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빗물 효율적 관리·이용 위해 ‘우수세’ 도입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첨두유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수문학적 특성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독일과 같이 ‘우수세’ 도입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빗물 이용 시설과 저류지 및 지하 침투시설이 증가하여 도시의 침수 예방은 물론
물 부족 사태에도 대비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

 

   
▲ 조 길 영/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 울산대학교 겸임교수
1. 독일, 왜 우수세를 도입했는가

독일 연방 행정법원은 1980년대 중반 빗물과 관련된 대단히 유의미한 판결을 내렸다. 그 요지를 보면, 건물을 신축한 자가 상수도에 연계하여 부과하는 기존 하수도 요금체계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원인자 부담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건물 신축이나 도로 건설로 불투수층이 만들어짐으로써 홍수파가 도달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첨두유량이 증가하여 하수도관을 더 크게 함은 물론 오·폐수 종말처리장의 증설을 불가피하게 한다. 따라서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공공 하수도 시설에 들어가는 예산을 원인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방 행정법원의 판결로 독일 여러 주정부는 1990년대 불투수층을 만들어낸 개발자에게 일종의 ‘우수세(雨水稅)’를 부과하는 법적 조치를 단행했다. 가장 거세게 반대하던 베를린도 2000년도부터는 이를 수용했다. 이로써 독일은 빗물의 효율적 관리와 이용을 위한 법적 기반을 구축했다.

우수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독일의 상하수도 요금은 사용한 상수량의 요금, 사용한 상수량에 의한 추정량의 요금, 불투수 면적에 의해 증가한 빗물 유출량의 요금을 합한 값이다. 예컨대 상수도 요금 2.4유로/톤 + 하수도 요금 2.3유로/톤 + 빗물배출 하수도 요금 1.8유로/㎡/년이다.

따라서 개발업자는 빗물 배출 하수도 요금을 감면 받기 위해서는 빗물 저류 및 침투시설, 빗물 이용시설 등을 설치하게 된다. 옥외 수경시설, 옥상 녹화, 벽면 녹화, 투수성 포장 등의 경우에도 일정 기준에 의한 감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발업자는 자기에게 맞는 다양한 시설을 선택할 수 있다.

업자들은 빗물 이용으로 하수도 요금 절약은 물론 수돗물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우수세는 첨두유량을 줄임으로써 도시 침수예방, 지하수 함양 제고, 조세 절감, 에너지 절약이라는 여러 성과를 안겨주고 있다.
    
2. 효율적 빗물 관리, 왜 필요한가

   
▲ 우리나라는 연강수량의 3분의 2가 6∼9월에 집중되고, 갈수기인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는 5분의 1에 불과하여, 연중 고른 강수량을 갖는 외국과는 다르게 홍수와 가뭄이 빈발하고 있어 빗물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법제도 구축이 절실하다. 사진은 서울여자대학교에 설치된 빗물이용시설.
우리나라는 연강수량의 3분의 2가 6∼9월에 집중되고, 갈수기인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는 5분의 1에 불과하여, 연중 고른 강수량을 갖는 외국과는 다르게 홍수와 가뭄이 빈발하고 있다. 따라서 빗물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법제도 구축이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5%가 산악지형이고, 토양의 표토층이 얇아 유역의 보수능력이 적고, 하천의 경사가 급하여 홍수가 일시에 유출되고 갈수기에는 유출량이 적어 유량변동계수(최대유량과 최소유량의 비)가 300∼400으로 외국에 비교하여 10배 이상에 달하고 있다. 미시시피강은 3, 템즈강은 8, 라인강은 18, 세느강은 34, 나일강은 30에 불과하고, 일본의 요도강도 114에 불과하다.    

이처럼 우리는 시공간적으로 물 관리에 참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치수를 정치의 요체로 삼아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 동안 기온 상승이 세계 평균의 2배에 이르는 등 기후변화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어 물관리 체계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더욱 절실하다.

3. 우수세 도입, 우리도 왜 필요한가

현행법에도 빗물 이용시설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종합운동장 및 실내운동장의 지붕 면적이 2천400㎡ 이상이고 좌석이 1천400석 이상의 대규모 시설물에 빗물이용 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수도법」 제11조의 3).

예컨대 인천 문학, 대전, 전주, 서귀포 등 5개 월드컵 경기장에서 2만7천 톤 용량의 빗물 이용시설을 설치하여 잔디용수나 조경용수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연간 1천240억 톤의 빗물 가운데 홍수 시 유출되는 522억 톤(42%)에 비하면 티끌에 불과한 수량이다.

지난 3월 16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강창일 의원(민주당)은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물순환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 역시 일정규모 이상 관공서와 업무용 및 상업용 시설에만 빗물이용시설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일종의 ‘정부비’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시개발과 산업단지 및 뉴타운 건설 등은 제외했다. 게다가 이를 어길 경우 500만 원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한 처벌규정은 법적 실효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이제 상하수도 요금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법제 개선이 절실하다. 우리나라의 현재 하수도 요금 체계는 상수도 및 지하수 이용량과 연동하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즉, 독일 연방 법원 판결 이전과 같이 원인자 부담의 원칙에 반하는 요금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첨두유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수문학적 특성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독일과 같이 우수세 도입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빗물 이용 시설과 저류지 및 지하 침투시설이 증가하여 도시의 침수 예방은 물론 물 부족 사태에도 대비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

빗물의 이용은 저탄소 사회 실현에 도움이 됨으로써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용한 방안이다. 서울대 한무영 교수는 3월 27일 국회환경포럼에서 물 공급 방법별 에너지 소비량을 다음과 같이 비교했다.

빗물은 수돗물의 200분의 1, 중수도 물의 931분의 1, 해수 담수화 물의 7천750분의 1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것만 보아도 각 지자체는 물의 생산과 공급 과정에 대한 비용편익분석을 통해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환경친화적인 정책 조합을 채택해야 한다.     

4. 「빗물관리기본법」 제정, 절실

우리도 독일처럼 원인자 부담의 원칙에 맞게 ‘우수세’를 도입해야 한다. 대신 하수도 요금의 총액은 기존 요금체계에서 징수하는 총액과 비슷하게 하여 조세저항을 피해야 한다. 동시에 빗물 이용시설과 저류시설을 대대적으로 보급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이 법을 지킴으로써 들어가는 돈의 몇 배에 달하는 경제적 패널티를 가함으로써 법적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동시에 적절한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 빗물 이용시설과 저류시설을 대대적으로 보급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독일처럼 원인자 부담의 원칙에 맞게 ‘우수세’를 도입하여 그 대상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사진은 호주 퀸스랜드주 한 마을의 빗물저장시설.

기존의 법을 짜깁기하는 식의 법 제정으로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효율적 빗물관리가 불가능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독일처럼 우수세를 도입하고 빗물의 이용시설과 저류 및 침투시설의 설치를 강제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빗물의 이용에 방점을 찍는 가칭 「빗물관리기본법」의 제정이 절실하다. 

국회는 빗물의 효율적 관리와 최적 이용을 도모하고 원인자 부담원칙에 입각한 경제·사회적 형평성에도 걸맞는 ‘우수세’ 도입과 빗물 이용을 주요 골자로 한 「빗물관리기본법」 제정을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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