산지 계곡에 있다. 물론 하류 지역의 소하천의 일부는 도심을 관통하기도 한다. 이렇듯 도시 지역과 산촌 지역을 두루 관통하는 소하천의 특성상 그 관통하는 구역을 기준으로 살가지 운동은 크게 나누어 ‘도심형 소하천 살가지 운동’과 ‘산촌형 살가지 운동’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도심형 소하천 살가지 운동’은 아름다운 도심하천 가꾸기를 통한 친수·여수 문화공간으로서의 가꾸기가 중요하다. 하류의 도심 소하천은 이미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의 적극적인 관심 속에 대부분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도심형 소하천 살가지 운동’은 시민들의 친수문화를 어떻게 창조하고 육성해 나가는가가 중요하다. 오수, 우수 등의 관리는 대부분의 하천에서 지방정부들이 관리를 잘 해 가고 있다. 전국적으로 산재하여 있는 도심을 흐르는 소하천의 가꾸기 운동은 청계천 복원을 비롯하여 서울의 양재천, 경기의 안양천, 강원도 춘천의 공지천 등 사례는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이에 반해 ‘산촌형 살가지 운동’은 소하천 유역 주민들의 정칟경제·사회·문화적 이익을 보장하고 도모하면서 1급수를 하류에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이다. 더불어 녹색댐으로 주목받고 있는 산(숲) 가꾸기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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