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물기업 보유 국가.기업 꾸준히 증가

   
▲ 김길복 한국수도경영연구소 소장
글 싣는 순서
① 국내 수도사업 구조적 문제점
② 해외 수도사업 경쟁력 강화 사례  
③ 수도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

 

중진국·개도국, 물기업 증가세 뚜렷

수도사업은 공공성이 강조되다 보니 시장실패 가능성이 매우 큰 영역에 속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공부문이 직접 사업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수도사업의 특성상 초기 시설투자와 운영관리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순한 공공서비스 차원에서 사업을 운영하게 되면 비효율성을 낳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정부의 실패요인을 낳기도 하는 분야가 수도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업의 비효율성을 경험해 본 국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부문의 전문 경영방식을 주로 도입하게 된다. 특히 유럽국가들의 경우 국가나 지자체를 대신하여 전문 물기업이 상하수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업의 효율성 및 생산성을 제고하고 물 분야에 있어 국제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수도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보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문적인 물기업을 육성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전문 물기업의 수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신규 인프라 투자가 요구되는 중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의 전문 물기업의 증가세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최근의 전문 물기업의 소유구조를 살펴보면, 해당 국가의 역사적인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공공부문내 수도사업자가 전문기업 체제를 확립하고 국내외 수도시장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물기업들은 국가의 수도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정책적 지원아래 공기업이라는 공신력 및 축적된 기술력, 자금조달 능력 등을 바탕으로 형성되고 있다. 특히 민간 전문 물기업들과 달리 사업영역의 경우 시설의 건설이나 대규모 자본투자보다는 전체 상하수도 사업의 운영관리 측면에 집중하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세계 주요 국가는 수도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자국의 물기업을 육성하고 동시에 보편적인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는 독자적인 정책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이에 몇몇 국가들의 수도사업 경쟁력강화 사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브라질, 실용주의 수도사업 육성

   
▲ 브라질 정부는 자국 물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7년 1월 5일 「상하수도법」을 전면 개정, 주정부 공사들이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위탁받아 담당하는 지방상하수도 사업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함으로써 주정부 공사들의 연간 투자규모가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국내외 물시장 참여에도 보다 적극적이다. 사진은 리우데자네이루 시내 전경.

■ 브라질 1970년대 브라질의 상수도 보급률은 12.6%, 하수도는 6.4%로 극히 저조한 상태에 머물러 있었으며, 공급책임을 담당하고 있는 기초 지자체의 경우 조직, 재정, 전문성이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었다. 이에 1964년 집권한 브라질 군사정권은 상하수도 서비스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으로 26개 주(州)정부와 1개 연방 직할지 별로 광역상하수도 공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브라질 정부는 주정부 광역공사를 중심으로 일시에 지방자치단체 상하수도 사업을 통합한 것은 아니며, 주정부 공사들과 개별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양여계약을 체결해야만 지방상하수도 사업을 담당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지방자치단체에게 상하수도사업 권한을 유지함으로써 인위적인 강제를 가하지 않고, 광역공사에만 저리의 정책금융 지원 등 간접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서 재정적으로 열악한 지자체 스스로가 자연스럽게 광역공사에 수도사업을 위탁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반면, 이들 광역공사에는 퇴직적립기금과 해외차관 등 재원을 장기 저리로 융자하는 등 금리나 대출조건 면에서 정부의 정책적 금융지원을 받는 혜택을 부여했다. 그러나 광역공사들은 스스로도 막대한 부채를 끌어다가 상하수도 보급 확대에 적극적으로 투자함으로서 개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신규 사업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떠 안게 되었다.    게다가 광역공사는 상수도뿐만 아니라 하수도와 관련된 주정부 산하의 모든 조직과 기구를 통합하도록 함으로써 브라질의 상하수도 사업이 통합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상수도 보급률이 점차 완료 단계에 접어듦에 따라 하수도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함으로서 하수도 보급률도 빠르게 높아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브라질 지방자치단체들은 상하수도 서비스 공급에 있어 이전에 없던 일종의 선택권을 부여받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이전처럼 자신이 가진 상하수도 사업권한을 직접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을 구성하여 수행할 수도 있었고, 주정부가 설립한 광역공사에 전적으로 맡길 수도 있었다. 이러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선택권은 주정부 광역공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경쟁요소로 작동하여 보다 대응성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경영하도록 하는 유인이 되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와 주정부 공사간의 사업위탁은 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위탁기간을 영구화하지 않고 25∼50년으로 한정하여 경쟁요소를 도입할 수 있었고, 실제 현재 주정부 공사들은 새로운 지방자치단체들과 꾸준한 협상을 통해 계속해서 상하수도 사업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이처럼 브라질의 경우 사업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었던 것은 상하수도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으로 주정부 공사를 설립하여, 주정부 공사들이 상하수도 사업을 담당함에 따라 광역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확보되는 시설의 설치가 가능했고, 보다 풍부한 재원조달 능력을 바탕으로 적기에 적정 규모의 시설투자가 가능한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주정부 물기업들이 택한 단일요금 원칙은 수익성 있는 사업구역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구역으로 기업 내부적인 교차보조를 가능하게 하여 급속한 상하수도 서비스 보급확대와 지역간 형평성 제고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최근 브라질 정부는 자국 물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7년 1월 5일 「상하수도법」을 전면 개정했다. 핵심적인 개정내용은 주정부 공사들이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위탁받아 담당하는 지방상하수도 사업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함으로써 주정부 공사들의 연간 투자규모가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국내외 물시장 참여에 있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독일, 물산업 경쟁력 강화 논의

   
▲ 독일의 경우 상하수도 플랜트 및 설비 업체는 세계적인 기술력은 갖추고 있으나 운영관리측면에서는 다국적 물기업들과 경쟁하기에는 너무나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 불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독일 수도사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 독 일 독일의 수도사업은 유럽 최대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규모(한화 27조 원)를 자랑한다. 또한 상하수도 플랜트 및 기자재 관련기술이 가장 발달되어 있는 나라로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수도사업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하수도 보급률이 포화상태에 도달했고, 이후 사업기반이 정체됨에 따라 연관 산업, 교육, 연구기관 등을 중심으로 수도사업 기반이 점차 위축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독일에서는 수도사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논의가 촉발되고 있는 가운데, 독일의 물산업 전문가인 요한 바커바우어 박사는 독일 연방정부 지원으로 2006년 공동 연구한 보고서에서 “독일 물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상하수도 분야의 최저 국내 사업규모를 확보한 사업자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독일의 경우 상하수도 플랜트 및 설비 업체는 세계적인 기술력은 갖추고 있으나 운영관리측면에서는 다국적 물기업들과 경쟁하기에는 너무나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 전후 당시 세계 최대 에너지기업이었던 에온(E·on)은 독일 최대 지방자치단체 수도회사인 겔젠워터(Gelsenwasser)를 인수하고 여러 지방자치단체들과 위탁계약을 체결, 물사업 진출을 확대해 나갔다. 또한 알베에(RWE)의 경우 영국 테임즈워터와 미국 아메리칸 워터웍스를 인수하여 2000∼2001년에는 세계 3위의 물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독일 에너지 기업들은 국제 경쟁력을 갖춘 다국적 물기업이 되는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이는 물사업이 에너지사업과 유사해 보여도 실제로는 상당한 운영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을 경우 리스크가 매우 큰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카바우어 박사 등은 독일 수도사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상수도와 하수도 사업의 통합 △수도사업자의 타 지역 사업 참여에 대한 자유 확대 △수도사업자간에 의무적인 성과비교평가 도입 △정부 직영에만 유리한 세제 개편 △수도산업 내 각 주체간의 협력 확대 △전문 물기업 중심의 해외시장 동반 진출 등을 제시했다.

현재 독일에서는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독일 대표 물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논리가 공감대를 얻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함부르크워터, 겔젠워터 등 규모가 큰 공기업들을 중심으로 상하수도 사업을 통합하여 규모를 확대함과 동시에 선진화된 기업체제를 구축하여 국내외 수도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가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르투갈, 국가 수자원공사 설립

■ 포르투갈 포르투갈의 수도사업 규모는 세계 28위의 규모이며 연간 17억 달러 정도로 협소한 상태이기 때문에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란 쉬운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포르투갈은 EU의 상하수도 정책기준에 맞도록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브라질의 상하수도 정책사례를 포르투갈의 상황에 맞게 독창적으로 도입했다.

1986년 EU가입 당시 포르투갈은 개별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체계에서는 상하수도 사업의 개선이 요원한 상황이었고, 최대한 EU기준에 맞도록 상하수도 서비스를 개선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포르투갈 정부는 브라질의 상하수도 정책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여 1993년 재무부 산하에 국가공사인 포르투갈 수자원공사(Aguas de Portugal, ADP)를 설립하였다.

이에 따라 ADP는 포르투갈 상하수도 시설 투자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기에 이르렀다. ADP의 투자재원은 EU환경개선기금 50%, 유럽투자은행 대출금 25%, 자체 조달 25%를 바탕으로 20개 광역상하수도시설을 새롭게 건설하였고, 지자체들과 25년에서 30년간의 양여계약을 체결하여 투자가 시급한 지방상하수도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 결과 포르투갈에서 상하수도 서비스는 빠르게 보급되었는데 1993년 상수도 80%, 하수도 55%이었던 보급률이 2006년에는 상수도 95%, 하수도 90%까지 높아지게 되었다. 특히 ADP는 지역간 교차보조를 통해 서비스의 형평성에 있어서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또한 환경산업 분야인 쓰레기 수거 및 처리 사업까지 담당하는 등의 정부정책지원을 바탕으로 협소한 내수시장에서 최대한 성장을 할 수 있었으며, 이렇게 확보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마드리드 수도공사, 상하수도 통합

   
▲ 스페인 마드리드시는 고원에 위치한 평야지대인데다 연간 강수량이 적고, 시내를 흐르는 강이 없어 용수공급에 큰 어려움을 갖고 있어 마드리드공사는 용수공급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변 강으로부터 물을 도수하여 시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 스페인 마드리드 공사(CANAL DE ISABEL Ⅱ)는 1851년 마드리드 주변의 강에서 물을 도수하는 일을 전담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마드리드의 조례에 의하여 설치된 특수법인이다.

공사의 업무핵심은 마드리드시에 대한 상하수도 관리이지만 마드리드 도(道) 영역 차원의 「상하수도관리법」 제정에 따라 마드리드(도 개념) 내 179개 자치단체에 상하수도 서비스를 위탁공급하고 있으며, 마드리드시 부시장이 회사의 부사장을 겸임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마드리드 공사가 공급하는 취수원은 마드리드에서 원거리에 위치한 Sierra del Guadarrama mountain에서 흐르는 강 7개소를 활용하고 있으며, 4개의 급수댐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1984년에 제정된 도 상하수도관리법령에 따라 마드리드시 주변의 자치단체들이 희망하는 경우 물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공급시설 공사를 해주도록 되어 있으며, 도와 개별 자치단체간의 계약이 이루어질 경우 마드리드 공사가 직접 수도를 공급하게 된다.

특히 마드리드 공사의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는 관할 자치단체간 물 관리에 관한 갈등이 발생하였을 경우 갈등에 대한 조정 및 결정권한을 갖고 있는 것인데, 스페인 역시 지하수 등 취수원 개발권(일종의 수리권)이 중앙정부가 아닌 개별 자치단체에 있기 때문에 지역간 물관련 분쟁이 매우 심각하여, 최근에는 2008년 대선에서 물 분쟁 해결과제가 최대의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물 분쟁 조정권한은 마드리드 도 법령에 의해 판단하게 되며, 중앙정부가 일체 관여하지 못한다. 또한 마드리드공사는 물 분쟁 조정권한과 더불어 상하수도를 통합관리하고 있다.

이는 물의 취수-수력발전-정수-공급-소비자-하수도-하수처리-재활용 등 물 순환 전체를 일괄 관리함에 따라 지역간 서비스 격차를 고려하여 균등하게 조절·관리함으로써 지역 내 물에 대한 심판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마드리드시는 고원에 위치한 평야지대인데다 연간 강수량이 적고, 시내를 흐르는 강이 없어 용수공급에 큰 어려움을 갖고 있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용수공급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변 강으로부터 물을 도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를 전담하기 위해 마드리드 공사를 설립한 이후 지속적인 보급률 확대 및 사업운영으로 마드리드 주변지역까지 공급 관로망을 상호 연결하여 긴급상황에 대비하고 있으며, 설립이래 지금까지 스페인에서 가장 큰 상하수도 관리회사로 스페인에서 리딩회사 역할을 차분히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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