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김치 기생충알 검출’ 문제점과 예방책


      “중국산 김치 이어 국산 김치까지…” 소비자 충격

           업체, ‘제2 만두파동’우려…줄도산도 배제 못해
           정부, HACCP 의무 적용·검사명령제 도입 추진


중국산 김치에서 납과 기생충 알 검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국내에서 제조·시판 중인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기생충 알이 나온 김치는 영세 업체들의 제품이지만 백화점, 호텔, 홈쇼핑 등을 통해 판매됐고 일부는 일본으로 수출까지 된 것으로 나타났다.

   
▲ 중국산 김치에서 납과 기생충 알 검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국내에서 제조 시판 중인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 충격을 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1월 3일 국내에서 시판 중인 김치 생산업체 502곳의 제품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16개 회사 제품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16개 회사에서 생산한 김치의 총생산량은 작년 국내 김치 생산량의 4.9%이다.

식약청, “돼지 회충알 가능성 높아”

■  기생충알 어떻게 들어갔나   식약청에 따르면 검출된 기생충 알은 개·고양이 회충 알 9건, 회충 알 4건, 판독이 불가능한 기생충 알 3건이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전국 2만3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회충 감염률은 0.05%였다. 이 정도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배추 농사를 지으면서 인분을 거름으로 쓴다 해도 회충알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런데도 이번에 김치 4개, 배추 2개에서 회충알이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사람 회충알이 아니라 돼지 회충알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돼지 배설물을 거름으로 쓰는 과정에서 배추 등의 채소로 옮았을 것이란 얘기다. 서울대 수의대 윤희정 교수는 “사람의 회충과 돼지 회충은 모양이나 크기가 비슷해 구별하기 힘들며, 국내 기생충 감염률 등을 감안할 때 이번에 나온 회충알은 돼지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돼지의 회충 감염률은 3∼5%다.

특히 이번에 검출된 개·고양이 회충 알은 애완용보다는 야생화된 동물에서 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 윤 교수팀이 지난해 야생 고양이 80마리를 조사했는데 10%가 회충에 감염돼 있었다. 애완용 개·고양이는 사료를 먹기 때문에 기생충이 거의 없다. 야생 개나 고양이가 밭에 배설을 하면서 기생충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 도심의 어린이 놀이터나 공원 모래에서도 회충알이 나오는 이유도 도심을 누비는 집잃은 개나 고양이가 모래에 배설하기 때문이다.

  미성숙란으로 인체 감염 가능성 희박

■  인체에 무해한가?   국산 김치와 배추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지만 안전성에는 거의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출된 알 모두가 인체에 감염되지 않는 미성숙 상태였기 때문이다.

   
▲ 식약청에 따르면 이번에 검출된 기생충 알은 개, 고양이 회충 알 9건, 회충 알 4건, 판독이 불가능한 기생충 알 3건이었다. 그러나 알 모두가 인체에 감염되지 않는 미성숙 상태로 안전성에는 거의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의약청 김명현 차장은 “이번에 검출된 회충 알이나 개·고양이 회충 알은 모두 자충포장란(애벌레가 들어 있는 알)이 되기 이전의 미성숙란으로 판명됐다”며 “기생충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이 알은 사람이 먹더라도 바로 배설되기 때문에 인체에 감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수의대 윤희정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의 회충 감염률(0.05%)이 낮기 때문에 돼지 배설물을 거름으로 써서 생긴 돼지 회충 알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돼지 회충 알은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는다.

먹거리 불안감 한층 고조

■  소비자·시민단체 반응   국내산 일부 김치 제품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됨에 따라 먹거리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시민들은 비록 일부제품이긴 하지만‘국내산’ 제품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된 것이 충격적이라며 김치뿐 아니라 다른 식품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시장 등에서 김치를 판매하거나 반찬으로 내놓는 상인들은 자칫 이번 사태가 제 2의 쓰레기 만두 파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고심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김치 등 식품 전반에 대한 위생체계를 보다 철저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상임위원은 “식품제조 과정에 대한 위생검사를 철저히 해야겠고 실제로 기생충 알이 인체에 들어갔을 때 유해성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평가작업, 그 다음에 어떤 단계에서 들어왔는지에 대한 분석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생충 알이 위생관리가 부족한 영세업체들에서 주로 발견된 만큼 전체 업계의 문제점으로 확대해석 하지 않기를 당부했다.

식품사범, ‘3진 아웃제’ 도입 추진

■  정치권 반응   정치권은 국내산 김치 기생충 알 검출 파동에 대한 신속한 대책마

   
▲ 소비자단체들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김치 등 식품 전반에 대한 위생체계를 보다 철저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식약청은 기생충 알이 검출된 김치를 압류, 전량 폐기하기로 했다.
련을 보건 당국에 촉구했다. 여야는 온 국민의 식품이라는 김치의 위상, 중국과의 김치분쟁 등을 감안한 듯 질타보다는 대응책 제시에 주력했다.

열리우리당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3일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잇단 음식물 파동과 관련, 식품안전관리 체계를 재정비하는 등 종합 식품안전대책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여당은 8개 부처에 분산된 식품안전관리 업무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중심으로 일원화하고, ‘위해요소’ 별로 일관성 있는 관리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식약청 인원을 300명 가량 증원하고, 약 4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여당은 또 ‘3진 아웃제’를 도입해 3번 단속되는 식품안전사범에 대해 퇴출조치를 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식품안전기본법」 제정 등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추진키로 했다. 당은 다음주중 복지부·식약청 등과 당정협의를 열어 후속대책을 마련한다.

한나라당 맹형규 정책위의장과 고경화 의원도 기자회견을 갖고, 위해식품 판매로 인한 부당이익환수제 도입을 추진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식품안전대책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당국의 관리부족을 질타하면서도, 국민을 안심시키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여당 이기우 의원은 “김치는 꽃게처럼 안 먹으면 그만인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더 관리에 신경써야 했다”면서 “우리만의 것이 아닌 세계적인 식품인 만큼 우리가 주도적으로 안전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선미 의원은 “(당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밝히지 않으면 국민 불신이 가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된 364개 휴업업체가 업무를 재개하면, 어떻게 추적검사를 하겠느냐”고 물었다. 같은 당 정형근 의원은 한중 김치전쟁에 대해 “사실에 기인해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면서 “중국의 눈치를 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시장 위축·영세업체 줄도산 우려

■  업계 반응   이번에 기생충 알이 검출되지 않은 두산, 풀무원, 도들샘 등 메이저 김치 업체들도 소비자들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치 전반에 대한 불신이 계속될 경우, 내수는 물론 일본 등 해외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업계는 김치 전반에 대한 불신이 계속될 경우, 내수는 물론 일본 등 해외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 소비자들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포장김치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산식품BG 종가집의 안창언 마케팅팀장은 이날 “영세한 일부 업체의 제품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돼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자칫 이번 사태가 국산 김치도 믿을 수 없다는 소비자 불신감으로 이어져 김치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안 팀장은 “종가집 김치에서는 기생충 알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제품 생산공정에서 보다 엄격한 위생관리를 시행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장김치 점유율이 업계 3∼4위인 풀무원 관계자도 “국산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신이 팽배할까 걱정스럽다”며 “이번 식약청 발표를 계기로 기술연구소에서 김치 원료의 사전·사후 검사를 철저히 시행하고, 앞으로도 계속 기생충 알 검사를 함께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2위인 도들샘은 이번 사태가 자칫 해외 수출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연간 일본지역 수출규모가 전체 매출의 25%인 60억 원을 차지하고 있지만 자칫 이번 사태로 국산 김치 전부의 이미지가 추락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세한 김치 제조업체들은 당분간 ‘쓰나미’급 충격의 여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기생충 알이 검출되지 않은 영세 업체의 줄도산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식약청 검사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되지 않은 한 영세 업체 관계자는 “식품 안전성 면에서 메이저 업체에 전혀 뒤지지 않지만, 아무래도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업체의 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지난해 ‘쓰레기 만두 파동’을 떠올리며 줄도산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 영세 김치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만두 파동’이 발생했을 때도 불량 원료를 쓰지 않은 영세 만두제조업체의 피해가 가장 컸다”며 “이번에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영세업체가 애꿎은 피해를 입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배추 등 ‘우수농산물관리제도’ 시행

■  정부 대책   정부는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알이 검출된 것과 관련, 김치와 관련한 종합적인 위생관리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3일 원료의 구입부터 최종제품의 생산까지 체계적인 위생관리가 가능토록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을 김치제품에도 의무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말까지 식품위생법시행규칙을 개정, 자가품질검사 항목에 기생충 검사를 의무화 하고, 위생여건이 취약한 중소·영세업체도 원재료 관리부터 가공까지 위생적인 김치 생산이 가능하도록 매뉴얼을 제작·배포키로 했다. 메뉴얼에는 배추원료 등 이물 제거시 흐르는 물에 3회 이상 세척하고, 절임 공정 이후 흐르는 물에 3회 이상 재세척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아울러 위해(危害) 우려가 있는 식품에 대해 식약청장이 유통이전단계에서 검사명령을 강제화할 수 있도록 ‘검사명령제’ 도입도 추진한다.

보건당국은 이와함께 농작물 재배과정에서 오염원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농림부 등 관계부처와 협조해 관련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농림부는 농산물품질관리원에 관련전문가를 포함한 실태조사팀을 구성, 기생충알 검출 김치의 재배지 토양·수질·영농자재 등 실태조사를 벌이는 한편 김치제조업체에 대해서도 정밀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또 내년부터 본격 도입될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를 김치 등 우리 고유식품의 원료인 배추·인삼 등에 우선 시행키로 했다.

GAP는 농산물 생산단계에서 수확 후 포장단계까지 농약·중금속 또는 유해생물 등의 위해요소를 관리하는 체계로 지난 2003년부터 시범사업을 실시 중이며 올해는 965개 농가에서 실시하고 있다.

김명현 식약청 차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식품관리를 소비자중심의 안전관리체계로 개편하고 공급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한편 위반업자에 대해서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강력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흐르는 물에 3차례 이상 씻어야”

■  채소류 세척방법   가장 중요한 것은 배추 등 채소류를 깨끗하게 씻어 먹는 것이

   
▲ 식약청은 채소류를 통한 기생충 감염을 최소화하고 올바른 채소 세척방법 등을 알리기 위해 홍보 리플렛을 제작했다. 이 리플렛은 식약청 홈페이지(www.kfda.go.kr)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김장철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안전하게 채소류를 세척할 수 있는 요령 등을 담은 “채소류 세척방법에 대해서 알아봅시다”라는 제목의 홍보 전단을 제작했다.

식약청은 채소류는 음용수에 적합한 흐르는 물에 3차례 이상 씻으면 기생충 알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채소용 세척제는 채소나 과일을 씻어 먹을 수 있는 1종 세척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세척한 후에는 세제 잔류물이 남지 않도록 충분히 물로 헹궈야 한다. 또 밭에서 작업을 한 뒤 귀가하면 곧바로 신발의 흙을 깨끗하게 제거하고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또한 배추를 소금에 절인 후에는 흐르는 물에 3회 이상 충분히 씻고, 애완동물의 배설물은 음식물에 닿지 않도록 위생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와 함께 보건소 등 진료기관에서 1년에 한 차례 정도 기생충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배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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