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한양대 법과대학 교수

5. 수도시설소유권의 출자(유형출자)

지방자치단체가 수도법상의 수도시설관리권을 공공부문의 전문사업자에게 출자하

   
▲ 김성수 한양대 법과대학 교수.
는 이른바 무형출자와는 달리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수도시설의 소유권 자체를 전문사업자에 출자하여 양도하는 방식을 이른바 유형출자라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소유권 자체를 양도하는 유형출자는 무형출자의 방식을 넘어서는 적극적인 형태이므로 현행 수도법이나 한국수자원공사법은 이러한 유형출자 방식에 대하여 충분하고 적절한 입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무형출자를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입법적 과제는 유형출자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요청된다고 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부문의 전문사업자에게 유형출자의 방식으로 수도시설의 소유권을 양도하게 위해서는 수도법, 한국수자원공사법 등의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에 대하여 유형출자의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공유재산으로서 소유하는 수도시설 자체를 공공부문의 전문사업자에게 이전하는 것이므로 지방재정법상 행정재산인 수도시설의 용도를 폐지하여 이를 잡종재산으로 변경하여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소유·관리하는 공유재산의 처리를 규정하고 있는 지방재정법과 동법시행령은 우선 공유재산의 종류로서 행정재산·보존재산 및 잡종재산을 구분하고 있다(지방재정법 제72조 제2항).

이 중에서 지방상수도시설은 지방재정법시행령 제78조 제1항 제1호 가목에서 규정하는 공용재산에 해당하는 공유재산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공용재산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사무·사업 또는 공무원의 거주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기로 결정한 재산과 사용을 목적으로 건설중인 재산"이므로 수도시설은 전형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상수도사업에 사용하기 위하여 건설한 시설로서 공용재산에 해당한다.

지방재정법 제82조 제1항은 “행정재산 및 보존재산은 이를 대부·매각·교환·양여·신탁 또는 대물변제하거나 출자의 목적으로 하지 못하며, 이에 사권을 설정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선언하고 다만, 다음의 경우에는 그 예외를 인정하였다. ① 그 용도 또는 목적에 장해가 없는 한도 내에서 사용 또는 수익을 허가하는 경우 ② 행정재산 또는 보존재산으로서의 성질을 유지할 것을 조건으로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양여하는 경우 ③ 국갇다른 지방자치단체 등 다른 법인 또는 개인소유의 재산과 교환하여 그 교환 받은 재산을 행정재산 또는 보존재산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경우. 그리고 이 규정에 위반하는 행위는 이를 무효로 한다(제3항).

그런데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는 수도시설을 상수도지방공사나 수자원공사와 같은 공공부문의 전문사업자에 출자하는 경우는 위의 세 가지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법적으로 불가능하며 이것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 출자행위는 무효가 된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는 수도시설을 공공부문의 전문사업자에게 출자하기 위해서는 지방재정법상 용도폐지의 절차를 거쳐 이를 잡종재산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지방재정법에 의하여 잡종재산은 이를 대부·매각·교환·양여·신탁하거나 사권을 설정할 수 있으며, 법령이나 조례로 정하는 경우에는 현물출자 또는 대물변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제83조 제1항).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는 공용재산 중 행정재산으로서의 수도시설은 지방재정법시행령이 정하는 기준에 의하여 행정재산 또는 잡종재산으로 계속 존치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공유재산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그 용도를 폐지할 수 있다(지방재정법 제82조 제5항).

이와 관련하여 지방재정법시행령 제87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다음 의 사유에 해당하는 때에는 당해 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하여 그 용도를 변경 또는 폐지(당해 재산을 잡종재산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 도로·하천·제방·구거 등 공공용재산이 사실상 공공용으로 사용되지 아니하게 된 때 2. 공용재산 또는 기업용재산이 당해 행정목적을 위하여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된 때 3. 보존재산이 당해 보존목적을 위하여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된 때. 그런데 일부에서는 위 규정이 용도폐지의 요건으로서 행정재산이 사실상 사용되지 않는 때이거나, 사용할 필요가 없는 때를 들고 있으며, 출자대상이 되는 수도시설이 수돗물의 공급이라는 용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용도폐지가 불가하여 수도시설의 소유권을 출자할 수 없다는 부정적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수도시설소유권을 공공부문의 전문사업자에게 출자하는 경우에는 이미 수도시설은 공유재산·행정재산·공용재산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한다면 지방재정법시행령 제78조 제1항 제1호 가목에서 규정하는 행정재산·공용재산으로서의 수도시설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상수도사업에 사용하거나 사용하기로 결정한 재산과 사용을 목적으로 건설 중인 재산이므로, 이 경우 지방상수도사업의 사업자가 지방자치단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수도시설소유권을 전문사업자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이를 양도하는 경우에는 수도사업자는 수자원공사로 변경되며, 이 때 수도시설은 지방재정법 제82조 제5항이 규정하는 행정재산·공용재산으로서 계속하여 존치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자신이 소유하는 수도시설의 용도를 폐지하여 잡종재산으로 전환하고 공공부문의 전문사업자에게 이를 출자하여 양도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역시 지방자치단체는 공공부문의 전문사업자와 수도시설의 소유권을 공유하며 그 지분에 따라서 수도시설관리권 출자의 경우보다 더욱 광범위하게 전문사업자의 경영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6. 지방상수도사업이 완전 민영화될 경우 법적 고려사항

지방상수도사업이 완전하게 민영화된다는 것은 이제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자치법과 수도법에 의하여 수행하던 수도의 설치 및 관리라는 업무 자체를 민간사업자의 손으로 넘기고 자신은 더 이상 이에 참여하지 않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른바 국가적 과제 자체의 민영화를 통하여 탈 국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바와 같이 수도시설관리권의 출자, 수도시설소유권의 출자 등을 통하여 지방자치단체는 수도사업에 대한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이지만 지방상수도사업에 관련되는 전반적인 업무에 대한 최종적 권한은 여전히 행사한다. 다시 말하자면 위탁계약이나 출자를 통하여 자치단체는 수도사업에서 상당히 멀어지는 것이지만 결코 이로부터 결별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위탁계약은 물론 출자방식의 경우에도 이러한 수도사업이 비효율적이거나 지역주민, 지방의회의 정치적 요구가 있을 경우 극단적으로 출자 지분을 회수하여 다시 직영체제로 복귀할 가능성은 법적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수도사업이 민영화된다는 의미는 이제 지방자치단체는 법률상 지방자치단체의 업무 중 하나인 지방상수도사업을 더 이상 수행하지 않는 것으로서 지방자치법 제9조 제2항 제4호 자목의 “상수도의 설치 및 관리”라는 조항이 지방자치법에서 삭제된다. 단지 이 경우 예상할 수 있는 지방자치법의 개정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에게 양질의 수돗물이 저렴한 가격으로 충분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보장할 책임을 진다”는 정도의 내용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주민의 생존에 필수적인 재화나 용역의 공급에 대한 ‘보장책임’은 헌법 제117조에 규정된 주민의 복리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로서 이는 민영화 이후에도 포기될 수 없는 본질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보장 책임이 수도요금이나 사업자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규제권을 포함할 수는 있겠지만 주로 수도사업자에 대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책이 주류를 이루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지방상수도사업이 민영화되는 경우 법적으로 또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사항은 수도사업자의 이른바 보편적 서비스의 제공의무와 그에 대한 보상 대책이다. 다시 말하자면 민영화 이후에도 주민들이 수도사업자의 수돗물공급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수도법 또는 지방자치법에 수돗물 공급에 대한 사업자의 최소한의 보편적 서비스의 내용이 무엇인지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사업자가 전국의 지역을 불문하고 수요자인 주민에게 반드시 공급하여야 하는 보편적 서비스는 필연적으로 사업자의 영업상의 손실을 초래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금전적 보상 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보상의 재원을 일정한 규모 이상의 이익을 창출하는 수도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부담금 및 기금 방식으로 조성할 것인지 혹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일반예산으로 충당할 것인지의 문제는 입법정책적인 과제로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수도사업의 민영화에 따르는 법 이론적 논의나 입법적 대안의 제시 등은 다음 연구의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7. 맺는말

수도산업의 개편에 대한 정책적 과제가 물과 같은 흐름이라면 관련법규는 이것이 흐르게 하는 도관과 같다. 대내외적으로 위기 상황에 놓인 한국의 지방상수도사업에 대한 탈출구를 찾고자 시작한 것이 특·광역시 상수도사업을 지방공사 체제로 전환하여 수자원공사와 함께 공공부문의 전문사업자로 육성하고, 사업여건이 열악한 중소 규모의 지방자치단체는 이들과의 계약을 통해 수도시설관리권을 위탁하여 경영토록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탁계약은 지방상수도사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는 매우 어정쩡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또한 위탁계약은 위탁자인 자치단체의 정치적 상황 등 불확실하고 불안정적인 요소가 너무도 많아서 그 지속성과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이와 더불어 운영·관리 용역의 제공이라는 특성으로 인하여 수탁자인 전문사업자가 부가가치세의 납부의무를 부담하고 이것이 수도요금에 전가되어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이 제도가 가지는 또 하나의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위탁계약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수도관리시장이 형성되고 공공부문의 전문사업자는 물론 더 나아가 경쟁력을 갖춘 민간사업자의 등장을 통하여 수도사업의 효율성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수도사업에 대한 민간의 참여나 민영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는 아직 여건이 성숙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감안할 때 공공부문에서 경쟁력 있는 물산업의 사업자를 육성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긴요한 일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7대 특·광역시의 지방상수도사업을 지방공사로 전환하여 공공부문의 전문사업자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또한 사정이 열악한 군소 지방자치단체들은 수도사업과 관련된 부채를 인수할 것을 조건으로 공공부문 전문사업자에게 수도시설의 관리권이나 소유권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지방상수도사업의 경영혁신을 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수도시설관리권의 위탁계약 방식과는 달리 시설 관리권이나 소유권의 출자는 지방상수도사업의 사업자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공공부문의 전문사업자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현행법상 그 허용성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현행 수도법과 관련 법규들은 시설관리권 등의 출자를 통한 보다 적극적인 위탁방식에 대하여 명시적 금지규정이나 전체적인 법체계상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법이라는 도관의 녹이 우리나라 수도산업과 전문사업자를 육성하는 정책과제의 원활한 흐름과 순환을 여기저기에서 막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도법을 비롯한 관련법규를 조속히 개정하여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부문의 전문사업자에게 수도시설관리권과 소유권을 직접 출자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고 수도법에는 수도사업자의 개념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수도사업자는 지방자치단체와 같이 형식적으로 수도사업을 주관하는 수도사업의 주체와는 달리 실제로 수도와 관련된 관리업무를 계속적·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자이며, 이는 관련법의 개정을 통하여 공공부문의 전문사업자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민영화를 통하여 민간 개인이나 법인에게도 그 문호가 개방되어야 한다.

결국 한국의 물산업은 잠정적으로 공공부문 내에서 경쟁력 있는 전문사업자를 육성하는데 그 목표를 두고 장기적으로는 민간기업도 국·내외의 물산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 결국 이들이 외국의 다국적 물기업으로부터 우리의 ‘물주권’을 지켜줄 수 있는 건강한 상비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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