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지자체 병입 수돗물서 아세트알데히드 등 유해물질 검출
판매 허용 전에 철저한 수질 안전성 검증 필요”



   
▲ 백영만(한국환경수도연구소 이사)

오는 10월부터 병입 수돗물 판매가 허용된다. 국민들의 수돗물 불신으로 음용률이 저조한 가운데 수질 안전성에 대한 관심은 날로 더해지고 있다.

이에 노후관 갱생을 지원하는 등 급수시설 관리를 강화하고 먹는 샘물, 정수기 구입으로 인한 가계부담을 줄이고자  병입 수돗물 판매가 시작된다.

병입 수돗물 판매는 노후 옥내 급수관으로 인한 수질 저하 우려를 해소시키고, 기존의 먹는 샘물보다 가격이 저렴해 적은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판매수익금은 수도개량사업이나 수돗물 품질향상에 재투자 할 방침이다.



가정 공급 수돗물과 생산과정 달라

수돗물의 일반적인 생산과정을 보면, 먼저 수돗물을 취수해서 정수장에서 약품을 주입해서 응집시킨다. 응집에서는 약품으로 부유물 등을 엉기게 해 가라앉힌 후, 찌꺼기를 뺀 깨끗한 상등수는 여과지로 통과시켜 염소를 투입시킨 후, 정수지에 저장한다. 최종적으로 배수지에 저장된 물을 펌프로 시내에 공급하는 것이 수돗물의 공정 과정이다.

그런데 병입 수돗물은 이와 같은 생산과정과 다른 형태로 생산된다.  먼저 대다수의 병입 수돗물은 정수과정을 마친 후에 한 번 더 활성탄으로 정수하고, 또한 소독 시에 일반적으로 수돗물에 사용하는 약품과는 다른 소독약품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것을 페트병에 담는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지자체에서 병입 수돗물을 만드는 과정이다. 또 다른 지자체는 정수해서 나온 수돗물을 그대로 페트병에 담는 곳도 있다. 현재 병입 수돗물 제조과정은 이렇게 두 가지로 이원화되어 있다.

우리는 병입 수돗물 수질 안전성 확보방안을 위해 △일반 수돗물에 재처리를 한 병입 수돗물 △수돗물을 정수한 후 바로 담은 병입수 △화학적 처리를 하지 않은 샘물 세 가지 병입수를 보관기간에 따라 수질변화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서울특별시, 한국수자원공사, 대전광역시, 인천광역시 각각의 지자체별로 소독제를 비교해본 결과, 각 지자체 모두 수돗물로 사용하는 물의 소독제는 동일하게 액화염소(CL2)를 사용하고 있지만, 병입수로서 재처리 할 때는 각각 다른 소독제를 쓰고 있었다.

염소(Cl)로 소독한 것을 페트병에 넣으면 아무래도 소독약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에 소독효과는 같으면서도 약품냄새가 적게 나는 소독제를 쓰고 있었다. 재처리 약품으로 서울시는 차아염소산나트륨(Sodium Hypochlorite)을 사용하고 있었고, 수자원공사는 혼합산화제를 사용, 대전시는 별도의 재처리가 없었다. 인천시의 경우, 5월 중순 이전에는 별도 재처리를 하지 않았었는데 5월 중순 이후에 혼합산화제로 재처리하고 있었다.

보존기간 따른 수질변화 확인

수질 안전성과 관련해 병입 수돗물을 판매할 때 고려해야 할 점으로 첫째는 가정 수돗물과 병입 수돗물의 수질은 다르다는 점이다. 상수원수를 악품으로 정수해서 가정에 공급하는 것이 수돗물이다.

이것을 재처리하여 병입했을 경우의 수질은 다르다. 반면 재처리 한 물과 재처리하지 않은 물을 페트병 안에 넣어 비교를 한 결과 두 종류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수질이 점차 달라졌다.

두 번째는 수돗물 병입수와 다른 병입수와의 형평성 문제이다. 현재 먹는 샘물의 경우 화학적 처리를 못하게 되어 있다. 이유는 나름대로 수질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반면에 수돗물은 화학적 처리 없이 정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화학적 처리가 필요하다. 이런 경우 같은 병입수로서 먹는 샘물은 화학적 처리를 못하는게 원칙인데 반해서 수돗물은 허용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문제이다.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바틀드 워터(Bottled Water)'라는 제도가 있어 병입수에 어떤 물을 담아도 관계가 없다. 어떤 것을 담아서 판매하든 관계가 없고 국가에서 정하고 있는 수질기준만 충족하면 판매가 가능하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수돗물을 병입수로서 판매하는 것은 수도사업 측에게만 권한을 준 것이며 다른 사업자들에게도 Bottled Water가 확대 허용될 수 있다는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세 번째는 환경 부정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일차적으로 정수하는 가정공급용 수돗물과, 재처리를 하는 병입수용 수돗물과는 다르다. 수돗물이 이원화가 되는 것이다. 또한 수돗물하고 병입 수돗물의 수질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병입 수돗물을 공짜로 나눠주면 문제가 없지만, 돈을 주고 판매를 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져온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은 수돗물을 250원을 주고 살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가정에서 수돗물을 마시는 일이 벌어질텐데 이런 경우 환경 부정의가 발생된다. 정의로운 사회에서 정부가 예산을 들여 평등하게 나눠져야 할 물이 이렇게 이원화되는 것은 환경 부정의의 소지가 있다.

병입 수돗물의 수질 안전성 확보가 미흡한 가운데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에 따라 수질시험을 실시했고, 수돗물의 유통기한을 3개월로 가정했을 경우 수돗물 보관기간에 따라서 수질변화가 어떻게 되는지 조사했다.

따라서 실험기간은 3개월 동안이며, 실험대상은 △활성탄으로 재처리한 물 △별도 재처리 하지 않은 물 △먹는 샘물 세 가지로서 그대로 병에 담아 비교했다. 200개씩 각각 따로 시험해서 3개월 동안에 수질변화가 어떻게 되는지를 살펴봤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오늘 발표할 내용은 우리가 5월 6일부터 시작해서 16일 동안 조사했던 결과이다.

흔히 물에서의 건강은 주로 소독 부산물에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수돗물은 소독제 처리를 하는데 소독제 처리는 결국 화학처리를 말한다. 따라서 소독제 처리로 인한 소독부산물이 어떠한 변화를 보이는지는 우리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우리가 수도꼭지에서 사용하는 수돗물의 경우, 정수된 후 물을 마시기까지는 2∼3일 만이면 마실 수 있다. 반면, 병입수 같은 경우 3개월 가량이 유통기한이므로 생산한 지 얼마나 지난 물을 마시게 되는 건지 알 수 없다. 일반적으로 생수 같은 경우 6개월에서 1년까지도 유통기한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따라 소독부산물이 보관기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

활성탄, 물 속 유해물질 걸러내

페트(PET)병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제품이기 때문에 화학적 처리를 한 물을 페트병에 넣으면 반응을 일으켜 환경호르몬 물질이나 기타 다른 유해화학물질이 용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보관기간에 따른 소독부산물로 인한 수질변화를 살펴봤다.

활성탄 처리를 하고, 염소가 아닌 다른 소독약품으로 재처리한 A시의 병입 수돗물과 별도의 재처리 없는 일반 수돗물을 병입한 B시의 물 두 종류를 비교했다.

   
▲ 활성탄 및 소독 재처리를 한 A시의 병입(페트병) 수돗물은 7일이 지난 뒤, 재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B시의 제품은 5일 경과 후 유해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각각 검출됐고, 시간이 지나면서 양이 증가했다. 사진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생산, 행사장 등에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병물 수돗물.


처음 정수장에서 수돗물을 만들 때 염소처리를 하고 나면 잔류염소가 높다. 왜냐하면 정수장에서 가정까지 가는 사이의 세균발생이 일어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염소를 충분히 주입하기 때문이다.

잔류염소가 남아 있으면 맛이나 냄새 등의 품질은 떨어진다. 그래서 B시 같은 경우 정수장에서 병입수를 시작하기 전인 4월의 잔류염소 농도수치는 0.92mg/L이었지만, 병입수를 만들면서 이것을 0.27mg/L 정도로 낮추었다. A시의 경우는 잔류염소 0.61mg/L 정도를 0.11mg/L로 낮추었다.

활성탄은 물 속에 들어있는 유기화학물질들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소독부산물은 물 속에서 소독약품과 다른 물질이 결합해서 생긴 부산물인데, 이 부산물은 △염소 투입량이 얼마나 되는지 △물 속에 들어 있는 유기물질이 얼마나 되는지 △염소와 유기물질과의 접촉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온도에 따라서 소독부산물량이 크게 차이 나는 등 네 가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과망간산칼륨소비량이 많은 것은 물 속에 유기물질이 많은 것을 의미하는데, 활성탄으로 처리한 A시 같은 경우에는 활성탄을 처리하지 않았을 때는 0.95mg/L가 바로 검출됐고, 활성탄을 처리했을 때는 0.3mg/L 이하의 정량한계 미만이었다. 반면 일반 수돗물인 B시의 경우는 정수장 정수물 초기의 과망간산칼륨소비량은 1.65mg/L가 나왔는데 병입 수돗물은 1.11mg/L가 나왔다.

트리할로메탄(THMs)이라는 발암물질은 A시가 0.0112mg/L 나왔다. B시는 0.0378mg/L가 나왔다. 이외에도 전반적으로 B시가 A시에 비해 소독부산물이 많이 나오는 결과를 보인다. 염소 투입량이 많으면 유기물질이 많아지고 그렇기 때문에 소독 부산물이 많이 나오는 것이다.

이 소독부산물이란 것은 앞에서 언급한 네 가지 요인에 따라서 양이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는데 이 결과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유기물질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로 물을 페트병에 넣었을 때는 소독부산물이 매우 증가한다는 것이다. 초기 상태보다 더 증가하게 된다. 클로랄하이드레이트의 경우 B시에서 초기가 0.01mg/L였는데 5일이 지나고는 0.03mg/L로 3배가 증가했다.

A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7일 이후 3배로 증가했다. 이와 같은 결과를 종합해보면 수돗물을 재처리하지 않고 페트병에 넣는 것은 소독부산물을 증가시켜 건강에 위해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먹는 샘물을 검사한 결과, 먹는 샘물은 물리적 처리만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독부산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병입 수돗물에는 소독 잔류가 발생될 수밖에 없는데 얼마만큼 재처리를 해야 하는지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결과로는 활성탄 처리까지는 해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수질기준을 초과할 수도 있다.

유해물질 검출 원인 조사 필요

화학처리를 한 물은 페트병과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위험한 물질들이 생성되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검사한 결과, 흔히 젖병에서 많이 나오는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는 다행히 A시나 B시나 모두 검출되지 않았다.

특이 사항은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이 초기에는 검출이 않다가 7일째부터 A시에서 검출됐다. B시도 5일째부터 검출됐다. 이 물질은 특히 시간이 경과됨에 다라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 원인에 대한 추가적인 보완조사가 요구된다. 반면 먹는 샘물 제품수는 14일 경과시 까지 검출되지 않았다. 아세트알데히드는 환경호르몬 물질인데 수질기준이 없기 때문에 이 수치가 어느 정도의 위험성이 있다고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이 인체의 어느 곳에 위험하다고 하는 것도 알려진 바가 없다. 그래서 앞으로도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아세트알데히드의 검출원인은 두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예전에 먹는 샘물에서도 아세트알데히드가 검출됐다고 신문에 보도된 적이 있다. 이는 소독약품 때문이 아니라 용기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불량품이 나온 것이기 때문에 아세트알데히드가 검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하나는 소독부산물이 변질 된 것이거나 소독부산물들이 페트병의 화학적인 단계에서 물에 용해될 수도 있다. 페트병이 원인인지 아니면 소독약품 때문인지는 더욱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DEHP, DEHA, 스틸렌 및 포름알데히드 등의 물질들은 검출되지 않았다. 아세트알데히드의 경우 A시는 7일 경과 후, B시는 5일 경과 후에 검출됐다. 특히 시간이 경과됨에 따라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 원인에 대한 추가적인 보완조사가 요구된다. 반면 먹는 샘물 제품수는 14일 경과 시까지 검출되지 않았다.

병물 수돗물 수질 안전성 검증 필요

정부에서는 병입 수돗물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정부에서도 정책적인 것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수질 안전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가진 다음에 전체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수도사업자 입장에서는 재처리한 물과 재처리하지 않은 물을 이원화시켜서 공급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페트병을 판매하는 것이나 가정에서 마시는 것이나 결국은 동일한 수질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부는 병물 수돗물 판매 허용에 앞서 수질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직원이 시민들에게 서울시 병물 수돗물인 ‘아리수’의 수질 안전성 검사를 해주고 있다.


또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병입 수돗물의 수준으로 정수장의 수질을 향상시킨 후에 병입 수돗물을 판매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연구기관에서는 정밀히 조사돼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 조사들이 활발하게 이뤄져 병입 수돗물 수질 안전성 검증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현재 저희가 하고 있는 보관기간에 따른 수질변화 조사는 추후 정밀한 조사가 수행돼야 하는데 정부 차원에서도 수질 안전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병입 수돗물을 10월부터 시판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10월이면 지금 많이 남아있지 않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정밀조사를 착수해서 수질 안전성을 빠른 시일 내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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