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이들을 정말로 사랑한다면…

   
▲ 데이비드 스즈키 지음|이한중 옮김|나무와숲 발간|427쪽|값 16,000원
올해 고온·집중호우·대형 태풍 우려, 엘니뇨로 지구촌 겨울 기상 이변, 기상 관측 100년만 ‘가장 따뜻한 겨울’, 인도네시아, 2030년 해수면 상승으로 섬 2천 곳 수몰, 에펠탑, 지구 온난화 경고 위해 5분간 소등, 빙하, 1980년대보다 빨리 녹는다….
최근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리는 지구의 기상이변 소식이 예사롭지 않다. 나무들을 마구잡이로 베어내고, 산을 깎아내고, 물길을 억지로 바꾸고, 땅과 물과 공기를 오염시킨 결과다. 그야말로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인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가뭄과 홍수, 폭설과 폭염, 태풍 등 기상이변으로 지구가 멸망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설령 그렇게까지 되지 않더라도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바라보는 것과 같은 세상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이들을 정말로 사랑한다면 그들에게 과연 어떤 세상을 물려주어야 할까.



대학 실험실 박차고 나와 환경운동가 된 데이비드 스즈키

오늘날 우리가 처한 지구 생태 위기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엿볼 수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갱.
저자는 우리나라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미에서는 유명한 방송진행자이자 환경운동가다. 세계적인 유전학자로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교수였던 저자가 정년이 보장된 교수 생활을 정리하고, 환경운동가가 된 것은 위기에 빠져드는 지구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책은 인간과 자연 등이 서로 연결되어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것을 잊고, 개발과 경제 성장에만 매달린다. 세계화된 경제가 우리에게 부와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신념을 품고 있다. 그래서 세계화된 경제의 치명적인 결함을 외면한다.
저자는 그러한 개발과 경제 성장이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파괴를 가져다 줄 것을 역설하고 있다. 아울러 유전학 분야의 오류를 지적하며 그것에 따른 과학과 윤리의 문제도 다룬다.
또한 텔레비전에서 벗어날 것을 권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가 자연 등과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의존하고 있으며,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한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직접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텔레비전이 직접 경험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구를 위한 우리의 실천 하나, 하나가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도 선사하고 있다.  

새로운 리더들은 제3세계와 여성, 청소년, 토착민들
저자는 우리가 생태계와 맞서 싸우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에게 희망과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사람들은 다름아닌 지금까지 힘없고 권리를 박탈당했던 집단 출신이다.
제3세계와 여성, 청소년, 노인, 토착민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는 다른 문제와 달리 환경 문제에서 특히 어린 세대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들이야말로 정부나 기업의 결정에 따라 가장 큰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은 선거권을 가질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1999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데이비드 스즈키의 딸 세 번스즈키(당시 13세)가 했던 연설은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래는 암울하지만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잿빛 미래가 푸르게 바뀔 날이 오지 않을까. 지구의 앞날이 걱정스러워서 2세를 낳지 못하겠다는 말이 나오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 세상 모든 어른, 특히 자녀를 둔 부모라면 반드시 읽어 보아야 할 소중한 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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