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도 엽 / 국토해양부 제1차관

기후변화 대비한 물관리 정책 개발 주력
국가 차원 홍수 방어능력 평가 · 이상홍수 대응 선택적 방어체계 수립

 

 

   
▲ 권도엽 국토해양부 제1차관
수자원·생태계·식량 등 피해 광범위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인간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를 200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한 것은 전 지구촌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려주는 큰 사건이었다.

기후변화는 생태계, 수자원, 식량, 해안 및 저지대의 침수, 산업, 건강 등 인간 삶의 기반과 관련된 여러 부문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집중호우와 홍수 증가, 태풍강도 증가 등으로 심각한 자연재해를 유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가뭄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발간된 기후변화 4차 보고서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을 둔 지금까지의 ‘완화’ 노력에 못지 않게 지구온난화에 대한 ‘적응’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안정적인 물 확보를 위한 수자원 계획 수립에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홍수나 가뭄 등 극심한 자연재해의 대비책 마련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에 따른 수자원의 변동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여 국가 수자원 정책 수립에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기후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강수패턴을 보여주고 있으며, 홍수발생 빈도 또한 증가 추세에 있다. 기상청 산하 25개 관측소를 기준으로 볼 때 최근 10년간(1999∼2008년) 1일 100㎜ 이상 집중호우 발생 빈도는 385회로 1970∼1980년의 221회에 비해 1.7배 증가했다.

기후변화에 의한 강수량과 강우강도의 증가는 댐과 같은 수공구조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후변화는 수공시설물 설계의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인 수문사상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수공 관련 기반시설물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전문가들에게 기후변화는 당연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 되고 있다.

가뭄 발생 빈도·강도 증가

   
▲ 최근 기후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강수패턴을 보여주고 있으며, 홍수발생 빈도 또한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앞으로는 집중호우와 홍수 증가, 태풍강도 증가 등으로 심각한 자연재해를 유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7월 10∼11일 내린 폭우로 탄천이 범람, 강남면허시험장이 물에 잠긴 모습.

기후변화로 가뭄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강수패턴의 양적 측면뿐만 아니라 시공간적 특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유출시기(얼었던 물이 녹으면서 하천으로 흘러나오는 시기)의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농작물의 파종시기와 생육시기에 따른 물 수요, 공급시기의 미묘한 불일치를 초래해 농업생산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변화는 생활 및 공업용수와 농업용수의 공급량과 공급시기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 그만큼 수자원 확보에 대한 불확실성 커질 것이다.

기후변화는 기온상승, 집중호우 증가, 가뭄기간 장기화 등 예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수생 생태계와 수질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평균기온의 상승은 식물과 토양의 증발산량을 증가시켜 갈수기의 하천유량을 더욱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는 도시화에 따른 토지피복변화(예, 아스팔트 포장 등)로 더욱 악화될 수 있다.

하천수위의 저하와 수온상승은 수질을 악화시키며, 이로 인해 수중생태계가 큰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봄철 갈수기 가뭄이 길어지는 것은 계절적 수질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 기온이 상승하고 대기가 건조해짐에 따라 농업, 가정 및 산업 분야의 물 수요는 증가하고 수요과 공급의 불균형이 발생하게 된다.

홍수피해 가능지역별 대책 필요

물 관련 재해의 위험성은 재해 확률을 나타내는 재해위험성, 재해위험지역에 있는 인명과 재산의 노출성, 그리고 방어능력의 부족을 의미하는 취약성의 세 가지 요소들을 곱함으로써 표현할 수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홍수의 규모와 빈도의 증가, 도시화로 인한 노출성 증가는 물 관련 재해의 위험성 증가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실시된 하천정비 사업으로 침수면적과 인명피해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화로 인해 우리의 생활공간이 저지대에 밀집됨에 따라 도시 홍수위험에 대한 취약성은 증가하고 있다. 이는 댐과 제방에 의한 치수대책만으로는 부족하고 최근의 돌발홍수와 같은 도시홍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치수대책이 필요함을 뜻한다.

또한 하천 중심의 제방 축조로는 치수대책 다양화에 한계가 있으므로 지역의 특성을 기상학적, 지형학적, 사회·경제학적 전반에 걸쳐 고려할 수 있는 피해가능 지역별 대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가상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이에 따른 수공시설물 설계기준 강화와 기후변화 대비 국가 물 안보 확보방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기존 수자원 시스템 운영방법 개선과 유역관리를 위한 첨단 기상기술의 활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자원영향평가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일본, 홍수 대비 ‘슈퍼 제방’ 도입

   
▲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제방의 월유 위험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항구적으로 해소하고 도시경관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슈퍼 제방’을 도입하고 있다.

영국 템즈 강 하구는 1953년 대홍수로 300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홍수 상습지대였다. 런던시는 1974년부터 10년에 걸쳐 5억3천500만 파운드(약 1조원)를 들여 템스강 하구를 가로지르는 이도식 하구둑을 건설했다. 보통 때는 열려 있다가 만조와 홍수가 겹칠 때는 닫혀 바닷물의 침입을 막도록 고안된 이 독특한 구조물은 장기간의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설계됐다.

핀란드는 지난 10년 동안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 투자를 했으며, 적응전략에 대한 부분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2001년 이러한 사실을 인식한 핀란드 의회는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국가 전략수립 전담팀을 2005년에 구성하고 기후변화 대비 매뉴얼을 작성했다.

특히 치수 안정성의 확보를 위해 댐 안정성 평가를 수행하고 있으며, 수행결과를 바탕으로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된 댐에 대하여 여수로(Spillway)의 증축이나 비상 여수로의 추가 설치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제방의 월유 위험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항구적으로 해소하고 도시경관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슈퍼 제방’을 도입했다. 슈퍼제방이란 제방에 연한 도시 저지대를 폭 300m 정도까지 둑 높이로 성토하는 일종의 하천과 도시의 복합 재개발사업이다.
이러한 슈퍼제방은 오사카시에 다카시, 시로키타 지구 등 4곳, 히라카타시 5곳, 네야가와시 2곳 등 모두 19곳이 있다. 슈퍼제방 및 도시 정비를 종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 1992년 국토교통성, 오사카부, 오사카시, 야네가와시 등 9개 정부부처, 광역·기초 지자체가 참여하여 진행 중이다.

호주는 건조한 기후지역에 속하여, 강우량과 하천 유량의 변동이 매우 심한 국가이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까지 더해서 수자원 관리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호주 동남부 지역에 더 빈번한 가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지하수위 보충과 수질 문제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강우패턴도 변화하여 점차 집중호우 발생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수자원의 적절한 배분과 환경 유지, 수질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7년 안보 관련 장기 계획을 발표했으며, 향후 10년간 10개 사업에 중점을 두고 1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수자원 계획·설계 방법 개선

   
▲ 댐 보조여수로 사업은 최악의 기상이변으로 극한홍수가 발생하더라도 댐과 댐 하류 도시를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기후변화 대비 선도적 대책이다. 사진은 소양강댐 여수로.

기후변화 등에 따른 이상 홍수에 대비하여 댐의 항구적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댐 보조여수로 사업을 1990년대부터 추진하고 있다. 이는 가능한 최악의 기상이변으로 극한홍수가 발생하더라도 댐과 댐 하류 도시를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기후변화 대비 선도적 대책이다.

수자원 및 하천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비롯, 유역종합치수계획, 하천기본계획, 댐 건설 장기계획 등을 수립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기후변화 고려가 충분하지 않다.

지금까지 계획은 과거 자료의 통계분석을 통한 최적설계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해 통계적 특성이 변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를 방어하는데 미흡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적용해왔던 최적설계 방식보다는 극한 조건에 대응할 수 있는 선택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차별화 된 설계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국가간 상호협조체계 구축 필요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대책은 단순 구조적 대책으로는 그 한계가 분명하다. 홍수방어 대책은 어느 지역이 홍수에 취약한가를 파악하여 투자 우선 순위가 수립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기후변화로 인해 유발되는 이상홍수에 대비하여 이미 설치되어 있는 제방이나 댐, 하천교량 등 홍수와 관련된 사회기반시설들이 어느 정도의 방어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유역 차원에서 상류는 저류기능, 중류는 억제기능, 하류는 배수기능의 역할을 고려하여 주요 시설을 집중 방어할 수 있는 선택적 홍수방어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수자원의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이를 이용하여 대응시나리오를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예측과 이해를 향상시키고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규모의 국가간 상호협조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체계적 기후변화 대응 정책 개발

   
▲ 기후변화로 인해 유발되는 이상홍수에 대비하여 이미 설치되어 있는 제방이나 댐, 하천교량 등 홍수와 관련된 사회기반시설들이 어느 정도의 방어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사진은 지난 2006년 7월 16일 서울 양평동 안양천 양평교 부근 둑 10여m가 유실돼 인근 양평동 지역이 물바다가 된 후 임시로 복된 제방 모습.

이미 선진 외국은 잠재적인 기후변화와 영향을 인지하고 ‘후회 없는’ 정책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서 ‘후회 없는’정책이란 기후변화의 결과가 예상대로 발생하는지의 여부에 상관없이 대응해 나가는 것으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원활히 넘길 수 있는 적응과 완화 전략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집중호우에 의한 댐의 안전도를 확보하기 위해 비상여수로 증축사업을 다목적 댐을 중심으로 실시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다만, 최근 설계 홍수량을 벗어나는 홍수를 자주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대응 방식과 기술 개발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보다 더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로 기후변화에 대응한 물 관리 정책을 개발함으로써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수자원 계획, 사회적 공감 형성 필요

미래의 지구환경변화에 따른 이상가뭄과 홍수 등에 대비한 각종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선의 대안을 선택해야 하고 수자원의 효율적인 개발·공급·관리를 위해서 장기적인 수자원정책을 수립하여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 수자원 문제는 종합적이고 합리적으로 계획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종의 기원’으로 알려진 생태학자 찰스 다윈은 “궁극적으로 살아남는 종은  강한 종도, 지적 능력이 뛰어난 종도 아닌,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종”이라고 강조했다. 찰스 다윈의 말처럼 우리가 기후변화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에 현명하게 적응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물을 관리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정부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CO₂ 감축정책과 적응정책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녹색기반시설과 녹색 강을 추진함으로써 기후변화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활용해야만 한다. 이것이 곧 정부의 녹색 뉴딜 정책을 실천하는 하나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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