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천, 인체의 핏줄과 같은 역할

관리 소홀시 국토 병들고 그영향 결국 우리에게 되돌아와
정부·주민·NGO·기업체 ‘강 살리기 운동’ 동참해야

 

예로부터 강은 인류문명의 발상지로서 우리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고대 4대 문명인 이집트 문명은 나일강을,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유프라테스·티그리스강을, 인도 인더스 문명은 인더스강을, 중국 황하 문명은 양쯔강 등 큰 강을 끼고 있었다. 이처럼 강은 우리의 생활 그리고 문화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간과 동식물 생명유지와 생활, 농경과 산업 활동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자원인 것이다.

   
▲ 강은 인간과 동·식물 생명유지와 생활, 농경과 산업활동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자원이다.

우리 하천, 폭 넓고 기울기 완만

■ 강(하천) 특성  강은 과연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지구상의 물은 바다, 호수, 강, 지하수, 극지방의 눈과 얼음, 수증기 등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물을 나눌 때는 염분이 들어있는 마실 수 없는 물, 즉 바닷물(해수)과 염분이 없는 마실 수 있는 물, 즉 민물(담수)로 구분한다. 이중 바닷물이 전체 물의 97.2%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약 3% 정도가 민물인 것이다. 그러나 민물의 대부분이 빙산과 빙하, 그리고 지하수로 존재하므로 실제 강과 호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구 전체 물의 양 가운데 0.3%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적다.


하늘에서 내린 빗물과 눈이 녹은 물, 그리고 땅 속에서 솟아오른 샘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게 되는데, 처음에는 그 양이 적으나, 하류로 가면서 여러 물 흐름이 만나 개울을 만들고, 그것들이 합류하여 강을 만들며, 강은 다시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우리는 강을 또한 하천이라고도 부른다. 하천은 대개 산을 경계로 하여 따로따로 형성되는데, 예로써 대관령에 떨어지는 빗물이라도 동쪽으로 떨어지면 강릉 남대천으로, 서쪽으로 떨어지면 한강으로 흘러 들어오게 된다. 한반도는 면적에 비하여 크고 작은 강이 많이 흐르고 있다. 그 중에서 길이가 400km 이상이나 되는 큰 강만 따져봐도 압록강, 두만강, 대동강, 한강, 금강, 낙동강 등 6개나 된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는 이렇게 큰 강이 하나도 없는 것과 비교해 보면, 놀라운 일이다. 이처럼 한반도에 크고 작은 하천이 많이 발달한 이유는 바로 잘 발달된 산과 풍부한 강수량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하천은 우리나라의 분수령인 태백산맥과 함경산맥이 동해안 쪽으로 치우쳐 있어 서쪽으로는 길이가 길고, 방대한 지류를 갖춘 큰 강(하천)이 많이 흐르고 있지만, 동쪽으로는 두만강을 제외하면 서쪽에 비해 경사가 급하고 길이가 짧으며, 지류도 작은 하천이 대부분이다.


처음 막 형성되는 시기의 하천, 즉 사람으로 따져 볼 때 유년기에 해당하는 하천은 흐르는 길에 경사가 자주 변하게 되므로 절벽을 지날 때는 폭포, 경사가 급한 곳을 지날 때는 물살이 빨라지고, 주변보다 낮은 곳을 지날 때는 호수를 형성하면서 바다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하천이 오랜 세월동안 계속해서 흐르면 높은 곳은 침식에 의해 낮아지고, 낮은 곳은 상류로부터 운반되어 온 퇴적물에 의해 메워지면서 점차 폭포나 호수가 없어지고 결과적으로는 완만한 모양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하천의 지형적 특성은 폭이 넓고, 기울기가 완만하여 유유히 흐른다. 이는 사람으로 따지면 노년기에 접어들어 안정된 평형 하천의 성격을 갖고 있다. 또 강은 평지에 이르면 큰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데, 이러한 것을 ‘굽이’라고 한다. 굽이는 점점 커지고 넓어지는데, 이는 바깥쪽 강물이 빠르게 흐르면서 강가를 깎기 때문이다. 굽이 안쪽에서는 물의 흐름이 느려, 운반해 온 흙과 모래 등이 바닥에 쌓이게 된다.

   
▲ 우리나라 하천의 지형적 특성은 폭이 넓고 기울기가 완만하여 유유히 흐른다. 이는 사람으로 따지면 노년기에 접어들어 안정된 평형 하천의 성격을 갖고 있다. 큰 곡선을 따라 흐르고 있는 동강 전경.

강은 특히 홍수가 나면 많은 자갈과 모래, 진흙 등을 운반하며, 강이 바다에 이르면 물의 흐름이 느려져, 강어귀에 운반물질을 쌓아 놓는다. 얕은 바다에서는 이러한 물질이 두텁게 쌓이면, 더 이상 쌓지 못하게 되고, 그래서 좀더 먼바다 밑에 넓게 쌓이게 된다. 이런 이유로 강어귀 근처에, 많은 작은 물줄기가 있는 삼각형의 새로운 습지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우리는 ‘삼각주’라고 한다. 


선조들, ‘인생의 교과서’로 삼아

■ 강과 인간  강과 호수를 떠올리면 아름답고 잔잔한 전경을 떠올릴 것이다. 예로부터 물과 관련된 즉 크고 작은 강과 호수 그리고 바다 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정서와 생활환경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주고 있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강의 정경은 사람들이 시나 글을 지어 읊을 수밖에 없는 서정의 대상이기도 했다. 특히 우리 선조들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굽이굽이 이어지는 강줄기를 통해 삶에 대한 여유를 배우고, 삶의 도리를 깨치며, 인내와 화합의 정신을 가다듬는 ‘인생의 교과서’로 삼았다.

즉, 계곡·강·호수 등의 수변공간을 삶의 일부로 끌어들여 재구성함으로써 삶의 질을 추구하는 슬기로움이 있었다. 전통주택에서 생활용수와 정서공간 구성으로서의 우물과 연못은 당시 법도와 생활풍습 및 자연순리에 따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첫새벽 길은 우물물을 ‘정화수’라 하여 재앙을 쫓아내거나 복을 기원하는 신령스런 의미로서의 기복신앙이 서려 있기도 하다.

   
▲ 우리 선조들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굽이굽이 이어지는 강줄기를 통해 삶에 대한 여유를 배우고, 삶의 도리를 깨치며, 인내와 화합의 정신을 가다듬는 ‘인생의 교과서’로 삼았다. 또 진귀한 물자들은 대부분 강을 이용하여 수송했다. 정선군 아리랑제에서 옛날 뗏목운반을 재연하고 있는 모습.

한반도는 국토는 좁고 긴 편이며, 산세가 복잡하므로 면적에 비하여 강의 수가 많다. 압록강, 두만강, 한강, 낙동강, 대동강, 금강은 우리나라 6대 하천으로 두만강을 빼고 모두 황해와 남해로 흐르고 있다. 그 중 도시의 생명선인 한강은 태백산맥에서 시작하여 남한강과 북한강으로 나뉘어 흐르다가 양평군 양수리에서 모여져 서해로 흐른다. 물의 양이 풍부하고 강줄기가 여러 곳으로 흐를 뿐만 아니라 유속이 느리기 때문에 치수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예부터 한강은 서울로 향한 물길로 이용하기도 하였으며, 각 지방으로부터 임금에게 상납하는 진귀한 물자를 나르는 주요한 수송로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현재의 노량나루, 양화나루, 한강나루, 광나루 등의 주요 나루터 등이 과거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밖에 얼음창고, 농업용수, 어업활동에 이용하였다.

오늘날 강의 의미는 수송로로서의 의미보다는 가뭄과 홍수를 대비하고 여주, 김포, 이천 등지의 한강 유역 평야지대의 농업용수로 이용되고 있으며, 이에 전력생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다목적댐(소양강댐, 팔당댐, 충주댐, 대청댐 등)을 건설하여 효과를 보고 있다. 

생물들에게 서식처 제공

 ■ 서식 생물  우리나라에서 연중 수량이 풍부한 하천을 강(江), 계절적으로 수량 변동이 삼한 하천을 천(川), 시냇물과 같은 급류를 계류(溪流)라고 한다. 유속이 빠른 계류로부터 차츰 유속이 느려지며 어느새 평지에 도달하여 이뤄지는 강에는 돌, 모래, 진흙 등이 쌓여 있어서 다양한 생물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한다. 강은 상류로부터 하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식지 변화를 보인다. 따라서 지소에 따라 서식하고 있는 종의 모습도 다를 수밖에 없다. 상류에는 주로 버들치, 버들개, 갈겨니, 꺽지, 돌고기, 열목어, 금강모치, 산천어, 쉬리 등의 계곡의 생물상과 비슷하며, 중류에는 가물치, 가시납지리, 갈겨니, 기름종개, 동사리, 미호종개, 백조어, 버들붕어, 북방종개, 쏘가리, 얼룩동사리, 왜몰개, 줄종개, 참종개, 퉁가리, 퉁사리, 피라미, 황쏘가리 등이 서식한다. 하류에는 가시고시, 강주걱양태, 강준치, 날망둑, 눈불개, 대농갱이, 동자개, 메기, 모래무지, 밀자개, 웅어, 잔가시고시, 종어, 한둑중개, 황어 등이 살고 있다. 

   
▲ 강에는 상류에서 하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식지 변화를 보여 지소에 따라 서식하고 있는 생물종의 모습도 다양하다.

모두 바다에서는 볼 수 없는 종들이다. 바다와 강에 사는 물고기의 종이 다른 것은 염분 농도 차이에 의한 서식지 환경의 차이 때문이다. 그러나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잘 적응해 사는 종이 있다. 구굴무치, 국수뱅어, 꺽정어, 꾹저구, 날개망둑, 대황어, 도화뱅어, 두줄망둑, 말뚝망둥어, 모치망둑, 문절망둑, 미끈망둑, 뱅어, 벚꽃뱅어, 빙어, 실뱅어, 싱어, 젓뱅어, 줄공치, 풀망둑, 흰발망둑 등이 그러하다.


호수는 강처럼 물이 흐르는 곳이 아니라 물의 양이 항상 일정하고 흐름이 약하기 때문에 기온이 올라가면 물의 온도도 올라가게 된다. 그래서 잉어, 붕어 등의 주로 온수성 어류가 살고 있다. 그러나 같은 호수인데도 수심이 깊은 소양호 같은 곳에서는 수온이 낮아 빙어 같이 찬물에 사는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강이나 호수의 바깥쪽은 물과 땅이 만나는 곳으로 서식하는 생물의 종류가 가장 다양한 곳이다. 이 곳에는 식물들이 주로 살고 있다. 이런 곳에는 수초와 같은 식물체가 자라면서 햇빛을 가리기 때문에 물 속에는 식물플랑크톤의 수가 비교적 적다. 수초들은 물의 흐름에 약하기 때문에 하천에는 갈대나 달뿌리풀, 창포, 부들 등 뿌리만 물 속에 잠겨 있는 침수식물이 주로 자라고 있다.


그러나 잔잔한 호수의 중앙으로 가면 붕어말풀과 같이 몸체 모두가 물에 잠겨 있는 정수식물이나 수련처럼 잎만 물 위로 나와있는 부엽식물들이 분포하고 있다. 이들 식물들은 물 속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며, 물고기의 도피처나 산란장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식물 주위에는 흙과 부식토가 있어 미생물이 많이 살고 있는데 이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물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곤충이다. 우리는 이들을 수생곤충이라 하는데, 대표적인 수생곤충에는 비교적 강 상류 깨끗한 물에서 사는 날도래, 강도래, 하루살이 등이 있으며, 고여 있는 물의 조용한 표면에서 잘 볼 수 있는 소금쟁이와 물매암이 등을 볼 수 있다. 날도래, 강도래, 하루살이 등은 애벌레 때는 물 속에서 지내고 성충이 되면 물 밖으로 날아다닌다.


반면에 소금쟁이와 물매암이 등은 애벌레일 때는 물 속에서 지내고 성충이 되면 물의 표면에서 지내는 차이를 보인다. 또 성충이 되도록 물 속에서 사는 것으로는 물방개, 게아재비, 송장헤엄치개 등이 있다. 이밖에 물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물잠자리류들이 있다.


대부분의 수생곤충들은 봄부터 여름에 걸쳐 사는데, 여름에는 번데기가 껍질을 벗고 어른 벌레로 변하기 바로 직전의 제법 커다란 시기이므로 발견하기가 쉽다. 이들 수생곤충들은 흐르는 물 속에서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독특한 방법으로 살아간다. 줄날도래, 수염치레각날도래, 먹파리 등은 입에서 실을 뽑아 망을 만들어 살고 있으며, 맷모기, 강도래, 하루살이는 다른 물체에 강하게 부착하여 살고 있다. 꼬리하루살이와 뱀잠자리는 돌의 표면 주위를 이동하며 살고, 날도래는 둥근 관처럼 생긴 집을 등에 붙이고 다니며 그 속에서 산다. 꼬마하루살이와 물빈대 등은 헤엄쳐 이동하며 살고, 무늬하루살이, 깔따구, 부채장수잠자리 등은 모래 속으로 숨어서 빠른 물살을 견디며 산다.


봄, 가을에 걸쳐 연못 등지에서 울어대는 개구리를 비롯하여 두꺼비, 도롱뇽, 거머리, 물총새 등도 강과 호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물들이다. 그리고 늦은 봄이면 강어귀나 얕은 늪에서 어패류를 먹고사는 왜가리와 갈까마귀, 가창오리 등을 볼 수 있다.

생활하수, 강·하천 오염 주범

■ 강(하천) 오염원인  강(하천) 오염이란 쉽게 표현해서 흐르는 물이 깨끗한 상태를 벗어나 유입물질에 의해 더러워졌다는 것을 말한다. 오염의 주된 요인은 1960∼70년대에 경제개발에 역점을 둔 산업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장폐수였다. 지금은 지속된 단속과 엄한 처벌로 공장폐수의 피해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집중호우 시 유독성 폐수를 방류하여 애꿎은 물고기들을 떼죽음 당하게 만드는 일이 종종 발생되고 있다.


공장폐수와 더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오염원으로는 도시 지역 가정에서 배출되는 생활하수를 들 수 있다. 이제까지 환경 오염물질은 주로 산업체에서 배출되는 것이고, 이를 제거하는 것은 정부와 기업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강 오염의 일정 부분은 가정으로부터의 생활 하수에 기인한다는 것을 인지하여야 한다.


또 농업에 쓰이는 병충해 방제 농약과 골프장 잔디에 뿌리는 살충제의 과도한 사용도 잔류농약으로 하천의 수질을 악화시키는 데 큰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요소비료의 과다 사용도 질산염에 의한 수질오염으로 하천의 부영양화(Eutro-phication) 현상을 초래하고 있으며, 집단 축산의 발달은 또 다른 하천 오염원인 축산폐수를 양산시키고 있다. 게다가 난개발로 인한 산림 훼손도 하천 수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특히 식수원이 되고 있는 4대강과 주요 하천의 중·상류 지역에 인구와 산업이 집중되어 있는 것은 물 관리의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경부가 발간한 「2004년  환경백서」에 따르면 한강의 경우 상류는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1.0ppm으로 Ⅰ급수(BOD 1.0ppm 이하)를 유지하지만 잠실 수중보 하류의 서울시 구간부터는 Ⅲ급수(BOD 6.0ppm 이하)로 악화되고 있다. 낙동강의 경우도 상류 지역은 1급수이지만 대구시를 경유하면서 Ⅲ급수로 악화되며, 금강은 대전시를 경유하면서, 영산강도 광주시를 통과하면서 수질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강을 우리 신체에 비유한다면 핏줄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핏줄이 원활하지 않으면 고혈압과 같은 여러 순환기 질환을 앓을 수 있는 것처럼 하천이나 강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국토는 병들게 되고, 그 영향은 우리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우리나라에는 크고 작은 강(하천)이 2만6천여 개나 된다. 이 많은 하천이나 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의 강·하천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지역 주민, NGO, 기업체, 지방자치단체 등 모든 주체가 반드시 참여하여야 한다.         <고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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