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물 수돗물’ 판매 허용은 시기상조
수돗물 수질 향상·철저한 관리 통한 신뢰 확보가 급선무
수질안전성 확보 매우 중요…소독부산물 감소방안 연구 필요

 

   
▲ 지난달 2일 국회에서 열린 병입 수돗물 판매 허용과 관련한 국민대토론회에서는 남상호 건국대 명예교수, 문경환 고려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주두수 법무법인 경원 변호사 등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하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지난달 2일 국회에서 한나라당 정진석 의원과 (사)한국소비생활연구원(원장 김연화)이 공동주최한 병입 수돗물 판매 허용과 관련한 국민대토론회에서는 △남상호 건국대 명예교수 △문경환 고려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주두수 법무법인 경원 변호사 등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하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토론자들은 병입 수돗물 판매 허용에 대해 시기상조, 소독부산물 감소방안 연구 필요, 수돗물 수질 향상 및 국민 신뢰 확보가 우선 등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상수도 개선에 전력투구해야

   
▲ 남상호(건국대 명예교수)
■ 남상호 명예교수   정부가 병입 수돗물 판매를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의견을 수렴하겠다고는 했지만 벌써 고시까지 내놓은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1900년대 초 수상학을 만들어서 사대부를 대상으로 수돗물을 공급했다. 그 당시의 수돗물은 사대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던 것인데, 병입 수돗물의 판매도 이와 다를 바 없는 정책이라고 보여진다.

병입 수돗물을 판매하겠다는 것은 사대부 계층의 사람들만 사서 마시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즉,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에게 평등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우리나라 상수도가 가야할 길이며 정책인지, 우리가 뒤돌아 봐야 할 때이다.
이번 병입 수돗물 시판의 취지와 동기가 무엇인지 매우 궁금하다. 예를 들어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먹는 샘물 업체를 제지하기 위한 취지인지 또는 광고 목적의 취지인지, 관망 및 저수조에 의한 수질저하 문제들을 잠재우기 위해서 급하게 내세우는 대책인지 그것은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다. 어쨌든 이로 인해 가지지 못한자의 실제 사회적인 박탈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수돗물을 재처리해서 병입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넌센스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병입수를 이용하는 상황은 필요악의 여건일 경우이다.
농약으로 또는 하수로 오염된 지역에서 지하수는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농촌지역의 사람들이 주로 병입수를 많이 사용한다. 이에 수돗물을 간편하고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수돗물을 병입수로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수돗물을 보건복지부에서 관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상수도를 계획하고 수질관리를 한다. 미국은 환경청에서 각 주의 보건부를 뒷받침 해주는 지원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보건복지가족부에서 관여하지 않고 환경부에서 수돗물을 관장하고 있다.

수돗물의 환경과 보건의 역할은 확실히 다른데도 말이다.

WHO(세계보건기구), UNEP(국제연합환경계획) 등 국제기구가 있다. 수돗물의 수질은 WHO에서 지침을 주고 있다. 따라서 수돗물의 관리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참여가 필요한 분야이다. 환경 쪽에서는 상수원수 또는 지하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보건 쪽에서는 수질이나 위생관리를 주로 하지 않는 한 시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수질관리, 먹는 물 관리를 환경 쪽에서 관리하는 경우는 없다. 대부분이 보건 쪽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수질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관련이 되어있는 만큼 수질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병입 수돗물로 인해 발생되는 폐기물, 운반 시설, 운반에 소요되는 비용을 생각하면 에너지 절약의 측면에서도 병입 수돗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현재 잠정적으로 고시가 된 것을 우선 해제하고, 상수도 개선에 전력투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정부의 고유한 전문성을 발휘해서 상수도의 발전을 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을 끓여 먹는 것과 정수하는 것 등 어느 것도 현재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이 없다. 따라서 수돗물을 안전하고 맑은 물로 발전시키는 방법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 

수돗물 불신감부터 해소시켜야

   
▲ 문경환(고려대 보건대학 교수)
■ 문경환 교수    우리나라 수돗물 수질이 많이 개선됐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최종 소비단계에서 배수관망이 문제라고 생각된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수돗물 판매 정책은 우리가 어느 정도 수돗물이 깨끗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식을 현 정책에 반영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현재 병입 수돗물을 마시기 좋은 수돗물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돗물과 조금 다른 공정, 즉 고도처리 공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면 그 생산과정도 공개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의 수돗물은 과연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판매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에 있는 정수처리에서 나아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활성탄이나 염소 대신에 차염소산나트륨과 같은 것을 쓰는 방식으로 소독부산물을 감소시킬 수 있는 대안이 있지만 이 또한 더욱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내가 속한 학교 보건소에서도 ‘수돗물은 안전하고 맛있는 물입니다’라는 홍보 책자를 나눠주는 것을 보았다. 서울시에서 수돗물 ‘아리수’를 가지고 시음행사를 가졌는데 시음결과 맛있다는 답도 많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학생들은 그 물이 차염소산나트륨과 활성탄을 갖고 다시 새롭게 만들어낸 정수 수돗물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 사실을 알고 난 후에 수돗물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은 더 높아지고 반발을 하는 의견들이 많아졌다.

환경부나 특·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병입 수돗물을 이야기할 때 외국의 예를 들어 설명하면서 “병입 수돗물을 판매하는 외국처럼 우리도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서 판매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외국은 우리의 상황과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유학 중에 CNN방송을 보던 중 광고에 펩시콜라에서 만든 병에 ‘이 물은 수돗물에 의해서 만들어졌습니다’라는 광고문구가 있었다. 이 광고 문구가 나올 당시 다른 경쟁업체에서 문구를 삭제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한다.   
 
수돗물을 넣었다고 하는 것은 경쟁논리에 어긋날 만큼 큰 메리트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는 곧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수돗물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한번 더 처리하는 과정을 거쳐 소비자들을 신뢰도를 더 높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수돗물에 대한 불신감 해소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그 다음으로는 페트병 사용량이 많아지면 환경오염도 자연스레 증가한다. 미국 같은 경우는 지금 펩시콜라, 코카콜라 등에서 사용하는 페트병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재는 캔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페트병의 사용을 공공재를 이용하는 것에는 사용할 수 없게끔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수돗물에 대한 큰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병입 수돗물 판매를 하루에 85병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85병이라는 것도 비상용으로, 부득이 한 경우에만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외국의 사례들을 살펴보았을 때 페트병 병입수 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많은 문제점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병입 수돗물 사용으로 인해 가게의 부담이 증가될 것이다. 현재 가정용 수도요금이 ㎥당 320원에서 790원까지 있다. 병원용 같은 경우는 800원에서 1천250원 가량으로 되어 있는데 병입 수돗물을 판매한다면 최소한 500mL에 200원 가량은 받아야 생산원가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되면 서민 가게에도 부담을 주게 될 것이다.

국민에게 이중부담 주지 말아야

   
▲ 이정수(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
■ 이정수 사무총장   직원들하고 점심을 먹으면서 “병입 수돗물을 판매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더니 10명 모두가 “누가 사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먹는 샘물의 500mL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싼 것은 300원짜리도 있고, 280원짜리도 있다. 수돗물을 병입해서 팔면 원가가 200∼300원대라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먹는 샘물과 거의 비슷한 가격으로 경쟁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경쟁력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김연화 원장께서 말씀하신 소비자가 평상시 마시는 물이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수기 물을 먹거나 수돗물을 끓여 마신다. 아니면 생수를 사서 마신다.

정부가 병입 수돗물을 판매한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서울시 관계자들은 ‘수돗물을 집에서 그냥 마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아리수’라고 나눠주던 물은 한 번 더 활성탄 등을 통해서 정수한 물이었다. 소비자들은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집에서 나오는 수돗물은 먹을 수가 없는 물일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병입수를 판매한다는 것은 남상호 교수께서 사대부를 예로 들어 말씀했듯이 생활형편이 어려운 소비자들은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은 설거지나 세탁, 목욕 등의 생활용수로 밖에 쓸 수 없는 물이다.

이것은 수돗물을 마시는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따라서 수돗물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해서 소비자들에게 신뢰성을 준 후에, 병입 수돗물 판매를 허용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소비자단체에서도 수돗물을 맛있다고 했다는데 그것은 수돗물이 아닌 ‘아리수’를 맛보고 이야기 한 것이다. 이런 경우 소비자들은 생수인 줄 알고 마시다가 ‘아리수’라는 것을 보고 집에서도 마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런 홍보효과를 노린 것인데 집에서 마시는 수돗물과 ‘아리수’는 다르기 때문에 그런 홍보효과는 이미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

수돗물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그것을 다시 병으로 판매해 소비자가 추가로 부담해서 구입한다는 것은 이중부담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에비앙’은 굉장히 비싸다. 그에 비해 값싼 물도 있고, 종류도 여러 가지다.

소비자들은 정수기물을 먹는 게 좋을지, 먹는 샘물을 먹는 게 좋을지, 어떤 종류의 샘물이 좋을지 등에 대한 선택의 혼란을 겪게 된다. 그런데 병입 수돗물이 추가된다는 것은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나 가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수돗물의 수질향상과 철저한 관리를 통한 신뢰확보가 우선 이행되어야 할 것이다.

준비 미흡한 정책 추진은 무리

   
▲ 주두수(법무법인 경원 변호사)
■ 주두수 변호사   물과 관련된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결국 수질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물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은 중요한 일인데 선택권이라는 것은 다른 무엇인가를 하나 더해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말이다.

일반 수돗물과 수돗물을 병입해서 판매하는 물은 다른 물이다. 선택권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봤을 때 선택권이 늘어났다고 할 수도 있지만, 같은 것을 놓고 모양만 다르게 해놓은 것으로 선택권이 보장됐다고 하는 것은 염연히 속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병입 수돗물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물은 달라야 한다. 같으면 성공할 수 없는 사업이다. 이제 더 이상 환경부도 수돗물과 병입 수돗물이 같은 것이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당연히 수돗물은 이원화 될 것이다. 먹는 물은 병에 담아서 나오는 물이고, 생활용수로 쓰는 물은 가정에서 나오는 물이라는 것을 당연한 명제로 생각한다. 또한 병입 수돗물을 판매해서 수익을 남기겠다는 것은 이뤄지기 어려운 목표이다.

“수도사업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면서 동시에 국민들의 불신이 깊은 사업”이라고 박석순 교수께서도 말씀했듯이 사업에는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이 있고, 잘해야 본전인 사업이 있다.

수도사업은 후자 쪽에 속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수익을 내는 것이 어려운 사업이다. 따라서 병입 수돗물로 돈을 벌어서 수도사업에 재투자를 한다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먹는 물 정책의 근간은 취수에서부터 가정에 이르기까지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목적임을 밝히고 있다. 그것에 힘을 쏟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다른 업자들에게 가해지는 부당함은 어쩔 수 없다.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것이 근본목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입 수돗물 시판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집에서 수돗물을 깨끗하게 받아먹을 수 있는 정책목표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에서는 가정으로 공급되는 수돗물에 주력할 것인지 병입 수돗물에 치중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먼저 있어야 한다.

집에서 먹어도 되느냐, 먹지 못하느냐를 논하기 전에 적어도 정부가 이제는 병입 수돗물에 주력하겠다는 선언이 먼저 있고 난 후에 판매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수도법」 개정으로 인해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사람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결국 의도하지 않았건 의도했건 수도사업자가 가장 큰 수혜를 받게 된다. 물을 사먹으면 되니까 조금 미미하더라도 수도사업에 관련한 불만은 덜하게 될 것이다. 부수적으로는 용기제조업자들에게 이익이 갈 것이다.

우리나라는 공공관리법으로 물을 관리하고 있는데 현재는 병입 수돗물에 대해 화학적 처리를 일체 허용하고 있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화학적인 소독이나 염소 등의 물질이 어떠한 작용을 일으킬 지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위험성을 최소화시키겠다는 다짐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는 문제이다.

앞으로 수도사업자만이 화학적 처리를 할 수 있는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수도업자 외에 병입 수돗물의 화학적 처리를 하겠다는 사람들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준비가 미흡한 시점에서 굳이 이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은 무리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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