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훈/ 수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고문

보 설치하면 홍수기 용수저장 못해
준설이 하천생태계 미치는 영향 평가해야 
홍수예방과 용수공급은 ‘모순’…저류지 건설이 최선의 대안


 

   
▲ 이상훈 교수
지류에서 홍수·가뭄피해 발생

4대강 사업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매년 8조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히는 홍수가 강의 본류가 아닌 지류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2002년 태풍 ‘매미’와 2003년 ‘루사’가 휩쓸었을 때에도 지류에서 사방댐이 무너지고 둑이 터지고 토사가 흘러 내려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올해 봄에 발생한 태백지역의 극심한 가뭄도 4대강 본류와는 상관없는 강원도에서 발생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강의 본류는 유역 면적이 크므로 많은 물이 모일 수가 있으나, 지류는 유역면적이 작아서 홍수와 가뭄의 관리에 취약하다.

그동안의 하천정비가 본류 구간부터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제는 본류에 유입되는 지류의 하천정비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4대강 사업은 본류에 보를 막고, 본류의 하도(河道)에서 준설을 하는 계획이다.

“왜 본류 중심의 하천정비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서는 “본류를 먼저 정비하는 것은 대도시가 인접한 4대강 본류에 홍수가 발생하면 광범위한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라고 답변했다.

이는 매우 궁색한 답변이다.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본류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함이라는 뜻인데, 이미 발생한 지류의 홍수피해가 재발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또한, “본류에 과도하게 쌓인 퇴적물로 인하여 물이 지류로 역류할 경우 지류에도 함께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라는 답변은 상식을 벗어났다. 퇴적물이 쌓이는 곳은 하천에 취수목적으로 보를 막은 장소이며, 퇴적물이 쌓여서 본류의 물이 지류로 역류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지류는 본류보다 표고가 높으므로 물과 토사는 지류에서 본류로 흐를 것이다.

“본류 정비로 홍수위가 낮아지면 지류의 수위도 함께 낮아져 본류뿐만 아니라 지류의 피해도 막아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라는 답변도 상식을 벗어났다. 본류의 하도를 준설하고 지류는 손대지 않는다면 지류의 홍수위가 낮아질 이유가 없다. 지류는 지형상으로 본류보다 표고가 이미 높은 상태이므로 본류를 준설하여 하도가 낮아졌다면, 지류와의 합류 부문에는 낙차가 생길 것이다.

보 설치하면 오히려 수질악화

4대강 보(洑)의 경우 홍수기에는 가동보를 열어 놓아야 하므로 수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갈수기 9개월 동안에는 용수공급을 위해 물을 가두어 두므로 수질이 악화된다는 것은 명백하다.

고인 물에서 일어나는 수질악화 현상을 부영양화라고 말한다. 부영양화의 전문가의 지적에 의하면 우리나라 하천에서는 지금까지 부영양화의 제한요인으로 지목되었던 인(P)의 농도보다는 체류시간이 더 중요한 제한요인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4대강에 보를 설치하여 물의 체류시간이 길어지면 조류의 발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부영양화가 일어날 것은 매우 분명해 보인다.

낙동강에서 홍수위를 낮추기 위해서 달리 표현하면 물그릇을 크게 하기 위해서 준설하려는 모래와 자갈의 양이 4억4천만 톤이다. 안동댐에서 낙동강 하구둑까지의 길이가 323km 이다. 간단히 계산을 하면 준설하려는 4억4천만 톤은 길이 323㎞×깊이 6m×폭 227m가 된다.

이처럼 엄청난 양의 모래와 자갈을 파낸다면 낙동강은 어떻게 될까? 강가의 모래밭은 모두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토사의 양을 3년 안에 모두 제거하려는 것은 강과 하천생태계에 대한 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강변저류지를 설치하면 평상시는 습지 형태로 유지되다가 홍수가 발생하면 강물이 월류하여 일시적인 저수지가 되고, 물이 빠지면 다시 습지로 돌아가게 되므로 저류지를 습지생태계로 잘 관리하면 환경교육과 레저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강변저류지 설치해 습지 활용을

4대강 사업에서 추진하는 홍수방지안의 제1안이라고 한다면 ‘가동보+준설’안이다.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는 홍수방지를 위한 다른 대안도 심도있게 연구하고 비교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 검토해야 하는 제2안은 강변에 다수의 저류지를 설치하는 안이다.

태풍 ‘매미’와 ‘루사’ 이후 우리나라의 홍수관리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제기됐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한 후 2006년 건설교통부에서는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6∼2020)’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서 추천하는 안이 강변에 저류지를 만들어 홍수 시 일정 수위 이상이 되면 저류지로 물이 흘러들게 하고 홍수가 지나가면 저류지의 물을 방류하는 안이다. 제1안이 홍수방지용 물그릇을 본류의 하도를 준설하여 만드는 것이라면 제2안은 물그릇을 강변에 만드는 것이다.

제2안을 실행하려면 지형상 강변에 약간 낮은 저지대가 필요하며 토지를 매입해야 한다. 평상시 저류지는 습지 형태로 유지되다가 홍수가 발생하면 강의 물이 월류하여 일시적인 저수지가 되고 물이 빠지면 다시 습지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저류지를 습지생태계로 잘 관리하면 교육과 레저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12월에 4대강 정비사업이 제안되었을 당시에는 저류지 건설 위주의 홍수대책이 주종을 이루었는데, 4대강 살리기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저류지 중심에서 가동보 중심으로 홍수대책이 방향을 바꾸게 됐다.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추천한 제2안을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을 권고하고 싶다.

제3안은 유역전체를 하나의 통합된 수계로 보고서 지역 특성에 맞게 다목적댐과 저류지를 건설하는 안이다. 4대강 사업에서는 낙동강 수계에 송리원 다목적댐 건설이 포함되어 있다. 용수공급과 홍수방지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목적댐의 건설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4대강 사업, 청계천 복원과 정반대

청계천 복원사업과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같은 물관리 사업이지만 방향이 정반대이다. 청계천 복원은 인공적인 복개와 고가도로를 걷어내고 자연적인 하천을 들어내는 사업이므로 복원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자연적인 모습으로 잘 흐르고 있는 강을 인공적인 저수지로 만들고 엄청난 자갈과 모래를 파내는 사업이므로 청계천 복원과는 정반대의 사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혹자는 청계천 복원사업도 초기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사업은 환경단체에서는 모두 찬성했으며 반대한 사람들은 청계천 주변의 상인들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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