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창 근/ 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하천변 저류지 대폭 확충·보 건설 제외시켜야 

강변저류지, 물이 숨쉴 공간·자정 기능·홍수방어 능력 제공
보, 가뭄·홍수에 도움 안돼…오히려 홍수 시 수위상승 유발

 

   
▲ 박창근 교수
정부는 지난해 9월 기후변화로 상징되는 환경위기와 고유가로 대표되는 자원위기를 극복하고자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채택했다. 또한 환경과 경제가 상충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 환경을 개선하고 새로운 동력으로 삼는 경제성장을 위해 ‘녹색뉴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올해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14조 원의 예산으로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지자체로부터 적극적인 추진 건의가 있었기 때문에 홍수 및 가뭄 피해가 빈발함에 따라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주요배경과 목적이라 한다.

환경부 역할 오히려 축소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여 사업물량 및 사업비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고, 하천정비는 ‘녹색뉴딜’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스케치 단계에 지나지 않고 그 실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환경은 들러리로 전락했고, 환경보다는 경제가 우선 시 되고 있으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환경부의 역할은 오히려 축소됐다.

녹색성장은 쉽게 말해서 환경을 고려하는 경제성장으로서 지속가능한 개발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녹색성장은 환경과 경제를 축으로 하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발전은 환경과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정의’도 포함하고 있다.

‘경제성장의 열매는 누가 가져갈 것인갗, ‘환경 보존을 위해 누가 비용을 지불할 것인갗등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사회정의’이다. 그래서 사회정의, 즉 형평성이 필요하다. 세대간의 형평성도 필요하지만 동(同)시대적인 사이에서도 필요하다.

녹색성장보다는 지속가능한 개발이 ‘사회정의’ 항목을 포함하고 있는 좀 더 광범위한 개념이라 말할 수 있다. 정부가 녹색성장을 추진한다면 사회정의 또는 형평성 차원에서 어떻게 보완해야 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경제계는 계속 팽창하게 되어 있다. 어느 정도가 되면 생태계와 경제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이런 사회정의나 형평성 의해서 생태계와 경제계의 균형을 맞춰 주는 것이 지속가능한 개발이라 할 수 있다. 생태계와 경제계는 원칙적으로는 공존할 수 없는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정의’라는 하나의 축이 있음으로 해서 공존이 가능해진다. 즉, 생태계와 경제계가 충돌을 하게되면 사회정의가 해결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는 ‘환경세’ 또는 ‘생태세’ 도입을 요구하며, 국가의 강력한 환경 규제가 따라야 한다. 이런 문제를 환경부에서 비중 있게 다뤄야 하는 정책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역으로 가고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녹색성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지식경제부 발표에 따르면 녹색성장은 아·태 지역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성장 단계에서 환경오염을 방지하자는 것으로, 빈곤 극복과 환경적 지속가능성 확보가 주목적이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세계 14위권으로 절대 빈곤이 아니라, 어느 정도 개발이 된 상태이다. 이에 녹색성장의 원래의 뜻과는 다르다.

4대강 살리기, 하천 죽이기 사업

   
▲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전국에 16개의 보를 설치할 계획이지만 보는 가뭄·홍수에 도움 안되며, 오히려 홍수 시 수위상승 유발 및 오염물질 퇴적으로 수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운하의 구성 요소로는 △배가 다니는 수로 △수로를 채우는 운하용수 △고저차(高低差)를 극복하는 갑문 △선착장 등이 있다. 이것을 운하의 4요소라 부를 수 있고, 운하를 건설하면 하천환경이 훼손되기 때문에 하천환경 복원사업이 부가적으로 추가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하도(河道) 정비와 제방보강을 함으로써 운하수로를 확보할 수 있고, 농업용 저수지와 댐 및 홍수 조절지를 건설하여 운하용수를 공급할 수 있고, 배수갑문 증설과 자연형 보(洑)를 배가 다닐 수 있는 갑문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

가동보(수문을 개방하는 보) 중간에 갑문을 설치하고, 낙동강 하구에 또 갑문을 설치하면 배가 바다로 왔다갔다할 수 있다.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일단 끝내놓고 그 뒤에 단계적으로 갑문 등을 만들면 경제성 평가에서도 유리하게 판정 받을 수 있다. 이러면 대운하는 경제성 평가에서 유리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추진되는 것이다. 

수심 4m라면 2천 톤급 배가 다닐 수 있고 6m이면 5천 톤급 배의 운항이 가능하다. 4대강 살리기가 운하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현재 계획은 하천 죽이기 사업이며, 1단계 운하라고 보기에 충분하다.

   
▲ 몬순기후인 우리나라의 하천은 여름철 홍수와 겨울철 갈수 현상을 겪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하천공간 안에 모래밭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하천개발과정에서 하천의 모래를 파서 골재를 이용하고 둔치를 유원지로 활용, 하천은 우리의 문화가 숨쉬는 모습을 잃어버리고 인간을 위한 하천으로 우리 곁에 있다. 사진은 낙동강과 황강이 합류하는 지점의 모래밭.

보, 홍수위험 가중·수질악화 야기

배수갑문 증설과 자연형 보는 가벼운 설계변경으로 갑문의 기능을 가질 수 있다. 배수갑문 증설은 낙동강 하구언의 우안 측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하천바닥을 준설하여 설치될 배수갑문은 홍수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능도 향후 학술적으로 검토해 볼 여지가 있지만, 새로 증설된 갑문은 배가 통과할 수 있도록 하천과 바다를 연결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또한 낙동강에 설치되는 2개의 보에서 소수력발전을 할 계획인데, 그것은 콘크리트로 설치될 것이므로, 자연형 보가 될 수 없다.

낙동강에 콘크리트 보가 설치되면 홍수위험은 가중될 것이고, 생태계의 파편화가 발생할 것이다. 만약 보의 설계를 조금만 바꾼다면 얼마든지 주운(舟運)을 위한 갑문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높이 5∼10m 규모로 세워질 보 역시 수량 확보에는 효자지만 수질개선에는 걸림돌이다.

낙동강에 보가 8개 설치되면 보와 보 사이에 물이 저장되면서 물이 썩을 수밖에 없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수질개선 효과가 적다는 조사까지 내놓았는데 보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억지 논리이다.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낙동강의 경우 2011년에 1천100톤의 물이 남는다고 나와있는데 어떻게 물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갈수기에도 대도시에는 충분한 양의 물이 흐르는 등 문제가 없다. 

정부 산하기관의 한 수질 전문가는 “낙동강은 가뜩이나 하천 바닥의 경사가 완만한데 보가 8개나 들어서면 물 흐름이 대폭 정체돼 중금속 같은 각종 유해물질이 바닥에 가라앉으면서 심각한 수질악화를 부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적어도 2∼3년간은 4대강이 온통 흙탕물로 뒤덮이는 등 수질과 강변 생태계에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제방 위주 하천정책은 위험

그동안 낙동강 유역의 4개 광역자치단체장들은 낙동강 운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고, 이에 부응하여 4대강 정비사업에서 국토부 예산의 65%가 낙동강에 편중된 것은 낙동강운하를 염두에 둔 사전조치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업은 운하가 아니라고 굳이 항변하고 있다.

운하관련 사업을 살펴보면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하도정비’ 사업이 대폭 확대된 점을 들 수 있다. 지난해 하천정비 계획에서 1억5천만㎥로 발표됐던 사항이 올해 4억2천만㎥으로 확대됐다. ‘하도정비’란 결국 하천바닥을 준설하겠다는 것인데, 그 예산이 5조 원에 달하고 하천준설은 자연스럽게 운하의 수로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하천정비 계획으로 13개소에 3천107억 원을 투입키로 한 농업용 저수지는 올해 31개소로 확대, 7천409억 원을 투입할 계획을 밝혔다. 농업용 저수지는 말 그대로 농업용수를 개발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댐이다. 물론 농업용 저수지에 저장된 물을 식수 등으로 이용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본질적인 기능이 아니다.

또한 농업용 저수지는 원칙적으로 홍수조절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러한 저수지 건설이 하천정비사업에 포함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운하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농업용 저수지를 재개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국토해양부로부터 25억 원의 용역비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월 동안 하천정비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25억 원의 연구비와 현대과학기술이 만들어낼 계획은 인간에게 위험을 줄이고 편의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여러 가지 위험한 하천구조물을 담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뉴올리언스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제방 위주의 하천정책은 우리사회를 더 위험한 사회로 이끌고 있다. 전문영역이라는 이름으로 연구결과를 성역화시키고 이에 대한 검증시스템을 차단하고 전문가들조차도 세부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자문회의와 공청회를 거쳐 만들어지는 과학시설물은 그 타당성에도 의문이 들지만 내재된 위험성의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더구나 과업에서 홍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40%(10억 원)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토목관련 사업에 있어 전무후무한 홍보비 규모이다. 향후 확정될 4대강 살리기 사업이 홍보를 하지 않고는 그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오히려 인정하는 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건전한 물순환 시스템 확보 필요

생명의 강을 만들기 위해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방안을 도입돼야 한다. 첫째, 홍수방어를 위해 댐·제방 위주에서 천변(川邊)저류지를 확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낙동강의 경우 지난 100년간 하천변 저지대 습지의 90%가 제방에 의하여 농경지 또는 택지로 변했다. 하천변 천변저류지는 물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물을 깨끗하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둘째, 충분한 하천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보릿고개가 있었던 시절에 하천에 제방을 쌓아 농경지를 확보하는 것이 당시는 묵시적 사회적 합의였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시간이 지나거나 상황이 변하면 순기능이 사라지듯이, 인간의 욕심으로 확보한 물의 공간을 이제 물에게 돌려주는 여유가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을 풍부하게 해 줄 수 있다.

   
▲ 하천은 갈수기에도 물이 흘러야 하는데, 인간이 만든 중·소규모 댐, 제방, 보와 같은 하천구조물에 의해 물 순환 시스템이 교란되어 하천에서 물 흐름의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
특히 제방으로 둘러싸인 하천은 토사퇴적으로 천장천화가 되어 생물 서식처가 사라질 수 있다.

셋째, 모래하천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 몬순기후인 우리나라의 하천은 여름철 홍수와 겨울철 갈수 현상을 겪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하천공간 안에 모래밭을 가지고 있다. 하천개발과정에서 하천의 모래를 파서 골재를 이용하고 둔치를 유원지로 활용함으로써 하천은 우리의 문화가 숨쉬는 모습을 잃어버리고 인간을 위한 하천으로 우리 곁에 있다. 모래밭을 복원하여 저서 생물의 서식지를 확보하고 사라진 하천문화를 다시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넷째, 건전한 물순환 시스템을 확보하는 계획이 될 필요가 있다. 하천은 갈수기에도 필요하다. 물이 흘러야 하는데, 인간이 만든 중·소규모 댐, 제방, 보와 같은 하천구조물에 의해 물 순환 시스템이 교란되어 하천에서 물 흐름의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

농업용 저수지 증고 축소해야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진짜 강을 살리는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준설이 필요한 일부 구간에 한정해 준설을 축소해야 하고, 송리원댐 등 댐 건설을 삭제해야 한다. 또한 보 건설을 제외하고 농업용 저수지 증고(增高)를 축소해야 한다. 아울러 생명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천변저류지를 21개에서 3개소로 축소했는데, 대폭 확대해야 한다.

보·댐 건설은 물의 흐름을 왜곡하고, 수질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대규모 준설은 수생태계 파괴와 수질오염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잘못하게 되면 녹색성장에 역행될 가능성이 높다.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일으키는 하천구조물을 다음 세대가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천구조물 꼭 설치를 해야 한다면 일방적이 아닌 사회적인 합의를 이뤄야 한다.

하천정비는 운하와는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사업이다. 하천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정비하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열린 마음으로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나그네지만, 강은 내일도 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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