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하수처리 기술·시스템 개발 시급
우리나라 강점인 IT 기술을 물산업에 접목해야 해외진출 승산

 

▲ 김동욱 박사
물산업은 21세기 급성장 산업

물산업은 생활용수, 공업용수 등 사람이 사용하는 각종 용수의 생산과 공급, 생활하수 및 공장폐수의 이송과 처리, 그리고 이와 연관된 산업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생활용수의 공급, 하·폐수의 처리와 재이용 및 재활용과 이와 관련된 물 산업 시설의 건설, 운영 및 관리, 그리고 먹는 샘물의 생산, 해수담수화 등이 물 산업에 포함된다.

세계 물산업 규모는 2007년 3천620억 달러(한화 426조 원) 였으며, 2025년에는 8천650억 달러(한화 1천17조 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물산업 규모는 12조 원으로 국민총생산의 1%, 세계 물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 수준이며 해외진출 규모는 2008년의 경우 15억 달러로 세계 물산업의 0.4% 수준이다.
 

생태계를 보호하는 물산업

물산업의 일차적인 목표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물을 공급하는 것이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목표는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이다.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양과 깨끗한 물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너무 많은 양의 물을 낭비하고 물을 오염시키면 사람의 생존기반이 되는 생태계는 파괴된다. 이런 점에서 물 산업의 핵심은 사람의 물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사람의 물 사용으로 인한 수질오염을 최소화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물산업이 사람의 물 사용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하천이나 호소에서 너무 많은 물을 끌어다 사용하면 사람 이외의 생물들이 사용할 물의 양이 줄어든다. 생태계의 다양성은 물의 양과 정확히 비례하기 때문에 사람이 물을 끌어다 사용한 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호소의 수량이 50%로 줄어들면 생물다양성과 생체량도 50%가 줄어든다. 더욱이 수질마저 나빠지면 그 호소의 생물다양성과 생체량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한다.

물산업의 발전은 사람의 물 사용을 최소화하고 자연의 정화작용에 맡겨지는 오염물질 배출을 극소화하는 것이 되어야 하며, 이것이 물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물산업 기본철학이 되어야 한다.

▲물산업 발전은 사람의 물 사용을 최소화하고 자연의 정화작용에 맡겨지는 오염물질 배출을 극소화하는 것이 되어야 하며, 이것이 물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물산업 기본철학이 되어야 한다.

 

▲이스라엘의 해수담수화 기술은 현재 세계 해수담수화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5년까지 그 점유율을 61%로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물산업 국가들

세계적인 물산업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싱가포르는 용수의 60∼70%를 말레이시아로부터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생명줄과도 같은 용수를 이렇게 남의 나라에 의존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에도 큰 위협이 되기 때문에 용수의 자급자족이 절체절명(絶體絶命)의 국가적인 과제가 되어 왔다.

외부에 대한 용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국 내 수원의 개발이 전제가 되어야 하고, 수원 개발에 한계가 있을 경우 물의 재이용이 필수적인 과제가 된다. 싱가포르의 이와 같은 용수공급의 최악 여건을 타개하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의 결과가 ‘NEWater project’나 해수담수화 사업이다.

‘수도꼭지가 4개인 나라’, ‘세계적인 물산업의 허브’라는 싱가포르의 물산업에 대한 칭송 뒤에는 싱가포르의 열악한 자연의 물환경이 있다. 4개의 수도꼭지는 수질 문제라기 보다는 정서적, 문화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물이 귀한 싱가포르에서는 음용수에 대한 정서와 문화가 ‘4개의 수도꼭지’를 만들었지만 음용수에 대한 정서와 문화가 ‘자연수’에 가까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수돗물의 수질이 싱가포르보다 결코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개의 수도꼭지’를 만드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류의 대도시에서 하·폐수가 흘러드는 하천수를 상수원수로 사용하는 하류의 대도시는 그것을 정수한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려 하지 않는다. 실제로 상류의 하·폐수처리수는 하류로 흘러오는 동안 자정작용에 의해 오염물질의 상당한 부분이 정화되고 그것을 다시 정수한 것을 수돗물로 공급하기 때문에 먹는 물로서의 수질은 건강에 전혀 해롭지 않다.

다만, 그것을 마시기를 꺼려하는 것은 ‘똥강’ 물을 상수원수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같은 수질의 물이라도 상류에 큰 오염원이 없는 호소의 물을 상수원수로 사용하면 ‘인삼 썩은 물’이라고 하여 그것으로 만든 수돗물을 너도나도 마시려고 할 것이다. 수도꼭지 물의 직접 음용 행태는 온전히 정서적, 문화적인 문제다.
이스라엘은 해수담수화 분야에서 세계 최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주요 수원은 갈릴리호와 계곡수 그리고 해수담수화이며, 연간 물 총수요량 약 15억 톤 중 해수담수화에 의한 공급량이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해수담수화 기술은 역삼투압법으로 현재 세계 해수담수화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5년까지 그 점유율을 61%로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물산업은 물 빈곤국가나 자연적인 수질이 나쁜 국가에서 먼저 발전한다. 유럽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질이 좋지 않은 프랑스에서 하수처리 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수량이 부족한 스페인에서 물 재이용 산업이 발전한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국내 물산업 발전 방안

국내 물산업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 물산업이 발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물산업은 모든 분야에서 그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물 환경을 볼 때 역사적으로 수량이 상대적으로 풍부하고 자연적인 수질도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이제 인구 증가, 산업 발전, 인구의 도시집중 등 물 수요량의 증가와 수질오염물질의 다량 발생으로 하천과 호소의 수질이 많이 오염되고 있다. 앞으로 기후온난화 등 인공적, 자연적인 재해가 겹치면 우리나라의 물 환경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국내 물산업의 발전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하·폐수의 경우에는 현재 그 부실한 처리로 국내 하천과 호소 오염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어 국내 하·폐수처리 기술과 시스템의 개발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하·폐수처리 대상 오염물질이 BOD에 치중된 나머지 하천과 호소 수질오염의 주범인 총인(T-P), 병원성 미생물 등에 대한 처리기술의 개발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거의 대부분의 하천과 호소가 이들 물질로 크게 오염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첨단의 IT 기술을 하·폐수처리 사업에 접목시켜 ‘에코스마트 하·폐수처리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먼저 하수도 관망체계 등 하수 수집체계를 정비하고 IT 기술을 도입하여 그 운영과 유지·관리를 지능화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먼저 국내 하천과 호소의 수질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그러한 국내 기술의 개발과 적용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이 가능해질 수 있다.

상수도 산업의 경우에도 ‘에코스마트 상수도 시스템’이나 ‘지능형 정수처리 플랜트’ 개발은 세계 선두인 IT기술을 상수도에 접목해 지능형 물 생산 공급 시스템(smart water system)을 개발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기술의 강점을 살리는 바람직한 물산업 발전 방향이다.

첨단소재 막 모듈은 미량 유해 오염물질이나 난분해성 오염물질 등에 대한 정수처리 기술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직 전면적으로 도입하기에는 이르고 가능하면 막 여과에 의한 고도정수처리가 필요 없는 상수원수의 확보와 유지, 관리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분야다. 다만, 해외진출을 위주로 한 신소재 막 모듈 기술의 개발은 국내 적용경험이나 그에 대한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으로 볼 때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해수담수화는 이스라엘이나 싱가포르 등의 예를 볼 때 수자원 수요의 상당 부분이 부족할 경우 최후수단의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수담수화 기술의 문제점은 기술 자체와 경제성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수담수화의 비용은 톤당 1천500원∼3천 원에 이르고 있어, 일반수돗물 생산비용의 2.5배∼5배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육지에서 물 공급이 불가능한 도서지역에 해수담수화 시설이 운영되고 있는 곳들이 있으나 수백 톤 규모로 영세하다. 우리나라는 당장에 대규모 해수담수화 시설의 설치,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이 역시 장기적인 기술 개발 전략을 세워 해외진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첨단의 IT 기술을 하·폐수처리 사업에 접목시켜 ‘에코스마트 하·폐수처리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사진은 정선하수처리장 중앙제어실.

소재·부품 기술개발 주력해야

이와 같이 우리나라 물산업의 국내 육성 및 해외 진출은 물산업에 관련된 우리나라의 자연적, 역사적,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따라서 운영·관리 서비스 분야나 설계, 건설, 컨설팅 분야에 앞서 물산업에 필요한 소재와 부품 기술 개발이 바람직하다. 상하수도 관로나 파이프 제조기술 등을 향상시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상하수도 부품 공급 국가로 발돋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물산업의 운영·관리 분야에서는 먼저 우리나라의 강점 기술인 IT 기술을 접목하면 해외진출의 승산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능형 정수처리 플랜트’ 기술은 정수처리시설의 핵심 부품인 로봇 등 관망 감시 센서, 유량 수질 실시간 측정기기, 유량 자동제어 기기 기술을 사용하여 유입 원수 수질에 따라 자동적으로 정수처리 수준을 차별화 하는 것으로 비용절감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정수공정을 생략함으로써 소독부산물 등 인위적인 오염물질의 추가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당장에 대규모 해수담수화 시설의 설치,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이 역시 장기적인 기술 개발 전략을 세워 해외진출에 대비해야 한다. 사진은 제주도 우도 해수담수화시설.

백화점식 물산업 기술개발 피해야

물산업의 국내기반 구축 및 해외진출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련 기술의 개발과 설계, 운영, 관리 등의 경험축적이다. 물 산업의 주요 관련 분야로는 상수도, 하수도, 해수담수화, 먹는 샘물, 해양심층수, 스마트상수도, 지능형 하수관망, 지능형 정수처리 플랜트 등이 있고, 주요 관련 기술로는 신소재 막 여과 기술, 공정·운영기술 등 다양하며 이 외에도 간접 관련 기술이 많다.

이러한 기술의 개발은 대상에 따라 장단기로 나눌 필요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기술의 개발을 유보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해수담수화 기술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 필요성이 절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같은 세계적 기술을 가진 나라와 해외진출을 두고 경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경우 자국의 물 부족분의 반 이상을 해수담수화에 의해 해결한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그 기술수준이 더욱 높아지고 운영경험이 더 많이 축적될 것이다.

상황의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도 이러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게 될 수 있으나 시간과 자원배분의 우선순위를 고려하고 기술 개발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물산업 기술 개발을 세계적인 차원에서 특화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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