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철민 편집국장
지난달 하순부터 시작된 장마가 한반도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지역에 따라 많은 비를 뿌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국지성 집중호우나 많은 강수량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어느 순간, 어느 지역에서 피해를 낼지 알 수 없다.

장마철에는 재난에 대한 위험성도 그 어느 절기보다 높은 때로, 재난에 대한 경각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올해는 더욱 그러하다.

미얀마 사이클론이나 중국 쓰촨성 대지진 등 이웃 국가들에서 터진 대형 천재지변들과, 국내의 쇠고기 파동과 촛불시위, 그리고 정치권에 대한 민심 이반현상 등으로 나라가 어수선해 장마철 수해예방에 등한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풍수해 발생 특징은 강수량 증가와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풍수해는 2000년 이후 급증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916년부터 2006년까지 연도별 재해 피해액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1∼2006년이 모두 상위 10위 이내에 포함됐다. 연도별로는 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강타했던 2002년이 6조9천290억 원으로 최고를 기록했고, 태풍 ‘매미’ 등으로 2003년에 4조8천865억 원의 피해가 났다. 2006년(1조9천430억 원)과 2001년(1조4천190억 원), 2004년(1조2천853억 원), 2005년(1조737억 원)도 모두 피해액이 10위권에 들었다.

이는 장마철 집중호우,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뜻으로, 앞으로도 각종 자연 재난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풍수해에 대한 대비는 장마기간과 관계없이 상시적이어야 하며, 또한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해마다 되풀이되는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줄이려면 재해대책과 예산을 사후복구보다 예방에 치중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방재예산 사용 내역을 살펴보면 너무 비효율적이다.

최근 5년간(2001∼2005년) 복구비 대비 재해예방 투자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는 2001∼2005년까지 예방투자 사업비로 11조3천591억 원을 투자했고, 향후 5년(2006∼2010년)까지는 23조2천954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중 국내 예방투자 대비 피해복구 투자 비중을 보면, 최근 5년간의 복구비는 총 예방사업투자(11조3천591억 원)의 1.9배인 21조1천843억 원이 소요된 반면, 예방투자는 전체 방재예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4.9%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방재예산 집행내역을 비교해보면 총액(156조7천280원)은 우리나라(32조5천434억 원)의 4.8배, 예방사업투자비(137조7천160억 원)는 12.1배, 복구비용(19조110억 원)은 0.9배가 사용됐다.

이처럼 정부 예산이 예방보다는 복구위주로 편성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 예방사업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사전예방 중심으로의 국가방재정책의 전환이 시급하다.

게다가 ‘뒷북행정’과 늑장대처도 문제이다. 강원과 전남·북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수해복구 작업이 아직도 진행중이다. 물론 피해가 큰 만큼 복구에도 오랜 시일이 소용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복구가 채 완료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집중호우가 쏟아질 경우 피해는 더욱 클 것이다.

상습 수해 예상지역을 알면서도 늑장공사와 뒤늦은 수방대책으로 일관하다 피해가 커질 수도 있다. 또한 대비를 소홀히 하다 물난리가 난 뒤에 이재민 구호와 재해보상 추진 등 ‘사후약방문’격 처방에만 급급할 경우 지난 수십년간 겪은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다.

지금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장마전선이 자리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 발생한 수해복구공사가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지역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풍수해 대책을 철저히 세워 피해를 줄이기는커녕 더 키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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