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김치' 불안을 ‘먹거리 지키기’ 시스템 정비계기로

   
▲ 이계호 교수(충남대 식품공학과)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먹고 대한민국의 상징인 김치의 안전성에 대한 논쟁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본인이 그동안 수행해온 연구분야가 주로 식품시료를 비롯해 환경시료 · 반도체시료 등 다양한 종류의 시료에서 중금속 등을 화학 분석하는 분야인 관계로 이번 김치파동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의뢰받아서 분석한 김치분석결과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어 있어 이를 지적해 볼까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의뢰 받은 김치에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정도의 납 (0.05 ppm 이하)이 포함되어 있는 수준으로 분석됐다.  본 연구실에서는 산업자원부 지역혁신사업 (RIS)으로 'ISO 인증 친환경 농산물 물류유통 클러스터 구축사업' 을 수행하면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농산물중 중금속 및 잔류농약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배추 · 무 등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농도

이번에 측정된 김치의 납 농도는 일반적으로 배추 · 무우 등에서 발견되는 농도 수준이다. 즉 토양에는 중금속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토양에 뿌리를 내리는 채소류는 극미량의 중금속이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유럽이나 국제적으로 채소류의 납 허용치를 0.3 ppm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럼 두 기관에서 분석한 결과들이 10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  일반적으로 김치 분석결과의 차이는 시료채취방법과 분석방법에서 기인한다. 같은 회사제품일 경우에도 동일한 시료가 아닌 경우에는 10배가 아니라 수 십배도 차이가 날 수  있어 동일한 시료가 아닌 분석결과의 차이는 더 이상 논쟁거리가 아니다.  
오히려 이번 김치에 관련된 사회적인 파장을 돌이켜 볼 때, 나무를 보느라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번 김치 파동에서 지엽적인 부분에 얽매이지 말고, 식품안전에 대한 전체적인 문제점들을 돌이켜 보고 해결책을 시급하게 강구해 앞으로는 이런 문제로 인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사건들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라 삶의 질이 많이 향상돼 식품안전 · 환경보호, 또는 웰빙에 대한 관심들이 폭증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식품안전에 대한 요구 및 기대심리는 급속하게 증가하는 데 비해 국민소득 대비 식품안전에 사용하는 예산 및 시스템(관련법규 포함)은 매우 적고 취약하다.  

과거 식품안전 정책적 배려 상대적 부족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이 항상 최우선 순위였던 관계로 식품안전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에 관련된 문제는 관련부처에서 사전 예방 시스템 보다는, 항상 문제가 발생되고 난 다음 응급조치로 사후처리를 하는 시스템에 본의 아니게 익숙해져 있는 편이다.  응급조치로 사후처리하는 시스템 운영이 시간적 · 경제적으로 얼마나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예를 들면, 이번 김치파동으로 발생한 경제적 · 시간적 · 사회적 · 정신적 손실은 어느 정도일까? 아마 계산할 수 없을 정도이며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식품에 포함된 중금속 · 잔류농약과 같은 오염물질들은 체내에 축적되어 심각한 건강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 유전될 수 있는 심각한 유해물질이다.  건강하지 못한 육체나 훼손된 자연을 후손들에게 물려 준다면, 경제발전으로 이룬 모든 풍요로운 유산을 물려준들 후손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현재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신생아는 물론 노인들의 머리카락에서 중금속 분석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머리카락의 중금속 분석은 체내 중금속 축적량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미국 환경청 (US EPA) · 국제원자력기구 (IAEA)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국제공인방법이다.  지금까지 약 1000 여명 정도 분석이 수행되었는데, 성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에게도 체내에 축적된 중금속들이 심각할 정도로 많이 발견되고 있다.  인체에 축적되는 중금속들은 주로 식품과 환경으로부터 기인하기 때문에, 중금속 체내 축적량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식품 중금속 기준 설정 서둘러야

식품안전에 대한 이러한 전체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식품에 대한 중금속 기준이 시급하게 설정되어야 한다. 유럽에는 거의 대부분 식품에 대한 중금속 규격이 설정되어 있는 반면에, 현재 우리나라는 농산물중 쌀에 대한 카드뮴 기준 이외에는 전혀 없다. 특히 이번 김치파동의 납 오염 원인은 배추보다는 소금 · 젓갈류 · 고추 등과 같은 양념류의 중금속 오염이 더 심각한 편이다.  따라서 농산물 · 축산물 · 수산물 및 수요가 많은 주요 식품을 대상으로 중금속 국내기준을 시급하게 설정하여야 한다.   현재 식약청이 주관하여 10가지 농산물에 대한 중금속 기준설정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다른 농산물 · 축산물 · 수산물 · 주요 식품 등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 전혀 수립되어 있지 않다.  

둘째, 관리 및 감시 시스템이 확대 운영되어야 한다. 국민 1인당 약 2500원 정도에 해당되는 예산으로 우리나라 식품안전에 대한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식품안전에 관련된 식품의약품안전청 · 시도 보건환경연구원등은 업무폭증으로 인하여 사전 예방시스템 운영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다.  구미선진국에서도 식품안전에 대하여는 규제를 완화해 관련 식품산업을 활성화하되, 국가 및 민간차원의 감시시스템을 철저히 운영해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사전 예방할 수 있는 관리 및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여 식탁에 올려지는 식품의 안전관리를 보다 더 철저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식품안전을 우선순위 1번으로 하는 정책적인 배려와 결정이 필수이다.   

셋째,  국제적 적합성에 대한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한다. 미국 · 일본 · EU 국가들은 식품안전에 대한 제도 및 법규 · 관리 기술 · 분석방법 등에 대하여 국제적으로 상호 인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식품안전에 관련된 법규 및 시스템이 국제적으로 인증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축하여, 다른 나라와 수출입품의 오염물질로 인한 문제점이 발생하였을 때 무역갈등을 원만하게 해소하도록 하여야 한다.

선진국, 안전시스템 구축 20~30년 걸려

넷째, 식품안전 불감증에 대한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식품의 안전성 보다는 경제성만을 추구하는 제조업자 · 도소매업자, 그리고 소비자들의 의식으로 인하여 많은 문제점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식품 안전성은 지금 현재뿐만 아니라, 후세대에 심각한 사회적 · 육체적 문제를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식품 안전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점들에 대하여 대 국민 홍보 및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일본을 비롯한 구미선진국에서 유기농과 같은 안전농산물에 대한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기 까지는 약 20∼30년이 소요되었듯이, 우리나라도 지금 모든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이 기회를 식품안전을 위한 의식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치파동이 과거에 있었던 또 하나의 식품사건으로 그냥 묻혀지지 않기를 진정 바란다.매일매일 식탁에 올려지는 식품의 안전성 확보에는 민관이 따로 있을 수 없고,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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