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도시, 하천 표류수를 상수원수로 사용

상수원 호소 건설이 상수원 문제 유일한 해결책
세계 모든 대도시의 상수원은 호소수·호소에 의해 함양된 지하수

▲ 한강 유역의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성남시 등 수도권의 대도시들도 한강 표류수를 취수하여 상수원수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북취수장 전경.

안전성·안정성 없는 하천 표류수

▲ 김동욱 박사
우리나라의 하천 표류수는 수질오염과 수질오염사고에 취약하여 수질 안전성이 낮고, 자연호소나 대수층 등 물의 자연적인 저장기능의 발달이 빈약하여 수량 안정성이 결여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많은 종류의 오염원으로부터 많은 양의 오염물질이 하천과 호소로 흘러들어 가고 있고, 아직도 오염된 하천 표류수를 상수원수로 취수하는 대도시가 많다.

우리나라 4대강 유역에는 706개의 산업단지가 있고 5만5천472개소의 폐수배출시설로부터 하천으로 흘러드는 폐수배출량은 하루 332만4천 톤이다. 또한 4대강 유역에는 소 43만7천 두, 돼지 41만8천 두, 닭 2천186만9천 두 등 2천294만 두의 가축이 있으며, 하루 13만7천 톤의 축산폐수가 하천과 호소를 오염시키고 있다.

인구 5천만 명으로부터 발생하는 하루 1천674만5천 톤의 생활하수도 하천과 호소의 주요 오염원이다.
뿐만 아니라 전국의 173만7천ha의 논과 밭으로부터 공공수역에 흘러드는 비료와 농약은 가장 큰 비점오염원이다. 이와 같은 여건 때문에 우리나라 하천의 표류수는 수질오염에 매우 취약하다.

우리나라 4대강 유역의 하천은 주요 수질지표인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총인(T-P), 총질소(T-N), 및 총대장균군에 대해 1등급인 수역은 하나도 없고 대부분의 수역이 2등급 이하의 수질을 보이고 있다.

또한 중간에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수질오염원에서 하천이나 호소에 오염물질이 바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우리나라 하천은 수질오염사고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1991년 낙동강 페놀오염사고, 1994년 낙동강 수질오염사고, 2009년 1,4 다이옥신 오염사고 등 크고 작은 많은 수질오염사고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하천은 하상계수가 매우 크다. 세계 하천의 평균 하상계수가 100이하인데 비해 우리나라 하천의 평균 하상계수는 300이 훨씬 넘고 섬진강의 경우는 715나 된다. 비가 오면 하천이 범람하고 가물면 하천에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다. 우리나라 하천의 이러한 특성은 수질오염과 수질오염사고 뿐만 아니라 수량 공급의 안정성에도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친다.

서울·부산·대구시, 하천 표류수 사용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하천 표류수를 상수원수로 사용하는 대도시가 많다. 낙동강 유역의 부산광역시와 대구광역시가 하천 표류수를 상수원수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대도시들이다. 부산시와 대구시는 각각 상수원수의 90%와 74%를 하천에서 취수하고 있다.

물론 부산시와 대구시가 상수원수로 취수하는 하천 표류수에는 안동댐이나 임하댐과 같은 상류의 댐에서 흘려준 물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 상류에서 발생한 생활하수나 공장폐수 처리수가 섞여 있어 수질이 나빠진다. 말하자면 깨끗한 물에 오염된 물을 섞어 상수원수로 사용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물은 인간과 생태계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이기 때문에 어느 지역이나 개인에 의해 독점될 수 없는 공유자원이다. 이러한 공유자원의 양을 충분히 확보하고 지역적으로 고르게 공급하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가 인공 저수시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사진은 안동취수댐.

대구시가 상수원수로 취수하는 하천 표류수에는 상류에 있는 구미시 등의 생활하수와 공장폐수 처리수가 포함되어 있고 부산시가 상수원수로 취수하는 하천 표류수에는 이에 더하여 대구시 등의 생활하수와 공장폐수 처리수가 포함되어 있어 물을 둘러싼 상·하류 주민간의 심각한 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

한강 유역의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성남시 등 수도권의 대도시들도 한강 표류수를 취수하여 상수원수로 사용하고 있다. 이 경우도 소양강댐과 충주댐의 깨끗한 물을 그 하류의 오염된 물과 섞어 상수원수로 사용하는 형국이다.

다만, 비슷한 상수원수 취수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한강 유역은 낙동강 유역보다 수량이 풍부하고 상류의 수질오염물질 배출량이 적기 때문에 하천 표류수의 수질이 낙동강 유역의 하천 표류수의 수질보다 상대적으로 좋을 뿐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금강 유역과 영산·섬진강 유역은 한강 유역과 낙동강 유역에 비해 수량과 수질조건이 모두 열악하지만 금강 유역의 대청댐과 용담댐, 영산·섬진강 유역의 주암댐과 동복호, 장흥댐 등 호소의 물을 직접 상수원수로 취수하기 때문에 수질오염과 수질오염사고의 위험이나 수량 공급의 불안정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세계 모든 대도시들 호소에서 취수

우리나라의 한강 유역과 낙동강 유역의 대도시를 제외한 세계 모든 대도시들은 그 상수원수를 호소에서 취수한다. 미국의 뉴욕시는 200km 상류에 있는 크로톤, 캐츠킬 및 델라웨어 유역에 있는 27개의 인공저수지와 13개의 자연수로 및 7개의 인공수로(aqueduct)로 이루어진 상수원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충분한 수량을 확보하고 자연정화기능을 이용하여 여과처리 없이 뉴욕시에 먹는 물을 공급하고 있다.

영국의 런던시는 테임즈강과 리강(Lee River) 유역에 건설된 22개의 인공저수지에 수질이 열악한 테임즈강과 리강의 표류수를 취수하여 저장한 후 상수원수로 사용한다. 이들 인공저수지는 상수원수의 저장기능과 정수기능 및 지하수 함양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다.  

▲ 왼쪽은 미국 뉴욕시 상수원 호소인 Schoharie Reservoir. 오른쪽은 영국 런던시 상수원 호소인 Walthamstow Reservoir.

독일의 베를린 시는 상류에 있는 26개 호소로부터 상수원수를 인공수로 등을 통해 직접 취수하고 일부는 그 호소들에 의해 함양된 지하수를 취수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멜버른 시는 상류에 있는 9개 호소로부터 상수원수를 직접 취수하며 일본의 동경시는 타마강과 토네강 유역에 건설된 7개의 저수지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한다.

▲ 왼쪽은 독일 베를린시 상수원 호소인 Jungerfernsee. 왼쪽은 일본 동경시 상수원 호소인 Yagisawa댐.

인공 저수시설 건설 시급

이와 같이 수백만 명의 인구를 가진 대도시가 수질오염과 수질오염사고의 위험이 항시 존재하고 수량 확보가 불안정한 하천 표류수를 상수원수로 사용하는 경우는 우리나라의 낙동강 유역과 한강 유역의 대도시들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수질오염과 수질오염사고로부터 안전하고 수량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유일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은 상수원으로서 자연저수시설과 기존의 인공저수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필요한 경우 새로운 인공저수시설을 건설하는 것이다.

이러한 저수시설은 자정작용에 의해 오염된 물을 어느 정도 정화할 수 있고, 특히 수질오염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오염된 물이 상당 기간 저수시설에 체류되기 때문에 그 동안 오염물질의 일부가 자정되고 대체 상수원의 사용 등의 대처도 가능하여 어떤 수질오염사고도 사전방지가 가능하다.

새로운 인공 저수시설은 오염물질이 집중되는 본류가 아닌 지류에 건설되어야 한다. 인공저수시설이 설치되는 지류는 유역면적은 넓지 않아도 좋으나 저수용량이 적정하고 상류에 뚜렷한 오염원이 없어야 하며, 본류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는 것이 좋다.

인공저수시설(reservoir)의 원리는 본류의 물을 양수하여 상당한 시간 저장하였다가 사용함으로써 수질오염과 수질오염사고를 방지하고 수량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수질정화기능까지 이용하는 것이다.

또한 수로로 연결된 인공 저수시설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수질오염이나 수량 부족 또는 테러 등 비상사태 발생 시 상호 대체상수원으로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물을 둘러싼 상·하류 간, 또는 지역간 분쟁이 역사적으로도 많이 있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물은 인간과 생태계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이기 때문에 어느 지역이나 개인에 의해 독점될 수 없는 공유자원이다.

이러한 공유자원의 양을 충분히 확보하고 지역적으로 고르게 공급하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가 인공 저수시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인공 저수시설 네트워크는 수질오염과 수질오염사고 방지 및 수량 확보를 위한 가장 안전한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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