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호소관리 방향

호소관리, 현실에 부합하는 변화 필요
선진국, 호소 용수 공급 중요성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용가치 극대화

 

물은 생명이다

▲ 김동욱 교수
인간의 탄생은 양수(羊水)로 가득 찬 어머니의 자궁에서 시작된다. 어머니 뱃속의 수정란이 세포 분열하면서 가장 먼저 신장과 방광이 생겨나고 이어서 심장과 소장, 간과 담, 그리고 폐와 대장이 생겨나고 마지막으로 비장과 위장이 생겨난다.

우리 몸의 오장육부(五臟六腑)가 형성되는 순서를 보면 물의 순환과 직접 관련된 기관인 신장과 방광이 가장 먼저 생겨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생명의 창조는 물과 물의 순환에 의해 시작된다.

인간의 수정란은 99%가 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궁에서 10개월 동안 자라서 탄생하는 신생아의 신체는 90%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인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뇌는 90%의 물과 10%의 물이 아닌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인체의 성장이 멈추는 24세 무렵에 이르면 인체의 70%가 물로 이루어지게 되고, 물이 인체의 60%로 줄어들면 노화가 시작되며, 50% 이하로 떨어지면 사망하게 된다. 이와 같이 인간은 물에서 태어나 물에 의존하여 생명을 유지하다가 몸 속의 물이 줄어들면서 각종 기능이 저하되어 생명이 다하게 된다.

생명의 근원인 물을 지구 전체로 확대해 보면 인체와 그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지구 표면은 그 70%가 물로 덮여 있으며, 나머지 30%가 육지이다. 인체도 그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고, 30%는 골격과 근육 등 물이 아닌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을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만은 없다. 지구상 최초의 생명은 물에서 발생했고, 그 생명체의 구성 물질은 물을 기본으로 하고 부족한 부분을 다른 물질로 충당했기 때문이다.
모든 생물은 물의 순환을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나고 그 생명이 유지된다. 물의 순환을 통해 세포에 영양분과 산소가 공급되고, 세포는 생명활동에 필요한 각종 효소와 단백질을 합성한다.

그리고 세포의 활동으로 인해 생성된 각종 노폐물을 몸밖으로 배출시키는 것 역시 물의 순환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물이 없으면 모든 생명은 일순간도 생명을 이어나갈 수 없다.

인간은 물에서 태어나 물에서 살다가 물로 돌아간다. 물은 바로 생명의 본질이기 때문에 물 없이는 잠시라도 생존할 수 없다. 인간이 물을 가까이 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물이 인간에게 생명을 주고, 생명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하기 때문이다.

물은 인간에게 먹는 것 이상 중요

▲ 독일 암머 호를 운행하는 외륜기선 디쎈호.
인간에게 물은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농업용수 이상으로 중요하다. 인간에게 물은 보고, 느끼고, 접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물에 가까이 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목이 마르면 당연히 물을 찾지만, 목이 마르지 않을 때도 물이 옆에 있으면 물 속에 손을 넣어보고 싶고, 발을 담그고 싶어진다. 물과의 접촉을 통해 생명을 느끼고 활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사람이 사는 장소로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을 으뜸으로 했다. 동작동 국립묘지를 ‘명당’이라고 하는 것은 풍성한 한강의 물이 그 앞을 굽이쳐 흐르기 때문이다.

유명한 휴양지는 물론이고 조그만 음식점이나 숙박시설까지도 호수가 있는 곳이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하다못해 조그만 개천이라도 옆에 있으면 한결 돋보인다.

서울의 주택 중에도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주택의 값이 더 비싸다. 세계적으로는 소위 ‘river view’나 ‘lake view’, ‘ocean view’를 가진 주택이 그렇지 않은 주택 값의 몇 배 비싼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호소, 인간의 가장 중요한 생활공간

호소는 많은 물을 장기적으로 저장하는 곳으로 인간에게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농업용수 등 용수를 공급해 줄뿐만 아니라 수영, 유선, 도선, 수상스포츠 기회 등을 제공하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고 친숙한 공간이다. 

호소의 용수 공급의 중요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기타 이용가치를 극대화한 것이 서구국가들의 과학적인 호소관리와 이용 방법이다. 미국 대부분의 호소들은 상수원으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수영이나 요트 등 친수 활동에도 적극 이용되고 있다.

상수원으로 사용되는 호소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유럽의 호소 주변에는 거의 빈틈없이 도시나 주거지역이 형성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산맥의 남쪽에 위치한 마조레 호(Lake Maggiore)의 주변은 크고 작은 40여 개의 도시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그중 버바니아(Verbania) 시는 호수 맞은편에 있는 라베노-몽벨로(Laveno-Mombello) 시를 연결하는 도선을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요트 등 많은 유선을 운영하고 있다([그림 1] 참조).

그밖에 이탈리아의 코모 호(Lago di Como)와 가르다 호(Lago di Garda), 스위스의 레만 호(Lac L man)와 루체른 호(Luzernsee), 독일의 슈테른베르거 호(Starnberger See)와 암머 호(Ammersee) 등의 주변에도 많은 도시들이 발달되어 있고, 호수를 이용한 많은 유선과 도선이 운영되고 있다.

▲ [그림 1] 이탈리아 버바니아시의 유·도선장

환상하수처리체제로 호소 수질보전

독일의 슈테른베르거 호와 암머 호는 그 주변이 많이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물이 맑기로 유명하다. 슈테른베르거 호의 경우 1960년대에 도입된 환상 하수도 체제(circular sewerage system)에 의해 호소 주변으로부터 흘러들어 오는 모든 하수를 모아 호수의 출구인 슈테른베르그에서 처리하여 방류하기 때문이다.

슈테른베르거 호의 클로로필-a 농도는 3.6㎎/㎥이고 총인(T-P)의 농도는 0.009㎎/L로 우리나라 수질기준으로 1등급의 수질을 보이고 있다.

암머 호의 경우에도 물이 매우 맑은데 그 역시 1960년대에 도입된 환상 하수도 체제에 의해 모은 하수를 호수의 출구인 에킹에서 처리하여 방류하기 때문이다.

암머 호의 클로로필-a의 농도는 6.8㎎/㎥이고 총인의 농도는 0.01㎎/L로 우리나라 수질기준으로 역시 1등급의 수질에 속한다. 암머 호에는 현대적인 모터보트와 함께 아직도 외륜기선인 디쎈(Dissen) 등이 운항되고 있다.

호소, 보전과 개발 조화 이뤄야

▲ 호소는 많은 물을 장기간 저장하여 인간을 포함한 많은 생명체를 창조하고 기르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사진은 대청호 전경.
호소는 많은 물을 장기간 저장하여 인간을 포함한 많은 생명체를 창조하고 기르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호소는 인간에게 각종 용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수영, 수상스포츠, 유선, 도선 등 인간과 물의 직·간접의 접촉을 통해 물에 대한 인간의 신체적·정신적 욕구를 만족시킴으로서 그 삶을 풍요롭게 한다.

물은 다양한 가치를 가진 매우 중요하면서도 희소성을 가진 자원이다. 어떤 물을 생활용수로만 사용한다거나 공업용수나 농업용수로만 사용한다는 것은 물의 다양한 가치를 낭비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또는 농업용수로의 사용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수영이나 수상스포츠, 유선이나 도선 등에 어떤 물을 사용한다면 우리는 그 수자원의 효용 가치를 그만큼 증가시키는 것이 된다. 희소성 자원인 수자원의 사용을 특정 용도로 제한할 경우 귀중한 수자원의 다른 효용을 그만큼 잃어버리는 것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화 초기에는 자본력과 기술력이 부족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친환경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보전과 개발의 조화 즉, 지속가능한 개발을 현실적인 대책으로 추진하는 데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시작한지 50년이 지났다. 이제 우리나라의 호소관리 방향에도 현실에 부합하는 변화가 필요한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워터저널』 2011. 8월호에 게재]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