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병입 수돗물 구매 의사 낮아"
병입 수돗물 시판, 반대(39.3%)가 찬성(23%)보다 많아
 한국소비생활연구원 서울시민 1천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 김연화(한국소비생활연구원 원장)
깨끗한 물, 안전한 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바람은 전체적으로 높아져 가고 있다. 반면 그 기대에 못 미치는 수돗물에 대해서 식수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KBS 뉴스에서도 서울시의 수돗물 병입수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도가 있었다. 병입(페트병)수돗물 ‘아리수’가 나올 때 서울시는 수돗물을 그대로 담은 것처럼 홍보했다. 그로 인해 국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인식은 잠시 좋아졌으나 그것이 일반 수돗물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때 국민들은 속은 것처럼 느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이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병입 수돗물처럼 일반 수도에서 나오는 수돗물의 품질도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위해 정수처리장 곳곳에 고도정수처리를 모두 설치하려면 엄청난 예산을 들여야 한다.

이번에 실시한 의식조사는 수돗물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인식을 재확인하고 더불어 최근 환경부의 수돗물 병입수 판매 추진 정책에 앞서 국민의 의견수렴을 통해 보다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데 기초자료로서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16일부터 23일까지 8일간 서울시 거주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천 명에게 설문지를 배포하여 이중 940부를 통계자료로 활용했다. 응답자는 남자와 여자의 비율이 거의 동일하게 했으며, 응답자의 연령대는 20대 20%, 30대 26%, 40대 26%, 50대 20%, 60대 이상 6.7%였다.

 “끓인 수돗물이 가장 안전”

‘마시는 물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가 원하는 물은 가장 최우선으로 안전한 물을 뽑았고, 두 번째가 맛있는 물, 신선도 순으로 나타났다. 평상시 주로 마시는 물로는 정수기물(48.0%)이었고, 다음은 끓인 수돗물(29.4%), 먹는 샘물(19.1%) 순이었다.    2순위 응답에서는 먹는 샘물(42.7%), 정수기물(24.9%), 끓인 수돗물(24.4%), 수돗물(5.3%)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순서로 나타난 것으로 보았을 때 소비자가 주로 마시는 물은 아직까지 정수기물과 끓인 수돗물, 먹는 샘물 등에 치중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서울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병입 수돗물 판매 허용’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9.3%는 반대를 해 찬성(23%)보다 높았다.


‘소비자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물’이 어떤 물인지에 대해 물어 보았더니, 끓인 수돗물이 51.3%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정수기물 25.4%, 먹는 샘물 19%순으로 나타났다. 2순위로는 정수기물이 41.8%, 먹는 샘물 31.5%, 끓인 수돗물이 19.0%, 수돗물 4.0%였다.

또 ‘수돗물의 사용용도’에 대해 알아본 결과, 취사용+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것이 47.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음용수+취사용+생활용수를 같이 겸하고 있는 것은 전체 응답자의 31.7%였다. 목욕, 청소, 세면 등의 생활용수로만 수돗물을 이용하는 것은 전체 응답자의 19.5%로 나타났다.

‘수돗물의 문제젼으로는 녹물 및 이물질의 검출이 26.7%를 차지했는데, 이는 노후 배관에서 비롯되는 현상으로 고질적으로 지적되어 온 문제이다. 2순위로서는 환경호르몬 및 항생제 유해물질의 검출 우려가 24.3%로 가장 많았으며, 수돗물이나 원수에 대한 수질오염(23.1%), 수돗물 수질에 대한 정보의 미흡(18.1%)도 수돗물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수돗물 만족도 1위 ‘사용 편이성’
 
수돗물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하기 위해 △물맛의 신선함과 청결함 △수질안전성에 대한 신뢰도 △수도요금의 가격 만족도 △사용 편이성 △무기질 및 미네랄 함유에 대한 신뢰도 등 5가지 기준으로 분류하여 조사했다.

그 결과, 사용의 편이성에 대해서는 평균 5점 만점에서 3.8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으며, 수돗물 가격 만족도는 2.9로 평균점 미만이었지만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물맛의 신선함과 청결함에 있어서는 2.7로 낮게 평가했고, 수질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도 평균 3.0점에 2.82로 평균치 이하를 나타냈다. 기타 무기질 및 미네랄의 함유에 대한 신뢰도도 2.59 정도로 나타났다.

병입 수돗물 판매에 대한 인식도도 알아보았다. 먼저 ‘병입 수돗물 판매 허용’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39.3%는 반대를 해 찬성(23%)보다 높았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37.7%로 많았다.

이는 아직도 소비자들이 병입 수돗물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 유동 가능한 소비자층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병입 수돗물 장점에 부정적 반

시중에 시판되는 병입 수돗물(아리수)과 집에서 사용하는 수돗물이 다르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는 “다르다”라고 응답하는 비율이 5점 만점 중 3.34점이었다. 또 ‘아리수 병입 판매가 수돗물에 대한 불신해소에 도움이 되느냐’에 대해서는 평균 3.23으로 평균치보다 이하로 나타나 병입 수돗물 판매가 수돗물 불신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정으로 보급되는 수돗물보다 병입수의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 2.96으로 평균치 이하로 나타났으며, ‘가정으로 공급되는 수돗물보다 병입 수돗물의 물맛이 좋을 것 같으냐’에 대한 응답은 2.99로 중간치인 3점대에 가까웠다.
이와 함께 ‘가정으로 공급되는 수돗물보다 병입 수돗물이 미네랄과 무기질이 풍부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대해서 2.74로 병입수의 미네랄과 무기질이 풍부할 것이라는 의견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병입 수돗물이 수돗물보다 비싼 것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소비자들은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가정으로 보급되는 수돗물보다 병입수가 이용이 편리한 측면에서 소비자의 선택도를 높여준다는 취지를 갖고 있었지만 소비자들은 가정의 수돗물을 더 편리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응답은 병입 수돗물과 일반가정으로 공급되는 수돗물이 매우 다르다는 인식이 높았음을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특히 일반가정으로 공급되는 수돗물에 비해 병입 수돗물의 장점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수돗물 병입해서 재판매 부정

‘먹는 샘물과 병입 수돗물에 대한 인식도’에서는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먹는 샘물과 서울시 병입 수돗물인 아리수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음에 응답자는 5점 만점에 3.47로 평균치 이상으로 나타났고, ‘아리수 판매는 먹는 샘물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2.86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먹는 샘물보다 병입 수돗물의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느냐’라는 물음에는 2.65로 낮게 나타났다. ‘먹는 샘물보다 병입 수돗물의 물맛이 좋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2.44로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먹는 샘물보다 병입 수돗물의 미네랄과 무기질이 풍부할 것 같으냐’라는 질문에도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먹는 샘물보다 가격이 싼 병입 수돗물을 구입할 것인갗를 물어보았더니 2.61로 오히려 평균치보다 낮게 나타났다.

   
▲ 수돗물 병입수 판매 허용에 관한 정책을 실행함에 있어서 병입 수돗물 판매에 대한 국민들의 전체적인 의견을 수렴하는 계기가 필요하다. 사진은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의 병입(페트병) 수돗물 생산 장면.

‘먹는 샘물보다 병입 수돗물을 신뢰하는지’에 대한 물음에서도 신뢰도가 평균(3점) 이하로 나타났으며, ‘병입 수돗물인 아리수와 먹는 샘물의 품질에 차이가 있는 것 같으냐’고 물어본 질문만 평균치 이상이 나왔고 나머지는 평균치 이하로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병입 수돗물의 구입의사에 대해서도 물어 보았다. ‘병입 수돗물이 시중에 판매될 경우에 구입할 생각이 있는갗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2.64로 나타났으며, ‘수퍼마킷이나 마트에서 병입 수돗물의 구입이 가능하다면 구입할 생각이 있는갗라는 질문에서도 낮게 나타났다.

‘먹는 샘물처럼 병입 수돗물에 가정에 배달해 주면 구입할 의사가 있나’라는 질문에서도 2.44로 나타난 것을 보았을 때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먹는 샘물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병입 수돗물 판매는 긍정적으로 보는갗라는 물음에서도 2.74로 병입 수돗물 자체에는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 세금으로 만든 수돗물을 병입해서 재판매하는 것은 부당한갗라는 의견에는 3.48로 나타나 시민들이 병입 수돗물 판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병입 수돗물 판매, 의견 수렴 필요

조사결과를 보았을 때 소비자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물의 1순위는 끓인 수돗물이었으며, 그 다음이 정수기물이었다. 그리고 평상시 마시는 물 1순위는 정수기물과 먹는 샘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돗물을 그대로 음용하는 소비자는 극소수에 불과했고, 수돗물에 대해서 편이성을 제외한 전반적인 만족도도 상당히 낮게 나타났다. 수돗물 품질에 대한 문제인식 또한 높게 나타났다.

소비생활연구원에서도 정수장을 견학시켜 주고 수돗물을 제대로 마시는 법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점차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기대치에 상응하는 깨끗한 물, 안전한 물에 대한 바람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확인했다.

결과를 종합해보면, 병입 수돗물에 대한 반대의사가 39.4%, 찬성이 24%로 나타나 반대의사가 높게 나타났고, 공공재(公共財)인 수돗물 판매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었다.

앞으로 수돗물 병입수 판매 허용에 관한 정책을 실행함에 있어서 병입 수돗물 판매에 대한 국민들의 전체적인 의견을 수렴하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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