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승/ 수자원의 지속적 확보기술개발사업단장,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물관리 개혁 통한 수자원관리체제 정립 필요
악화된 물관리 문제 해결 위해 「물관리기본법」 제정 시급


 

   
▲ 김승 수자원의 지속적 확보기술개발사업단장,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IPCC(기후변화 정부간 위원회)는 지난해 발간한 『기후와 물』 보고서를 통해 “관측기록과 기후전망은 광범위한 인류사회와 생태계에 있어서 담수자원이 기후변화에 취약하고 기후변화에 심하게 영향을 받을 잠재성이 있다”는 충분한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대부분의 기후변화 대책은 이산화탄소 저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물관리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에서 국내의 수자원관리 실무는 기후변화를 극복하기에 융통성이 부족하다. 더욱이 홍수조절량 부족과 용수공급능력 부족 등 비기후적 문제를 함께 안고 있다.

무분별 지하수 채굴 하천수위 저하

국내에서도 이미 기후변화의 증후가 나타나고 있다. 연 강수량은 14% 증가한 반면, 연 강수 일수는 7% 감소해 50㎜ 이상 호우 일수가 22∼25% 증가했다. 지난 2006년 7월1일 충주댐에서는 홍수로 인한 유입량 28억 톤 중 15억 톤을 조절함으로써 댐의 물을 비워둔 덕에 수도권 홍수 재앙을 겨우 면할 수 있었다.

지난 2002년도는 자연재해 피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국내 풍수해가 급증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갈수기 중소하천이 고갈되고 있다. 원인은 하천수 취수 증가, 지하수 과다사용, 불투수면적 증가 등 복합적인 것으로 추정되며, 입목축적량 증가에 따른 증발산 증가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입목축적량은 묘목밀도로서 나무가 많으면 물이 많이 소비돼 가용 수자원이 감소할 수 있다. 여기에 고랭지 경작, 생활하수·축산폐수 유입, 쓰레기 투기 등으로 하천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2006년 수립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간 37억 톤의 지하수를 이용하고 있다. 2001년까지 지하수를 하천수와 동일한 공급원으로 가정하고 2006년 계획 시 암반지하수 이용량 14억5천만 톤(전체 지하수 이용량의 38.7%)을 지하자원으로 채굴했다.

이로 인해 충적층 지하수위가 지속적으로 저하돼 왔으며, 지하수위 저하가 곧 하천수위 저하로 이어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하수 이용을 제한할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지하수 이외의 지표수 공급능력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지난 1994년 봄 한강유역의 소양강댐과 충주댐 용수공급 가능일수가 급격히 줄었다. 예상보다 많은 3월 이후 강우와 정상적으로 시작된 장마로 인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지만 북한의 임남댐에서 물이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이 유역은 가뭄이 들면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나라 댐의 총 저수량은 184억200만 톤이며 유효저수량은 131억9천400만 톤에 달한다. 댐 관리를 기존에는 다목적으로 운영해왔지만 홍수조절 비중을 27억7천800만 톤으로 증가시킴에 따라 댐의 용수공급 능력이 176억6천300만 톤으로 이전과 비교해 저하됐다.

   
▲ 우리나라에 설치된 댐은 총 1만8천 개로 댐 수는 많으나 유효저수량은 131억9천400만 톤에 그쳐 1인당 저수량은 290톤으로 선진 물관리 국가의 수십분의 1에 불과하다. 사진은 충주댐 전경.

홍수조절량은 홍수기간 중 설계치보다 증대하여 운영 중이며, 2006년에는 소양강댐과 충주댐의 증대된 홍수조절로 홍수피해를 예방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8, 9월에 방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물이 유출되지 않을 시에는 이듬해 봄 용수공급 부족사태 발생이 예상된다.

한국의 댐은 총 1만8천 개로 댐 수는 많으나 유효저수량은 131억9천400만 톤에 그쳐 1인당 저수량 290톤으로 선진 물관리 국가의 수십분의 1에 불과하다. 이처럼 갈수록 복잡해지고 유역화 되는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통합 수자원관리가 필수적이다.

수자원관리 법·제도 정비 시급

물 문제는 원인이 다원적이고 복잡하며,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정책과 집행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져 있다. 좋은 물관리 체제의 필요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칟사회·경제·행정체제 모두를 고쳐야 한다.

통합 수자원관리는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사회·경제적 복지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물과 토지 및 관련 자원들의 조화로운 개발과 관리를 촉진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를 위해선 수자원관리를 통합할 수 있는 법·제도를 정비하고 부문별 통합관리를 강화, 의사결정체계 구축과 조정기구를 마련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 계획과 연계, 통합 수자원관리 자료구축 및 평가를 거쳐 계획-실행-평가의 순환을 구축, 물관리 비용부담체계를 마련토록 해야 한다.

통합 수자원관리는 현재 대두되고 있는 다양한 물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물 관리 영역을 통합하는 기술을 가지고, 다양한 참여자들의 이해를 통합한 의사결정체계를 마련해 법과 규정을 통해 각 부문 관리를 통합, 국가적·지역적 계획을 조화시켜 수자원관리에서 토지이용 및 관련계획을 조정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수자원관리 환경·조직·수단을 통합해 실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다 체계적인 수자원 정책과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물관리 개혁을 통한 수자원관리체제 정립이 필요하다.

미국·호주, 유역관리 성공 사례

미국 델라웨어강 유역의 경우, 수리권 분쟁의 요충지인 델라웨어 유역 주변의 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 델라웨어 등 4개 주가 공동으로 ‘델라웨어 유역위원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는 홍수·유출관리기술과 정보관리, 수질·물관리 부문의 자문위원회를 두고, 협의회를 공개해 공청회를 갖는다. 또한 행정과, 정보서비스과, 계획·개발과로 이루어진 이사회를 두고 있다. 델라웨어 유역위원회는 사업계획 및 시설의 설계, 운영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갖고 있으며, 사업의 집행은 관련 기관에 위임하고 있다.

호주는 넓은 국토에 비해 한정된 지표수와 지하수로 인해 가뭄피해가 빈번하다. 이런 가뭄을 겪으면서 다져진 호주의 유역관리체계는 주정부, 유역, 지역의 3단계 체제로 이뤄져 있다. 1단계 주정부 단위에서는 ‘유역관리조정위원회’가 유역관리계획과 실행에 관련된 조정·평가 업무를 담당한다.

2단계 유역단위에서는 수자원 이용에 관련된 문제를 확인하고, 유역 내 목표 달성을 위한 지침 및 실행사항을 전달하는 ‘유역관리위원회’와 재원의 징수 및 확보 등 유역관리 재원을 조달하는 ‘유역재정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3단계 지역단위에서는 침식방지·토양보존, 수생태 보전 및 수질개선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한편 일본의 경우, 수자원관리의 각 부문을 여러 부처 및 기관에서 기능별로 관리해 물관리 일원화가 논의되고 있지만 종합적으로 수자원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중앙정부기구 및 「물기본법」이 부재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실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 동남아시아는 자발적 노력보다는 세계 물 파트너십과 유네스코 같은 국제기구의 지원을 통해 통합수자원관리 개념을 도입, 확산시키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 2000년 「수자원법」에 근거한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설치했다.

   
▲ 새로운 물관리체제(안)

 

새 「물관리기본법」 국회 통과 시급

우리나라는 다양한 물 문제 해결방안으로 통합 수자원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함께 기술개발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효율적 물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즉, 통합수자원관리 적용 및 실행의 문제는 기술적 문제가 아닌, 거버넌스(정치적)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미국, 호주,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서는 이미 거버넌스 측면에서 기본이 되는 수자원관련 기본법과 총괄 조직으로 국가단위의 물 관리 위원회를 설치 및 운영하고 있다.

   
▲ 수리권 분쟁의 요충지인 미국 델라웨어강(사진) 유역의 경우 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 델라웨어 등 4개 주가 공동으로 ‘델라웨어 유역위원회’를 설립해 수자원관리를 협력·조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통합 수자원관리를 위한 전략 수립 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거버넌스를 위한 기본 틀, 즉 「물관리기본법」 제정과 국가 물관리위원회의 설치에 초점을 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1997년, 2006년 두 차례 시도된 「물관리기본법」 제정이 실패한 요인은 관심 부족, 관련 부처의 비협조, 국회의 의지 부족이었다. 2006년 법안의 경우, 수리권과 유역 물관리를 할 경우의 시행방법이나 시행주체에 대한 내용과 이해당사자참여 제도화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올해 새롭게 제안된 「물관리기본법」은 통합관리, 수리권, 유역관리,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정치, 행정, 재정 독립, 이해 당사자 참여 제도화 등으로 기존의 안을 보완한 것이다. 법 제정을 위해서는 우선 「물관리기본법」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관련 부처별 물관리 역할의 명확한 규명을 통해 논쟁의 여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2009년 「물관리기본법」의 개선방안은 첫째, 「물관리기본법」에 의거해 설치되는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물관리에 관한 중요 국가정책을 심의 및 조정하는 기구로서 국무총리 소속이 아닌 대통령 직속 독립기구여야 한다. 물관리 민간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 임기 2년을 7년으로 조정하고, 권역별 물관리계획을 수립하는 권역별 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물 관리 중장기 전망, 물 관리 목표와 정책방향을 담은 ‘물관리기본계획’을 10년마다 수립하고 이에 따라 각 부처는 소관 업무에 대한 유역별 물관리계획도 10년마다 수립하여 실천해 그 결과를 평가받도록 함으로써 각 부처에서 수행하는 물 관련 업무가 체계적이며 효율적으로 추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이해당사자 참여의 원칙을 명시해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한 적절한 제도가 수립·시행토록 해야 한다.

우리의 물 관리 문제는 이수, 치수, 환경이 복잡하게 연계된 유역단위의 문제로서 통합수자원관리로 극복될 수 있다. 통합수자원 관리를 위한 물 관리 개혁이 필요하며 물 관리 개혁의 첫걸음은 「물관리기본법」의 제정이다. 국내의 악화된 물 관리 문제를 효율적이고 조속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물관리기본법」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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