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칼럽

   

말없이 쉬지 않고 유유히 굽이쳐 흐르는 수도 서울의 젖줄 한강.
우리나라 영토의 허리를 휘감고 흐르는 한강은 한민족 번영의 원동력으로서 역할을 해온 우리의 보금자리였으며, 운명의 흐름이었다. 자연으로서의 한강은 이 겨레의 생명의 원천이며, 역사로서의 한강은 한민족의 기쁨과 한을 간직한 상징이며, 문화로서의 한강은 우리가 영화로울 수 있는 은총이었다.

한강은 남한강, 북한강, 한강 본류 등 총 705개 하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로 연장은 5천890㎞이고, 유역면적은 3만2천947㎢에 이른다. 인구의 유입 및 산업활동의 증가로 한강유역의 산지나 농경지는 감소하고 공업용지 및 도시기반 시설이 증가되고 있으며, 남한강 권역에 축산업이 발달하고 북한강 및 한강의 중·하류 유역에는 가축 사육농가가 증가하고 있으나 상류지역은 산악지대로 구성되어 상대적으로 개발은 더딘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유역내에는 소양, 충주, 팔당호 등 주요 호소 8개소가 있으며, 이들은 우리나라 댐 공급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한강의 물 속에는 미네랄과 산소나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으며, 바닥은 바위나 자갈, 모래 또는 진흙이 깔려 있다. 또한 물 속에는 많은 수초나 녹조, 남조, 돌말과 같은 생산자도 있고 저서생물이나 물고기와 같은 소비자도 있고, 세균이나 곰팡이와 같은 분해자도 있다. 이들 사이에는 먹이 연쇄에 의한 에너지가 흐르고 있고,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생물들이 필요로 하는 물질 등은 끊임없이 순환한다. 결국 한강은 그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자연생태계인 것이다.
한강은 1960년 이후 댐의 축조와 그 후의 하류에 수중보 설치로 인하여 물고기 이동이 단절되어 민물고기의 분포 상을 볼 때 상, 중, 하류가 각각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류지역은 산소가 풍부하고 수온이 낮은 곳에 서식하는 은어, 송어와 가두리 양식장에서 자라다가 홍수기에 유출된 향어 등이 서식하고 있다. 잉어와 붕어는 한강의 전수역내에 서식하고 있으며, 흐르는 물에 주로 서식하는 쏘가리, 꺽지, 동자리 등은 호수 상류 계곡으로 서식지를 옮겨 살고 있다.

한강 수계의 호소 중 특히 팔당호에는 외래물고기인 불루길이나 배스 등이 새우, 연어 등의 국내어종을 교란시키고 있다. 한편 잠실 수중보에서 당산철교까지에는 붕어, 잉어, 살치, 누치가 살고 있는데, 1992년 여름의 부영양화 현상으로 물고기들이 사멸되어 문제가 제기된 적도 있다.
수도권에 지나친 인구집중과 산업화에 따른 오염원의 증가로 한강생태계 스스로의 능력으로 복원되기를 기다릴 수는 없으며, 인위적인 수단도 필요한 때이다. 1982년도 한강종합개발사업은 한강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이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생태계 측면으로 보면 부정적인 측면도 많이 발견된다. 즉 현재 한강 하류 주변의 생태계는 거의 전역이 인공적인 구조물 및 비자생식물로 덮여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넓은 면적으로 조성되어 있는 잔디 및 화초류는 그 자체가 한강유역 생태계에서 자생력을 가지고 자라던 식물이 아니므로 다른 식물들, 특히 귀화식물들의 침입에 대하여 견디는 힘이 매우 약하고, 또한 유지비도 많이 든다.

또한 밤섬 주변에 개발사업에 따라 수심이 깊어지고 생태계가 변화함에 따라 수초가 자라기 어렵게 되었는데, 이러한 현상은 먹이 연쇄에 의하여 다른 종에게도 영향을 끼쳐 전반적인 생태계의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현재 여의도 샛강 주변의 갈대숲에 대한 보존이라든가, 한강고수부지에 자생식물을 도입한다고 하든가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연은 그 자체대로 놓아두거나, 혹은 훼손된 경우에는 가능한 한 원상태에 가깝게 복원하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다.
한편 직접적으로 물을 살리기 위한 운동도 절실하다고 본다. 그동안 시민단체들도 많이 노력을 하여 쓰레기가 떠있지 않은 한강을 만들고 수질개선에 많이 기여하였다고 본다. 그러나 물이 오염되면 물속에 사는 생물뿐만 아니라 그 유역에 사는 식물들의 생존도 보장할 수 없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일단 버리는 일부터 주의해야함은 물론이고, 실개천 및 마을 개울에 애기부들, 꽃창포, 미나리 등의 수질정화 식물을 심어 수질을 개선하고, 또한 모든 사업의 추진 시에 하천 주변의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와 같이 할 때 청계천, 중랑천, 안양천, 탄천 등에서 은어, 버들치, 피라미, 송사리가 자유스럽게 뛰어놀 수 있는 우리민족의 자랑스러운 한강의 지천이 다시 탄생할 것이다.
과거에 영국 템즈강, 프랑스 세느강, 독일 라인강에 우리나라 물전문가와 시민단체가 많이 보러갔듯이 한강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보러 오는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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