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 우리나라 하천복원 대표적 성공사례
‘죽음의 하천’을 주민·구청 힘모아 생태하천으로 바꿔

 

   
‘죽음의 하천’, ‘오염의 대명사’로 방치되던 도시 하천들이 시민의 곁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한때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무분별하게 복개되고 오·폐수로 방치되던 도시 하천에 점차 ‘생명의 기운’이 움트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하천 복원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하천은 양재천이다. 하천연장 15.6㎞에 달하는 양재천은 관악산과 청계산에서 발원하여 과천 구간을 거쳐 서울 강남을 흐르는 한강 지류 중 하나이다. 과천시 중앙동의 관악산 남동쪽 기슭에서 발원하여 북동쪽으로 흘러, 서울 서초·강남구를 가로질러 탄천으로 흘러든다.

본래 사행하는 하천이었던 것이 1970년대 개포토지구획 정리사업으로 직강화되었고, 양재천 합류부는 사행하도에 여울이 형성되어 백로가 빈번히 날아들었기에 이를 학탄(학여울)이라 부르게 되었다.

그러나 강남권이 개발되면서 아파트단지 등 주택가에서 배출되는 생활하수로 양재천은 심하게 오염, 쓰레기 하천으로 변모했다. 물이 오염되어 물고기가 사라지자 주민과 관에서는 1995년부터 양재천 살리기 운동을 벌였다.

   
▲ ‘죽음의 하천’으로 불렸던 양재천을 1995년부터 주민과 관이 힘모아 양재천 살리기에 나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적인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변모시켜 휴식공간 제공과 함께 어린이들에게는 소중한 자연 학습장이 되고 있다.
강남구는 160억 원을 들여 오수관로 정비 및 콘크리트 제방을 허문 뒤 그 자리에 습지식물을 심었고, 하천의 오염물질이 강바닥의 자갈과 부딪혀 가라앉게 되고 자갈 표면에 있는 미생물들이 이를 빨아들여 분해하는 친환경적인 기법을 도입했다. 학여울역 부근을 자연형 생태공원으로 만들었다.

   
서초구와의 경계지역인 양재천 상류에는 23억 원을 들여 수질정화시설을 설치, 자갈을 이용해 하루 3만2천 톤의 물을 정화하면서 5급수의 생활하수를 수심 30㎝의 투명도를 확보한 2급수의 청정하천으로 탈바꿈시켰다.

   
   
▲ 양재천에는 원앙새·두루미·청둥오리·고방오리·비오리 같은 조류들이 서식하고 있다.
생태계도 몰라보게 복원돼 양재천에는 2급수에서 사는 누치를 비롯해 버들매칟동사리·피라미 등 20여종의 어류가 대량으로 서식하고 있다. 또 150여종의 식물상과 두루미·청둥오리·고방오리·비오리·원앙새 등 조류와 양서·포유·파충류 등 300여종의 동물종이 다시 찾아오는 등 가장 성공적인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변모시켜 휴식공간 제공과 함께 어린이들에게는 소중한 자연 학습장이 되고 있다.

   
▲ 양재천변에 논을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모를 심게 하는 등 자연체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천이 살아나고 각종 동식물이 서식하면서 양재천은 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 한복판에서 ‘21세기 최고의 경쟁상품’인 환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양재천이 친수 위락공간을 가진 자연생태 공원으로 변모하자 하루에 1만여 명 이상이 찾아와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 산책이나 휴식을 즐기고 있다.

   
▲ 양재천변(영동 1교 부근)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물놀이장과 인라인 스케이트장 등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공원을 만들어 여름을 맞아 인근 지역 어린이들의 이색 놀이터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양재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양재천 정화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물론 주변에 있는 기업체 등도 자발적으로 환경보호구역을 설정, 주기적으로 환경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양재천변에는 물놀이장과 인라인 스케이트장 등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공원을 만들어 여름을 맞아 인근 지역 어린이들이 이색 놀이터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영동 1교 인근에 위치한 어린이 물놀이장은 길이 100m, 폭 10m, 수심 60cm로 2천여 평 규모로 조성됐다.

특히 어린이 물놀이장은 바닥에 호박석과 자연석을 깔아 아이들이 뛰어다니거나 장난을 칠 때도 절대 미끄러지지 않고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자연형으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 강남구와 서초구는 양재천변에 150여종의 식물을 심어 봄에서 가을까지 아름다운 꽃들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이 물놀이장에서 가장 중요하고 이색적인 특징은 지하에 있는 깨끗한 지하수를 퍼올려 물놀이장 안의 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한 여름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는 수영장에 가서 아이들과 놀다 보면 쾌쾌한 소독약 냄새로 고생하는 것이 다반사다.

하지만, 이 곳은 지하에서 바로 뽑아 올린 물을 채워 놓았기 때문에 그런지 물에서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아이들이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물놀이를 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이 첨벙 첨벙 뛰노는 모습만으로도 시원하고 즐겁다.

   
또한 물놀이장의 담장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동물 그림들과 만화들을 그려 넣어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더욱 더 편안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곳곳에는 강렬한 태양빛을 피할 수 있게 천막을 설치했고, 그 천막 안은 집에서 만들어온 도시락을 가족끼리 ‘옹기종기’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 물놀이장 근처에는 맨발 지압길과 농구장, 인라인 스케이트장 등 다양한 가족놀이공간이 함께 조성돼 있다.

   
▲ 양재천 하류의 습지.
특히 맨발에서 느끼는 자유로움과 약간의 고통을 즐길 수 있는 폭 2m, 길이 130m의 지압 코스길을 조성하여 산책 겸 발 마사지를 함으로써 혈액순환과 장(腸) 기능을 활발하게 도울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영동1교 왼쪽 둔치에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폭 19m, 길이 32m 농구장이 위치해 있고 다리 바로 밑에는 폭 35m, 길이 55m 인라인 스케이트장을 조성하여 한창 혈기왕성한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여가생활을 만끽 할 수 있도록 했다. 
[글·사진= 배철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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