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철민 편집국장
한국물환경학회는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환경전문가 650명과 전국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물환경 인지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항목 중 ‘물 문제 해결을 위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사안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전문가그룹은 89.8%, 일반시민 은 67.8%가 “물관리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물관리를 일원화하게 된다면 정부 어느 부서가 적합한가 '라는 설문에서는 환경부 54.7%, 별도의 독립된 기구 26.3%, 국토해양부 16.6%로, ‘환경부로 일원화’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현재 우리나라 물관리 체계를 보면, 홍수·가뭄 등에 대비한 강과 하천의 수량관리는 국토해양부, 강·호수의 수질관리는 환경부, 농업용수는 농림수산식품부, 상하수도시설의 인력관리는 행정안전부와 지자체, 발전용 댐 관리는 지식경제부 등 5개 부처로 분산되어 있다. 이외에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기상청 등도 관련돼 있다.

각 부처는 일선 집행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지방국토관리청과 유역(지방)환경청을 두고 있으며 한국수자원공사, 환경관리공단, 한국농어촌공사 등을 통해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물 관련 조직도 중앙부처와 마찬가지로 기능별로 여러 부서에 분산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부처마다 개별적인 수자원 정책을 세우면서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은 물론, 부처 이기주의적인 정책도 마련되고 있다. 국토해양부나 농어촌공사 등은 물 부족 현상을 위해 많은 댐이나 저수지를 만들려고 하지만, 환경부는 생태계 관리를 위해 환경영향평가에서 댐 건설에 부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먹는 물 관리도 마찬가지이다. 지방상수도, 간이상수도, 먹는샘물 개발·관리는 환경부 및 지자체가, 광역상수도와 지하수는 국토해양부가 관장하고 있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가 이원화돼 발생하는 누적과잉 투자액만도 무려 4조 원에 이른다. 그렇지만 평균 가동률은 광역상수도 48%, 지방상수도 55%에 불과한 실정이다.

도시의 경우 상수도 보급률이 97% 이상을 보이고 있지만 농어촌은 45%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직도 400만 명에 달하는 농어촌 주민들은 관리가 취약한 간이상수도를 이용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농가들은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 수질검사를 제대로 받지 않아 건강을 해치기도 하고, 마구잡이로 개발한 지하수가 물이 안나오면 그대로 방치해 심각한 지하수 오염을 유발시킨다.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물 관리 체제를 일원화해야 하지만 국토해양부와 환경부는 서로 합리적인 업무조정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가뭄으로 인한 식수난을 놓고도 양 부처는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

사실 물관리 일원화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새로운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검토됐던 사안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물관리 일원화 방안에 대해 최종 확정단계까지 갔다가 17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해당부처 공무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들어서도 일원화 문제가 다시 검토됐지만,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맑은 물 공급을 위해 197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십조 원을 쏟아 부었다. 그렇지만 4대강의 수질은 아직도 1급수가 되지 못했고, 특히 낙동강 수질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원인을 현재의 물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한다.

인구의 80% 이상이 4대강 유역에 거주하는 우리나라에서 수자원이 지금처럼 허술하게 관리된다면 지금까지 겪었던 가뭄·홍수보다 몇 배 더한 물 재앙을 예상보다 훨씬 빨리 겪을 수도 있다.
물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물관리 부처를 일원화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국토해양부와 환경부의 부처 이기(利己)로 일원화가 힘들다면 물관리기구를 통합할 ‘물관리청’ 신설 방안을 정부·국회에서 논의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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