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운동, 한국 환경운동의 효시이자 대중화의 동력

네트워크 구축 통해 전국 하천보전운동 이슈·정보 공유
2002년부터 ‘강의 날 대회’개최…매년 50여개 ‘강 살리기’ 사례 발표


물 운동은 우리나라 환경운동의 효시라 할 수 있다. 1978년 결성된 ‘낙동강보존회’는 ‘낙동강 하구둑 건설 반대 운동’을 전개했다. 물론 주민들의 자생적 저항운동 성격이긴 하지만 단순한 피해보상 투쟁을 넘어선 본격적인 조직운동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그 후 1989년 수돗물 중금속 오염 파동(1차 수돗물 파동), 1990년 수돗물 발암물질 THM(트리할로메탄) 파동(2차 수돗물 파동), 1991년 두산전자 페놀 원액 유출 사건(3차 수돗물 파동)은 국민들이 생명수로서의 물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으며, 환경운동에 대규모의 시민들이 참여하게 됐다.


90년대 이후는 주로 하천운동을 중심으로 물 운동이 전개됐다. 환경·시민단체들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하천보전 프로그램을 마련, 시행하는 한편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잘못된 하천 정비계획과 하천 이용계획에 대해서는 지역사회의 여론을 형성하여 이를 저지하고 올바른 하천보전 계획을 제시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하천보전운동의 활성화와 급속 성장은 양적인 수준에 머물러 운동 프로그램은 발전하지 못해 일회성에 그치거나 매년 똑같은 프로그램이 반복되면서 정체되거나 퇴보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이후 지난 10여 년 간 지역주민들의 생활환경과 밀접한 위치에 있는 하천보전운동이 주민들이 자발적인 풀뿌리 운동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지방행정 중심으로 나타나거나 시민단체들만의 활동으로 국한되는 등 한계를 보였다.

강보전, 유역보전 전환 유도

■ ‘강 살리기 네트워크’ 출범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의 강과 하천보전운동 NGO와 그 활동 사례를 발굴·정리하여 내용을 체계화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운동의 일회성과 중복성 극복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NGO의 운동적 기반 마련 △전국 운동의 이슈와 정보를 공유하고 지지와 연대를 통해 문제해결을 위한 힘 결집 △강 살리기 운동의 모델(type)을 완성하고 그 방향을 공유 △장기적으로는 주민간 분쟁요소로 등장하고 있는 유역간 물 분쟁 해결을 위한 NGO의 실천적 활동을 조명함으로써 NGO가 지역 문제에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강 살리기 네트워크’와 ‘강의 날 대회’가 탄생했다.
 

 

21세기들어 강의 생태적·환경적·경제적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민·관·학·산이 인적·기술적·재정적 지원을 통해 강 보전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으며, 그 중 시민 중심의 각 지역 NGO들의 역할이 크고 다양하다. 그러나 이런 활동이 서울 등 광역·대도시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작지만 의미 있는 지역의 사례들이 적절히 평가받지 못함으로써 스스로 운동의 중요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잇는 과정이었다.

더불어 NGO의 활동 경험과 정보의 교류가 부족하고, 안정적 재정마련이 어려운 현실로 인해 동일한 프로그램들이 단절적이고 반복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특히 지역 NGO의 경우 더욱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활발히 진행되는 프로그램 또한 아이디어와 경험 부족, 재정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지속적이지 못하고 단발적인 운동의 연속이었다.

이로 인해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강 살리기 운동’의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었고,  ‘강 살리기 운동’이 커다란 사회적 흐름을 형성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강 살리기 네트워크’와 ‘강의 날 대회’가 제기되어 빛을 보게 되었다.
‘강 살리기 네트워크’와 ‘강의 날 대회’는 강이 상징하는 ‘공유-네트워크’를 기본정신으로 기존의 ‘선적인 강 보전’ 기조를 ‘유역보전’으로 전환할 것으로 요구하는 한편, 이를 위해 ‘물 거버넌스(Governance·비정부기구 등이 참여한 수평적 협력 행정)’ 개념을 적극적으로 실현하여 강과 관련된 모든 주체들이 함께 활동해야 한다고 제기했으며, 그것을 모든 활동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

시민들이 ‘강 살리기 운동’ 주체

■ ‘강의 날 대회’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의 하천보전 사례를 갖고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경험과 성과를 공유하며 격려하는 축제의 장으로써 이를 통해 올바른 강에 대한 공동의 상(像)을 만들고, 바람직한 운동의 모델을 찾아나가는 자리이다. ‘강의 날 대회’에서는 전국에서 약 50여 개의 강 살리기 운동 사례들이 참여한 가운데 콘테스트를 통해 우수한 사례를 선정, 시상하는데, 매년 약 400∼500명의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의 어린이 회원들이 도림천 살리기 사례 콘테스트를 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강의 날 대회’는 강 살리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NGO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협력을 전제로 유치신청을 하고,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투표를 통해 개최지를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자연스럽게 강의 날 대회 개최지의 강과 관련된 독특한 문화를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강의 날 대회 속에 ‘강과 문화’라는 폭넓은 콘텐츠를 품게 됐다.
 

▲ ▲강·하천 살리기 우수사례 포스터 전시 장면.
‘강의 날 대회’를 계기로 그동안 지역에서 자발적이고 독특한 방식으로 움직이던 ‘풀뿌리 강 살리기 운동’ 사례가 의미 있게 발굴되었고, 그 운동의 가치와 성과들이 정부의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유역보전 집중적 노력 필요

■ 과제  ‘강의 날 대회’는 무엇보다도 ‘풀뿌리 강 살리기 운동’을 발전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올해까지 4회 대회를 경과하는 과정에서 ‘강 살리기 운동’의 주체 역량의 강화와 연대에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운동의 내용을 심화시키는 데는 기대만큼 큰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따라서 향후 ‘강의 날 대회’를 통해 집중해야 할 것은 ‘강 살리기 운동’의 콘텐츠를 심화·발전시키는 것이다.


또한 유역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정책변화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유역보전을 위한 집중적인 노력이 미래의 ‘강의 날 대회’의 모습을 발전적으로 변화시키는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오성규  강 살리기 네트워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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