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현 강원대학교 법학부 교수, 한국환경법학회 회원

자연을 대상으로 한 거대실험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무용지물’ 우려
보 설치 물 저류 방안, 세계 유례없어…검증 안된 발상

 


   
▲ 박태현 교수
정부는 2012년까지 4대강 사업을 조속히 완료하기 위해 예비 타당성조사를 면제하거나 축소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 6월부터 보 설치 및 준설사업 발주, 7월부터 하천구역 내 경작지 등에 대한 보상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4대강 사업의 추진절차의 법적 문제점에 대해서 그동안 간간히 지적되어 왔다. 지금의 대통령은 한편으로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의 주장을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단정하며, 다른 한편으로 국민의 우려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 4대강 사업의 정확한 실상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행정 각료를 질타하며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다.

4대강 사업의 추진과정을 지켜보면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이 무력감이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지, 그 발원지를 거슬러 추적해보면 이는 단순히 정부의 정책 결정 및 집행에 불만을 가진 한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심리적 반응이 아니라,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여겨온 그 어떤 요소의 결락(缺落) 및 그것이 당분간 정상적으로 복구될 것을 기대할 수 없으리라는 좌절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보 설치, 수질악화·생태계 교란 유발

4대강 사업은 낙동강 본류와 지류가 만나는 92개 지점에 높이 2m, 길이 수백m에 이르는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인 낙차공을 세울 계획이다. 낙차공 설치는 낙동강 준설사업에 따른 불가피한 대책이다.

그러나 낙차공이 설치되면 낙동강은 더 이상 자연하천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되며 낙동강의 수많은 어종들이 산란 등을 위해 본류와 지류를 오가기 어렵게 돼 생태계 교란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이에 국토해양부는 낙차공 주변에 어도(魚道)를 별도 설치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낙동강에 물이 부족하다는 논리로 낙동강 본류에 보를 설치하여 물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은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보의 설치는 수질악화로 이어진다. 하천 본류에 보를 설치하여 물을 저류하겠다는 발상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것으로 전혀 검증되지 아니한 계획이다.

   
▲ 낙동강에 물이 부족하다는 논리로 낙동강 본류에 보를 설치하여 물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은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보의 설치는 수질악화로 이어진다. 사진은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 뒷편 금강에 설치된 보.

예비 타당성 조사 철저히 해야

국토해양부의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최종보고 질의응답 자료에서 마스터플랜 수립, 하천기본계획 변경, 사전환경성검토가 동시에 진행되므로 4∼5개월만에 환경평가가 완료되는 것은 아니며, 마스터플랜 수립과 동시에 새롭게 추갇변경된 사업계획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사전환경성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4대강 사업에 대한 내실 있고 충실한 환경평가를 위해 지방청별로 환경평가단을 운영하여 계획수립 초기부터 평가서 작성·협의 시까지 전 과정에 걸쳐 환경평가단이 참여, 환경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친환경적 대안에 대해 기술적 자문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환경영향평가가 졸속으로 이루어진다는 비판이 있는데, 낙차공 및 보(댐)의 건설, 준설 따위의 사업내용은 자연하천을 인공하천으로 변형시키는 4대강 사업의 구성적 사업부분이고, 또 4대강 사업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오랜 숙원사업이므로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라는 전제에서 하는 졸속비판 역시 별반 소용없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국책사업 중 44%가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해 탈락됐다. 이는 그만큼 혈세를 낭비되는 것을 막은 것인데 정부는 지금 4대강 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국가재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피해나가려 하고 있다.

국회는 「국가재정법」제38조 제3항에 의거하여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예비 타당성 조사의 실시를 요구해야 한다. 또한, 「국가재정법」제38조를 개정하여 이 제도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이후 행정부의 자의적 행정입법권 행사를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로즈 액커먼은 명령 규칙 등의 행정입법과 행정처분에 대한 사법심사와 관련하여 두 가지 주장을 하고 있다. 첫째는 사법심사에 있어서 사회적 순이익의 극대화라는 배경규범의 설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정책 입안과정에서의 공개성과 설명성, 그리고 정책 집행과정에서의 공평성을 특히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의민주주의’ 원리 무시

이제 4대강은 이 정부의 제물이 됐다. 2012년까지 이 사업을 마쳐야 할 이유에 대해 이 정부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정권 재창출의 정치의도와 연결 짓는 해석이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4대강 사업은 자연을 대상으로 한 거대실험이다. 실험의 증명사항은 이 사업이 국민의 복리를 증진시켜줄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판단이 올바른지 어떤지 하는 것이다.

정치학자 쉐보르스키는 선거를 통해 통치자를 선출한다는 사실이 정부가 대표로서 행위하도록 하기에 충분한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만약 선거가 경쟁적이라면, 선거에 대한 참여가 광범위하다면, 시민이 정치적 자유를 향유한다면, 정부는 진정으로 대표성을 갖게 된다는 명제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있는갚라고 말이다.

누가 우리들로 구성되는 사회공동체의 중요정책을 결정해야 하는가? 국민의 자기결정은 선거 때에만 발현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모든 사람에 의해 해결되어야 한다는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은 로마의 「자연법」과 「형평성」에서 인정되던 것이다.

4대강 사업의 영향을 받는 것은 우선 4대강 자체이다. 그리고 다음세대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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