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질기준체계 재정비·보완 시급
간접 물 사용 위한 사람 건강보호기준 없어…합리적인 수질기준 필요

“불과 17개 오염물질과 동일한 기준 값을 많은 물의 공통적인 수질기준으로 설정”


▲ 김동욱 박사
우리나라 담수의 수질기준은 하천과 호소에 대해 ‘사람의 건강보호기준’과 ‘생활환경기준’으로 나뉘어 설정되어 있다.

사람의 건강보호기준은 하천과 호소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카드뮴(Cd), 안티몬(Sb) 등 17개 항목에 대해 동일한 기준 값이 설정되어 있다. 생활환경기준은 하천의 경우 수소이온농도(pH), 총인 등 8개 항목에 대해, 호소의 경우 수소이온농도, 클로로필-a 등 9개 항목에 대해 각각 설정되어 있다.
 
간접 물사용 따른 건강보호기준 없어

사람의 물 사용이 건강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된 사람의 건강보호기준은 물 사용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이 직접 마시는 물의 수질과 사람이 수생생물을 섭식할 경우 그로부터 사람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수생생물 서식에 적합한 수질기준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마시는 물의 수질은 사람이 섭식하는 수생생물이 서식하는 물의 수질보다 좋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람의 건강보호기준은 이러한 구별을 하지 않고 있다.  현행 사람의 건강보호기준이 마시는 물과 수생생물 섭식을 위한 수질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마시는 물과 수생생물 섭식을 위한 수질기준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사람의 건강보호기준은 사람의 직접 물 사용, 즉, 마시는 물인 상수원수의 수질기준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있는듯 없는 사람의 건강보호기준

우리나라는 하천과 호소의 수질을 측정하기 위해 1천476개 수질측정지점으로 구성된 수질측정망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환경부가 382개(26%), 국립환경과학원이 155개(11%), 시·도가 359개(24%), 한국수자원공사가 105개(7%), 한국농어촌공사가 475개(32%) 지점을 각각 관리하고 있다.

각각의 수질측정지점별 수질측정 대상이 되는 수질기준 항목과 그 측정주기는 다르지만 하천과 주요 호소의 수질측정 대상 항목에는 사람의 건강보호기준 항목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그 측정주기는 일반적으로 매월 1회 이상으로 되어 있다.

2006년∼2010년 기간 중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및 시·도가 관리하는 896개 상시 수질측정지점에서 매월 1회 이상 측정된 사람의 건강보호기준 항목의 측정치는 모두 0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수질이 가장 나쁜 여건을 가지고 있는 한강 하류의 행주, 낙동강 하류의 서낙동강4, 금강 하류의 강경, 영산강 하류의 무안2 수질측정지점에서 측정된 사람의 건강보호기준 항목의 측정치는 모두 0으로 나타났다.

사람의 건강보호 기준 항목인 생체 축적성 중금속이나 독성물질의 주된 배출원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업단지, 예를 들어 반월도금단지, 원주공단, 강릉공단, 구미공단, 대구검단공단, 부산의 신평장림공단의 공단폐수의 수질측정치도 카드뮴(Cd), 시안(Cn), 납(Pb)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목이 0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측정결과는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하천과 호소의 사람의 건강보호기준 항목은 그 수질기준을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구태여 ‘사람의 건강보호기준’으로 설정해 상시 측정할 것 없이 필요한 경우 ‘감시항목’으로 설정해 적정한 주기로 측정하는 것이 환경적으로 효과적이고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라는 것을 말한다.

▲ 수질이 가장 나쁜 여건을 가지고 있는 한강 하류의 행주, 낙동강 하류의 서낙동강4, 금강 하류의 강경(사진), 영산강 하류의 무안2 수질측정지점에서 측정된 사람의 건강보호기준 항목의 측정치는 모두 0으로 나타났다.

수생태계 수질기준이 최우선 돼야

수생태계 수질기준은 다른 모든 수질기준에 우선해 설정돼야 할 최우선 수질기준이다. 수생태계의 주인은 수생생물이고, 수생생물을 가능한 한 자연상태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 수생태계 수질기준이다.

수생태계가 교란되거나 파괴되면 수생태계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의존하고 있는 육상생태계도 교란되거나 파괴된다. 물이 없으면 생명이 존재할 수 없듯이 수생태계가 없으면 육상생태계도 존재할 수 없고 사람의 건강도 보호될 수 없다.

자연상태 또는 자연상태에 가까운 수생태계 수질기준은 수생태계를 보호함은 물론 수생태계에 생존을 의존하고 있는 인간을 포함한 다른 생물도 보호할 수 있는 수질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연합(EU)과 호주 등 선진국들은 이러한 원리를 수질기준체계에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은 26종의 우선 오염물질과 25종의 비우선 오염물질 등 총 51종의 오염물질에 대해 생태계 보호를 위한 수질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또 유럽연합은 33개의 우선오염물질 등에 대해 수질환경기준(Environmental Quality Standards, EQSs)을 설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2종류의 수생태계 수질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하나는 수주(water column, 水柱) 생태계에 대한 독성물질 수질기준으로 90종의 오염물질에 대해 수질기준이 설정되어 있으며, 또 하나는 퇴적물의 질에 대한 수질기준으로 34개 오염물질에 대해 수생태계 수질기준이 설정되어 있다.

캐나다의 경우에도 수생태계 수질기준을 수주 생태계와 퇴적물 생태계 수질기준으로 구분하여 각각 36종과 47종의 오염물질에 대해 수질기준이 설정되어 있다.

선진국, 간접 물 사용 기준도 설정

선진국 수질기준체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마시는 물과 같이 사람의 직접 물 사용을 위한 수질기준은 수생태계 수질기준과 통합하여 설정되어 있다. 유럽연합, 호주 및 캐나다의 수생태계 수질기준은 사람의 건강보호를 위한 상수원수 수질기준이 수생태계 수질기준과 통합되어 있는 좋은 예들이다.

다만,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에 의해 제정된 국가권고수질기준(National Recommended Water Quality Criteria, NRWQC)에는 수생태계 수질기준과는 별도로 사람의 건강보호를 위한 직접 물 사용인 상수원수로도 사용되고 간접 물 사용인 섭식용 수생생물의 서식을 위한 물로도 사용되는 물에 대한 수질기준이 설정되어 있다.

선진 수질기준체계에서 간접 물 사용에 대한 사람의 건강보호기준 설정 대상은 비슷하다. 유럽연합의 경우에는 담수어, 조개류 및 수영용수에 대해, 호주의 경우에는 농업용수, 가축음용수, 인간 섭식 수생생물 및 위락 심미용수에 대해, 그리고 캐나다의 경우에는 농업용수, 가축용수, 토양의 질 및 위락 심미용수에 대해 각각 수질기준이 설정되어 있다.

우리나라 수질기준체계 문제점

우리나라의 ‘사람의 건강보호기준’과 ‘생활환경기준’ 수질기준체계는 가장 근본적인 2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수생태계 수질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사람의 건강보호기준이 하천과 호소 등 모든 수역에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사람의 직접 물 사용과 간접 물 사용을 포괄하는 것이라고 가정할 경우 그것은 수생태계 수질기준, 상수원수 수질기준 및 기타 인간 섭식용 수생생물 보호 수질기준을 말하는 것으로, 불과 17개의 오염물질과 동일한 기준 값으로 많은 용도의 물의 공통적인 수질기준으로 설정할 수 없다.

둘째, ‘생활환경기준’ 중 ‘몇 개의 항목’이나 ‘오염물질이 없는’ 등의 모호한 수질기준으로 수생태계의 등급을 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점이다. 오염물질이 전혀 없는 물이란 존재할 수 없다.

수질기준체계 수질정책 성패 관건

수질기준은 물 환경보전정책이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이다. 목표가 분명하지 않을 경우 환경보전정책은 그 목표를 과소 또는 과대 달성하게 되어 환경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경제적 낭비를 가져오게 된다. 수질기준체계가 비합리적, 비현실적이거나 잘못되면 환경정책의 목표가 누락, 중복되거나 부적정하게 설정되는 등 환경정책 실패의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하천과 호소에 대한 현행 ‘사람의 건강보호기준’이 사람의 직접 물 사용 형태의 하나인 상수원수의 수질기준이라면 축적성 중금속과 독성물질 등에 대한 수생태계 수질기준은 없는 것이 되어 우리나라 하천과 호소는 이러한 오염물질들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가 되고, 상수원수 수질기준이라고 할 경우에도 그 기준이 부적정해 물 환경보전정책이 필요한 목표의 합리적인 설정, 비용 효과적인 목표 달성에 실패할 수 있다.

▲ 소양호(사진)의 물과 같이 수질이 좋은 물을 상수원수로 사용할 경우 비용이 적게 드는 일반정수시설을 사용하면 충분하고 팔당호의 물과 같이 소양호의 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질이 나쁠 경우 비용이 많이 드는 고도정수시설을 사용해야 한다.

선진국 체계로 재정비·보완 필요

앞에서 살펴본 선진국의 수질기준체계는 나라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수생태계 보호와 사람의 직접 물 사용에 대한 사람의 건강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수생태계 수질기준을 기본으로 하고 사람의 간접 물 사용에 대한 사람의 건강보호 기준을 필요에 따라 수생태계 수질기준의 보완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가장 합리적인 수질기준체계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수질기준체계도 이러한 선진국의 수질기준체계로 재정비, 보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의 건강보호기준’을 ‘수생태계 수질기준’으로 하고 ‘생활환경기준’을 이러한 수생생태계 수질기준에 포함시켜 ‘수생태계 수질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다음은 사람의 간접 물 사용, 예를 들어, 인간 섭식용 물고기나 조개류의 서식용수의 수질기준, 수영용수의 수질기준 등은 필요할 경우 수생태계 수질기준과는 따로 정하는 것이다.

상수원수의 수질기준도 기본적으로는 수생태계 수질기준에 포함시키되, 필요한 경우 수생태계 수질기준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상수원수 수질기준’을 특정 수역에 대해 따로 설정할 수도 있다.

상수원수 수질기준도 전국의 모든 상수원수에 대해 동일한 항목, 동일한 기준 값을 설정할 필요는 없다. 정수시설의 정수처리 수준에 따라 상수원수의 수질기준을 다르게 설정하는 것이다. 정수처리 수준이 높을 경우 수질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상수원수를 사용할 수 있고 정수처리 수준이 낮을 경우 수질이 상대적으로 좋은 상수원수를 사용해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소양호의 물과 같이 수질이 좋은 물을 상수원수로 사용할 경우 비용이 적게 드는 일반정수시설을 사용하면 충분하고 팔당호의 물과 같이 소양호의 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질이 나쁠 경우 비용이 많이 드는 고도정수시설을 사용해야 한다. [『워터저널』 2011. 2월호에 게재]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