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온천법’, 난개발·지하수 고갈·수질오염 부추겨

지하 500m 이상만 파면 온천…온천지구 전국 323개소로 급증

장복심 의원 “전국 온천 71%는 ‘끓인 물’·231곳은 30℃ 미만

 

전국에서 온천 시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2004년 말 현재 전국의 온천지구는 모두 323개 지역으로 전국 시·군·구(234개)마다 평균 1곳 이상 온천이 있는 셈이다.

전체 면적도 5천438만1천700평(온천원 보호지구 5천401만9천900평, 온천공 보호지구 36만1천800평)이 넘는다. 이는 가로 세로 200m 길이의 축구장 5천여 개 크기에 온천장 및 그에 딸린 숙박 시설, 상가와 식당 등 위락 시설을 메운 것과 같은 규모이다. 경상북도에는 무려 75곳이나 있다. 개발 면적도 여의도 면적(89만평)의 6배인 540만 평에 이른다.

그러나 과거 국내외적으로 천연 온천의 우수성을 인정받으며, 주요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던 온천의 명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온천이 난립한데다 난개발로 인해 국토 훼손, 지하수 고갈,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국민생활 수준의 상승과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레저산업이 호응을 얻고 있는 최근, 온천의 효능보다는 각종 부대시설에 만족하면서 가장 주요시설인 온천이 부가적인 요소로 인식돼 온천의 경쟁력 상실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

이렇게 온천의 난개발이 발생하는 이유에는 허술한 온천법과 기능성 온천문화가 정착, 이제 온천은 온천수만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시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즉, 다양한 오락 시설과 휴양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훌륭한 온천으로 인식되고 있어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국토 훼손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온천의 난개발 방지와 온천산업 발전을 위해 허술한 ‘온천법’을 강화시켜야한다”고 주장한다.


전국의 온천지구는 모두 323개 지역으로 전국 시·군·구(234개)마다 평균 1곳 이상 온천이 있는 셈이다. 전체 면적도 5천438만1천700평(온천원 보호지구 5천401만9천900평, 온천공 보호지구 36만1천800평)을 넘어섰다. 이는 가로 세로 200m 길이의 축구장 5천여 개 크기에 온천장 및 그에 딸린 숙박 시설, 상가와 식당 등 위락 시설을 메운 것과 같은 규모이다. 경상북도에는 무려 75곳이나 있다. 개발 면적도 여의도 면적(89만평)의 6배인 540만 평에 이른다.

강원지역 온천개발 ‘봇물’

■ 온천개발 현황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개발하고 있거나 영업 중인 전국 온천지구는 2001년 206곳, 2002년 277곳, 2004년 323곳 등으로 2000년 들어 온천개발이 급증, 매년 50곳 이상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도 전국에서 온천개발을 신청하거나 승인을 해주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강릉시는 해돋이 관광명소인 정동진 해안 남쪽에 위치한 강릉시 옥계면 금진항∼강동면 심곡항 일대에 광물질이 풍부한 온천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강릉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온천원 보호지구로 지정된 이 일대 87만여 평 중 1단계로 1만7천여 평에 대한 제 2종 지구 단위 계획 제안 신청서가 지난달 시에 접수됐다. 이를 제출한 J사는 1만7천여 평 중 9천400여 평에 종합온천장과 휴양콘도, 실버호텔, 펜션 등을 건립하고 나머지 부지는 도로, 주차장, 오수처리장 등 공공 시설 용지와 녹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 전국에서 온천시설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재정난 등으로 기반공사를 시작하자마자 중단되거나, 땅을 파헤쳐 놓은 상태로 방치된 곳이 수두룩하다. 장기간 방치될 경우 수백m 이상 박아 놓은 온천공을 통한 지하수 오염, 절개지 붕괴, 호우로 인한 토사 유출 등 추가 환경 파괴도 유발한다.

동해시 망상동 산 59번지 망상실버타운 인근 41만여 평도 온천지구로 지정되면서 온천관광지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동해시는 지난 5월 18일 망상그랜드호텔·망상실버타운 인근 41만7천여 평을 온천원 보호지구로 지정하고 민간 사업자가 온천원의 적절한 보호와 효율적인 이용 개발에 용이하도록 했다. 망상그랜드호텔은 온천원 보호지구로 신청한 41만7천여 평 가운데 1만여 평을 온천개발 면적으로 지정하고 호텔, 콘도, 상가, 주차장, 연수원, 골프연습장, 피크닉장, 실버타운, 체력 단련장 등 다양한 관광 기반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동해시의 한 관계자는 “망상온천지구에서 용출되는 온천의 수질은 중탄산나트륨, 염화나트륨, 약알칼리성을 함유하고 수온도 25.2∼26.2℃에 수량도 풍부한 것으로 나타나 온천지구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강원도 인제군 북면 한계리 일대의 온천관광지 종합개발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계 삼거리 일대에 온천시설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는 지난 3월 북면 한계리 1000-1번지 등 83필지 1만1천204평에 대해 온천공 보호구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 문장대 온천개발로 경북 상주시와 충북 괴산군 간에 갈등이 고조되자 장복심 의원 등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7월 14일 문장대 용화온천 개발지구를 방문, 온천개발지를 둘러보고 있다.

인제군도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 온천 종합개발을 유도하는 등 행정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다. 인제군은 장기적으로 내설악온천모텔, 한계온천모텔, 펜션, 휴게소 등을 갖춘 전국적인 온천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해 추가로 이 일대 9만 평에 대한 온천공 보호구역으로 신청하기로 했다.

충북 충주시 살미면 문강리 일대도 온천 휴양관광지로 조성된다. 문강온천개발추진위원회(위원장 이재학)는 지난 3월 문강온천호텔에서 지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주조합을 결성했다. 지주조합은 문강리 일대 25만 평(83만㎡)를 내년부터 2009년까지 504억 원을 들여 ‘웰빙 존’, ‘스포츠 존’, ‘온천숙박 존’으로 개발, 신개념의 웰빙·휴양형 관광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조합 측은 이를 위해 올해 개발계획을 수립, 승인을 얻는 한편, 환경·교통영향평가에 들어가고 내년에 실시계획 인가를 받아 공사에 착수키로 했다. 문강리 일대는 1993년 온천이 발견돼 이듬해 온천 지구로 지정됐으며, 지난해 ‘국토이용계획법’에 따라 관광휴양 개발지구로 전환됐다.

화산지역 제주도도 개발 ‘붐’

땅 속은 투수성이 커 열 보존능력이 떨어지고, 강우량도 많아 온천개발이 불가능했던 제주 지역에도 온천개발 붐이 일고 있다. 남제주군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산방산온천(주)이 제주 지역 최초로 지난 3월 개장했다. 이 온천은 지난 1989년에 제주에서 처음으로 발견하여 공사가 착공된 지 16년 만에 비로소 온천 이용이 현실화된 셈이다. 산방산온천은 온천공 3곳을 시추, 이 중 현재 온천탕에서 쓰는 물은 600m 깊이에서 하루 1천588톤의 온천수를 뽑아 올리고 있다. 8천여 명이 목욕할 수 있는 양이다.

25년 전부터 온천개발에 매달렸던 산방산온천 고정배 회장은 “산방산 온천수는 유리탄산과 나트륨 등 인체에 이로운 성분을 많이 갖고 있다”며 “성인병 예방은 물론 심장과 혈압에 좋으며, 혈당수치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일반 탄산온천에 비해 유리탄산 150배, 칼슘 70배, 중탄산이온 40배를 함유하고 있는 ‘중탄산 나트륨온천’임을 강조한다.

산방산온천 주변에는 펜션과 식당은 물론 온천수 수영장을 비롯해 온천의 치료기능을 이용한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탄산온천을 이용한 다양한 시설을 갖춘 온천단지를 조성, 본격적인 온천관광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산방산온천에 이어 제주의 다른 지역에서도 온천개발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접수된 온천 발견 신고 지역은 모두 10여건. 이 중 북제주군 세화·송당지구 등 5곳은 온천공 보호 지구 지정이 마무리됐으며, 남제주군 성산읍 오조리 등 2곳은 온천공 보호지구 지정 신청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 중 (주)핀크스가 서귀포시 호근동 삼매봉에 개발 중인 가칭 삼매봉 핀크스밸리 온천은 국내에서 가장 깊은 곳에서 뽑아 올린 온천수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곳의 굴착 심도는 무려 2천3m. 땅 속으로 한라산 높이(1천950m)보다 더 깊게 시추해 온천을 개발했다. 핀크스는 또 남제주군 안덕면 상천리에도 2천3m를 파 온천수를 발견했다. 이들 두 곳의 온천수 온도는 42℃로 일본의 광천분류법상 고(高)온천에 속한다고 핀크스 측은 설명한다.

핀크스 골프장 인근에 자리잡은 휴양형 주거단지 핀크스 비오토피아에는 이 온천수가 공급되고 있다. 핀크스는 앞으로 4천억 원을 들여 대형 노천탕과 온천 의료 시설을 설치, 온천휴양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북제주군 구좌읍 세화·송당온천지구도 현재 기반정리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곳의 온천 용출량은 하루기준 약 4천 톤. 연간 관광객 400만 명을 유치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다. 세화·송당 온천지구는 71만평에 민자 1조500억여 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온천시설뿐만 아니라 숙박, 휴양, 운동, 위락 등을 모두 갖춘 종합관광지로 조성된다.

제주도는 화산섬이지만 일본이나 뉴질랜드 같은 화산성 온천은 없다. 따라서 제주 온천은 육지와 마찬가지로 심부 지하수로 볼 수 있는 비화산성 온천이다. 지열에 의해 데워진 물을 뽑아 올려 쓴다고 보면 된다.
   
  온천망국 퍼포먼스 장면.

제주도광역수자원본부 고기원 박사는 “수천년 전 내려간 빗물이 지온에 덥혀 진 것이 제주도 온천수”라며 “온천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더라도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주-괴산, 문장대온천 갈등 재연

■ 방치실태
이처럼 온천개발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지역과 지역 간이나 재정난 등으로 기반공사를 시작하자마자 중단되거나, 땅을 파헤쳐 놓은 상태로 방치된 곳이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곳이 문장대온천 개발이다.

경북 상주시 화북면 중벌리 속리산국립공원 내 문장대 용화온천 개발은 경북 상주시 용화집단시설지구 지주조합이 지난 1995년 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그 해 12월 당시 자연공원법 업무를 맡고 있던 내무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부터 방류수질을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1ppm 이하로 관리하는 조건으로 공원사업 시행 허가를 받아 96년 8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그러자 하류 지역인 충북 괴산군민들 및 충북 지역 환경단체들은 “용화온천에서 방류되는 물이 1급수를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특히 온천개발로 인해 식수원이 오염 등 각종 환경오염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며 온천개발을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충북 지역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자 문장대 용화온천 개발지구 지주조합은 1999년 10월 환경부를 통해 온천개발을 반대하고 있는 충북도와 괴산군 등에 용화온천의 수계를 기존 남한강 수계인 달천강에서 낙동강 수계인 영강으로 변경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사업계획 변경안을 통보했다. 지주조합 측은 이 안을 통해 온천이 개발될 경우 남한강 수계인 충북 달천강으로 흐르게 돼 있던 당초의 물 흐름을 가압펌프를 이용, 낙동강 수계인 경북 영강으로 수계를 변경시켜 물이 충북 지역으로 흐르는 것을 차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충북 지역의 반발은 계속됐다.

특히 온천개발 허가를 둘러싼 충북도와 이 일대 하류인 괴산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 1996년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촉발된 이번 법정싸움은 재판부가 바뀔 때마다 엇갈리는 판결이 날 만큼 반전을 거듭해 왔다. 문장대 온천 개발과 관련 1996년 괴산주민들이 낸 시행허가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대구고법은 원고 부적격을 이유로 각하한 반면, 괴산주민들이 낸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청주지법은 이를 받아들이는 등 판결이 엇갈렸다. 결국 8년 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03년 대법원이 온천개발을 불허했다.

그러나 상주시는 지난해 7월 온천개발을 다시 허가해 줘 상주시와 인접한 충북 괴산군 간에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문장대온천 개발저지 괴산군 주민대책위원회’등 충북 지역 시민·환경단체들은 상주시가 지난해 7월 새로 승인한 온천관광지 조성사업 시행 허가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지난 1월 청주지법에 냈다. 또 괴산군의회 의원 등 10여 명은 지난 1월 18일 오후 상주시와 상주시의회를 방문해 “2003년 대법원 판결로 취소된 개발사업을 다시 승인한 것은 하류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을 무시한 것”이라며 항의했다.

그러나 상주시와 사업을 추진 중인 ‘문장대 온천관광지 개발 지주조합’ 측은 “당시 대법원이 문제점으로 지적한 오·폐수 처리공법 대신 최신 공법을 도입, 사실상 하류지역의 환경오염 우려는 없다”고 온천개발을 강행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상주시와 충북 괴산군 간에 갈등이 고조되자 장복심 의원 등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7월 14일 문장대 용화온천 개발지구를 방문, 온천개발의 문제점 및 온천법 개정에 따른 보완사항 자료수집과 자연훼손 및 하류 지역 토사 퇴적 실태확인, 환경파괴, 오·폐수 방류로 인한 하천오염 등 하류 지역 주민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 온천개발에 따른 문제점 등을 조사했다. 두 지역의 첨예한 입장차이 때문에 문장대온천 인근 주민들만 재산권 행사를 못하며 속을 태우고 있다.

재정난으로 공사중단 수두룩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 삼화리 329-1번지 화천 온천관광지 개발 및 주변 지역 관광지 조성사업이 15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화천온천개발추진위원회는 하남면 삼화리 일원에 탄산수소나트륨(Na-Hco3)성분의 온천수를 지하 700m에서 발견하고 지난 1990년 7월 온천을 발견, 2000년 10월 강원도는 이 일대를 온천 보호지구 지정과 76만2천㎡의 면적을 관광지로 지정했다.

위원회는 당초 283만㎡ 규모의 온천 및 관광지 조성계획을 세워놓고 민자 등을 유치해 온천관광지를 개발, 지역경기 활성화계획을 세워놓았으나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한데다 군의 재원조달 능력부족으로 각종 행정절차를 원활히 이행하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있다. 주민들은 “각종 선거 때마다 개발 공약으로 제시했던 화천온천개발이 군민 숙원인 만큼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며 군이 적극적으로 나서 사업추진을 가시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강릉시 관광 거점 지역 개발 전략의 일환으로 소금강온천 개발사업이 추진됐지만 온천원 보호지구 지정이 늦어지면서 사업 추진이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강릉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연곡면 송림리와 행정리 신왕리 일대 개발 면적 29만1천647㎡를 포함한 239만㎡에 대한 온천원 보호지구 지정을 강원도에 신청했다. 시는 개발업체인 소금강관광온천(주)이 작성한 온천원 보호지구 지정 신청 계획을 그대로 제출했지만 각 시설 지구별 구획 지정과 토지이용계획 수치가 정확하지 않아 같은 해 4월 강원도로부터 지구지정 계획 전면 재검토를 통보 받았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관련 계획 보완 미비로 온천원 보호지구 지정 신청이 지연되고 있다.

또 소금강온천지구 내에 들어설 예정이던 호텔과 목욕탕 건물도 지난 1997년 건축 허가가 제출된 뒤 착공에 들어갔으나 사업주와 토지주 간 이해 관계, 자금 문제 등으로 지하수 개발만 된 채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지난 1994년 170만㎡가 온천원 보호지구로 지정된 강원도 양양온천지구도 10년째 공사가 중단, 온천 시설만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강원도 영월군 삼옥리 일대 임야와 밭 3만5천 평은 1996년 온천관광지로 지정됐다. 2002년 시작된 개발은 사업비 부족을 이유로 중단 재개를 반복하다 지난해 2월 이후 완전히 중단됐다. 개발 이익을 기대했던 주민들은 “온천 조성이 오히려 피해를 주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1997년부터 835억 원을 투입, 공사가 한창이던 충남 천안시 목천읍 독립기념관 부근의 천안온천도 시행사인 고려개발(주)이 1998년 IMF를 맞아 공사 중단의 위기를 맞았다. 그 바람에 22만6천여 평 부지는 지난해 말 공사가 재개될 때까지 5년 이상 폐허처럼 방치돼 있었다.

지난 1987년 2월 경남도로부터 온천지구(22만5천300㎡)로 지정받은 거창군 가조온천지구도 1995년 3월 부지조성 기공식을 가진 이후 IMF로 시공사 부도로 10년 간 공사가 중단된 상태. 최근 환지계획 처분승인이 남에 따라 본격 개발될 전망이지만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계룡산 자락인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 온천지구(32만5천772㎡)는 1987년 온천지구로 지정돼 나무 등을 베어내고 부지조성을 마쳤지만 IMF와 경기 침체로 종합온천장과 상가, 스포츠 센터 등 당초 계획됐던 주요 시설물은 들어서지도 못한 채 식당 3곳과 모텔·여관 10곳만 들어서 ‘러브호텔촌’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처럼 재정난 등으로 전국에서 공사가 중단된 온천개발은 수십 곳에 이른다.

한해 무려 1억7천만 톤 사용

■ 지하수 고갈·수질오염
더 큰 문제는 온천개발이 재정난 등을 이유로 장기간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장기간 방치될 경우 수백m 이상 박아 놓은 온천공(孔)을 통한 지하수 오염, 절개지 붕괴, 호우로 인한 토사 유출 등 추가 환경 파괴도 유발한다. 앞으로도 재정난 등으로 휴업을 하거나 공사 중단상태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온천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더욱이 온천의 특성상 평지에 위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므로 엄청난 면적의 산림이 온천개발로 고스란히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치 좋은 경주 보문 온천, 천안 목천면의 온천개발단지, 속리산 주변의 문장대, 용화온천 개발 등 전국의 수많은 국립공원 주변이 온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은 자연의 훼손뿐만 아니라 재생능력까지 억제시키고 있는 것이다.

온천 난개발로 인한 지하수 자원 고갈, 수질오염 피해 등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복심 의원(열린우리당)은 행정자치부의 온천현황 자료를 분석, 그 결과를 지난 7월 7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국 온천에서 하루 평균 사용한 온천수는 46만6천119톤으로, 지구당 하루평균 1천443톤 이상을 사용했으며, 전국에서 1년 동안 사용한 온천수만도 무려 1억7천13만3천435톤에 이른다.

수질오염의 피해도 심각하다. 온천에서 발생하는 오·폐수의 양이 처리능력을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온천지구 면적만 280만여 평에 달하는 충주호 변의 무리한 온천개발로 인해 하루에 대략, 3만6천여 톤의 오수가 충주호로 쏟아져 들어가고 있으며, 이는 1천5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상수원 오염으로 이어져 중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전문가들은 “이런 식으로 온천개발이 앞으로도 이뤄진다면 지금도 여름철이면 녹조현상에 시달리는 충주호의 수질보호는 아예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온천 개발지구가 대부분 환경오염의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곳들이어서, 1급수 청정수를 자랑하며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었던 곳들이 온천에서 흘러나온 오수로 인해 각종 수상 동·식물들의 씨를 말리고 있는 현실에 처해있다.

대부분의 온천, 원수 끓여 제공

■ 현행법의 맹점
수온이 난개발 원인 온천의 난개발이 발생하는 이유에는 미흡한 ‘온천법’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 ‘온천법’의 제 2조를 보면 ‘온천’이라 함은 “지하로부터 용출되는 25℃ 이상의 온수로서 그 성분이 인체에 해롭지 아니한 것을 말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목욕탕 관련법이 가진 수질기준 5가지 항목보다 낮은 수준이며, 단지 온도 규정과 성분규정 1개씩만 갖고있는 것이다. 따라서 땅 속으로 10m를 들어가면 0.9℃씩 높아지는 물의 특성상, 깊게만 파면 수온 규정은 맞출 수 있다. 지자체가 마음만 먹으면 개발은 ‘누워서 떡먹기’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이 온천수가 풍부한 곳에서 온천개발을 지정 받는 것은 전혀 어려움이 없는 현실로 난개발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토 훼손과 직결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런 온천법이 또 문제가 되는 것은 과거 유명 온천 지역의 대외적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데 있다.

한 때 최고의 천혜 자원임을 자랑하며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인기를 누리던 국내 유수의 온천지구들은 과거 온천만으로도 지역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었으나, 이제는 빈약한 온천법으로 인해 무분별한 개발로 전국 각지에 온천이 난립, 경쟁력 상실로 온천사업의 퇴보는 물론 지역발전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온천업계에서는 “허가 기준의 수온이 너무 낮아 웬만한 지역에서는 온천을 보유 못한 곳이 없을 정도로 난개발을 부추기고 있다”며 “어느 정도의 ‘온수’면 ‘온천’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장복심 의원이 행정자치부에 요구하여 분석한 ‘온천현황’자료가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장 의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323개 온천지구 중 71.5%에 달하는 231곳이 온천수 온도가 30℃에도 미치지 못한 원수를 끓여 제공하는 ‘끓인 물 온천’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천수 온도가 30∼35℃인 곳은 54곳, 35∼40℃인 곳은 19곳으로 각각 집계됐고, 40℃가 넘는 온천은 전체의 5.9%인 19곳에 불과했다.

또 전국 온천공은 평균 지하 701m 깊이에서 하루 46만6천119톤씩 연간 1억7천13만톤을 뽑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온천공 깊이가 600m를 넘지 않는 곳은 전체의 26%에 그쳤고, 900m 이상 지하로 파내려 간 곳도 37곳으로 11.7%에 달했다.

하지만 지하 700m 이하에서 나오는 지하수 대부분의 온도가 평균 25℃가 넘기 때문에 보통 그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배제 한 채 측정 온도만으로 개발이 인정되는 실정이다.

장 의원은 “지표수 평균 수온이 13℃인데 지하 100m 마다 2.5℃씩 지온이 상승하는 점을 감안해 땅을 깊게 파 마구잡이로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온도가 25℃면 온천으로 인정받는 현행법의 맹점을 노린 무분별한 개발”이라고 지적했다.

장복심 의원, 개정안 국회 제출

■ 법 개정 한목소리
미흡한 온천법으로 인한 난개발이 심화되면서 온천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동대 박창근 교수(토목공학과)는 “굴착 장비가 발달된 현대에서는 우리나라 어디를 보더라도 온천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서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온천 시설과 이로 인한 주변 지역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온천법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복심 의원은 무분별한 온천 개발과 이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온천개발의 기준을 강화하는 온천법 개정안을 지난 6월 2일 국회에 제출했다. 법 개정안은 ‘지하증온율(地下增溫率·지온의 지구 중심 방향으로의 단위거리 당 증감률)’과 성분기준을 추가해 온천 기준을 강화했고, 지하수 보전구역 내에는 온천원 보호지구와 온천공 보호구역을 지정하거나 변경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온천개발에 실패할 경우 굴착공의 원상회복 의무를 이행하도록 이행보증금 예치를 의무화했고, 온천 이용허가의 유효기간을 5년마다 갱신하도록 했다.

장 의원은 “온천에 해당하는 지하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법 규정이 온천 개발 위주로 편향돼 현행법으로는 지하수의 효율적 이용이 어렵고 환경보호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다고 판단해 법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발업자와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돼 개정안이 쉽게 통과될지는 의문이다.

환경연합, “온천 요건 강화하라”

환경운동연합도 온천법 개정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광범위한 온천법은 수많은 온천들이 난립할 수 있는 방패막이가 됐으며, 지하수 고갈과 오수 방류로 인한 환경파괴라는 폐단을 낳고 있다는 게 환경운동연합의 주장이다.

환경운동연합 물위원회 김낙중 간사는 “현재 등록된 된 전국 320여 개 온천 중 실재 개발 된 곳은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120여 개”라며 “개발 중단으로 굴착된 지하수가 그대로 방치 돼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확한 기준 없이 마구잡이로 개발된 온천 때문에 주변 농민들이 겪고 있는 물 기근 현상도 문제”라며 “정부와 각 지자체는 이 같은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환경운동연합은 온천법 개정에 대한 최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개정법률안을 전폭 지지하고 나섰으며, 온천 개발 제한과 사후 관리 등 구체적 발전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법의 목적에 ‘환경보전’을 명시해야 한다. 현행 온천법은 효율적인 온천 개발과 이용만을 장려할 뿐 개발 제한, 지하수의 보전과 관리 등 환경보전 측면은 외면하고 있다. 따라서 법의 목적에 환경파괴 및 지하수 오염 방지 문구를 삽입해 합리적인 개발, 이용과 동시에 환경을 보호하는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

둘째, 온천의 정의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온천의 정의에 ‘지하증온율’ 개념을 도입, 이를 차감 한 물의 순수 온도가 25℃ 이상인 온수를 온천수로 정의해야 한다. 또 인체에 유익한 구체적 성분 규정, 이 가운데 최소 1가지 이상의 성분을 함유한 지하수만을 온천으로 인정해야하며 더불어 성분을 객관적으로 평가 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셋째, 1일 온천수 사용량에 대한 철저한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 지하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지표수가 지하수로 유입되는 양을 계산한 후 그 양만큼만 사용해야 하나 온천 운영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온천 지하수를 과도하게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1일 온천수 사용량을 법적으로 규제하고 철저하게 감시, 지하수와 온천수의 양을 유지시키도록 해야 한다.

넷째, 지하수 보전 구역 내 온천개발을 제한해야 한다. 현행 온천법은 지하수 보전구역 내 온천개발을 허가하고 있어 오히려 지하수 부족과 오염을 조장하고 있다. 때문에 지하수 보전구역 내 온천원 보호지구나 온천공 보호구역을 지정할 수 없도록 하는 강제하는 규정이 요구된다.
   
▲ 온천문화가 발달한 일본은 온천법상 정한 지정 수온이 우리나라와 같지만 온천법에 수온에 따라 차이를 두고 있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일본은 온천을 3가지로 분류, 차별화를 둬 온천 명성을 살리는데 성공하였고, 세계적 관광상품으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의 야외온천.

다섯째, 온천 개발업자의 원상회복 의무 규정을 삽입해야 한다. 토지 굴착허가를 받으려는 온천 개발업자로부터 굴착 후 원상회복 의무를 규정해야 한다. 또 무분별한 굴착을 사전에 막고, 굴착 이후에도 오염물질이 지하수에 유입되는 것과 시추공을 방치하지 못하도록 강제 규정이 필요하다. 특히 이러한 규정의 실질적 효과를 위해 이행보증금 제도를 도입, 개발 포기 후 원상복귀에 사용해야 한다.

여섯째, 온천 이용허가의 유효기간을 규정해야 한다. 온천의 유효기간(5년 권장)을 규정, 일정 기간마다 온천허가를 갱신 할 필요가 있다. 온천허가 강제규정에는 온천수의 하루 사용량, 온천성분 분석, 온천 폐수 처리시설과 운영에 대한 조사 등이 포함 돼야 한다.

특색없는 온천자원 운용 경쟁력 상실

■ 제언
온천법에서 허가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온천 수온의 약화로 최고의 수질을 자랑하는 온천을 보유하고도 경쟁에서 뒤쳐지는 지역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온천 지역이 무차별적으로 늘어나는 것과 온천을 레저산업의 한 부분으로 인식, 효능보다는 기능에 초점이 맞춰지며 개발비용이 없는 지역은 온천 경쟁력에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돈 없으면 온천도 없다’는 공식이 성립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로 인해 재정이 열악한 지역은 소위 돈 되는 사업으로 눈길을 돌리며 온천을 방치하고 있는 형편이며, 자생력이 없는 온천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온천은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대명사가 아니라 새로운 아이템을 접목시킨 레저산업의 한 테마로 인식되고 있다. 각종 테마를 부각시켜 온천 관광객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는데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온천의 매력을 감소시키는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온천수의 우수성을 만끽하기 위해 전국의 유명 온천지를 찾던 일도 옛말이 된 것이다.

특히, 국민생활 수준의 상승과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레저산업이 호응을 얻고 있는 최근, 온천의 효능보다는 각종 부대시설에 만족하면서 가장 주요시설인 온천이 부가적인 요소로 인식돼 온천의 경쟁력 상실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아울러, 역사와 전통성을 자랑하던 기존의 온천은 점차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어 환경훼손뿐만 아니라, 온천을 관광자원으로 계승시키겠다는 취지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온천은 대중탕으로 전락해 존재하고 있다. 온천의 명성이 뒤쳐지며 심각한 후유증도 발생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서 온천 경쟁력이 상실되면서 기존의 영세 온천들이 대중탕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천혜자원 온천으로 한때 관광도시로서 명성을 날리던 유명 온천들이 특색 없는 온천자원 운용으로 경쟁력 상실에 빠진 결과다. 이에 대해 쇠락해 가는 온천을 살리기 위해서는 온천법 정비가 필수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온천 수온 조정 급선무

현재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지정한 온천 수온 기준은 평균 20∼25℃이다. 영국과 독일은 25℃ 이상, 미국은 21℃ 이상, 일본과 우리나라는 25℃ 이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온천처럼 높은 수온과 효능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세계적으로 온천문화가 발달한 일본의 경우에는 온천법상 정한 지정 수온이 우리나라와 같지만 온천법에 수온에 따라 차이를 두고 있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일본은 온천을 3가지로 분류, 지정하고 있는데, 25∼30℃까지는 저온온천, 36∼45℃까지는 중온온천, 45℃ 이상은 고온온천으로 차별화를 둬 온천 명성을 살리는데 성공하였고, 세계적 관광상품으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온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관계자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온천의 수온 조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기존 운영되고 있는 온천은 지정 취하를 할 수 없으니 일본의 사례처럼 등급 지정 등 차별화를 시도하고 앞으로 지정하는 온천에 대해서는 허가 기준 강화를 통해 엄격히 적용해야 우리나라의 온천이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러 부처로 나누어져 있는 온천 관리도 지하수 고갈 및 수질오염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온천법은 행정자치부가, 지하수법은 건설교통부가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수질오염을 유발시켜도 관할부처인 환경부는 권한이 없다며 뒷짐을 지고 있다. 온천개발과 그에 따르는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일원화가 시급하다. <배철민 기자> < /P> < /P> < /P> < /P>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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