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수, 상류서 취수하는 것이 원칙…도수로 설치 고려해야


 

  낙동강에서 대형수질 오염사고 막으려면  

‘기절’하는 낙동강

낙동강은 기원한다. “나는 깨끗하게 흐르고 싶다. 나는 하나 가득 흐르고 싶다. 나는 자유롭게 흐르고 싶다. 내 품안에서 온갖 생명이 잉태하여 생육하며 내가 흐르는 누리를 풍성하게 하고 싶다. 따뜻한 봄날에 움트는 생명을 어루만지고, 5월의 짙푸름으로 내 몸을 단장하고 싶다. 나는 뜨거운 여름햇살에 목마른 대지를 시원하게 적시고 싶다. 나는 바람 부는 가을, 높고 푸른 하늘아래 맑게 비치는 가을 강이 되고, 추운 겨울에는 생명을 감싸는 따뜻한 겨울 강이 되고 싶다.”

낙동강은 절규한다. “내 몸에 생활하수를 퍼붓지 말아주오. 내 몸에 축산폐수를 끼얹지 말아주오. 내 몸에 산업폐수가 흐르지 않게 해주오. 내 생명을 빼앗지 말아주오. 내 품안의 생명을 죽이지 말아주오. 내가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게 해주오.”
 

상처 입은 낙동강
낙동강은 우리나라 4대강 중에서 크고 작은 수질오염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해온 아픈 역사를 가진 강이다. 1991년 3월 14일에 발생한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은 경상북도 구미시 구포동에 있는 두산전자의 페놀원액 저장탱크에서 페놀수지 생산라인으로 통하는 파이프가 파열되어 발생한 수질오염 사고로 대구광역시는 물론 경남 밀양과 함안, 칠서 상수원  등에서도 페놀이 검출되어 부산, 마산을 포함한 영남 전 지역이 수질오염 파동에 휩쓸린 사건이다.

1994년 1월에는 대구 달성 지역 수돗물의 악취 발생을 시작으로 낙동강 수계에서 벤젠과 톨루엔이 검출되는 수질오염 사건이 발생했으며, 2004년 6월에는 대구시 매곡 정수장 등에서 발암물질인 1,4-다이옥산이 검출된 수질오염사고가 발생했다.

그밖에 2006년 7월의 취수장 퍼클로레이트 검출 사건, 2008년 3월의 김천 코오롱유화 화재사고로 인한 페놀유출 사고 등 낙동강의 수질오염 사고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발생해왔다. 수질오염 사고는 사람으로 말하면 교통 사고로 다친 것과 같은 특성을 가진다.
 

▲ 지난 2008년 3월1일 코오롱유화 김천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량의 페놀이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수질오염 사고가 발생했다.

만성병을 앓는 낙동강
빈번히 발생하는 수질오염 사고가 낙동강의 주요 수질문제이기는 하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해결하기 어려운 수질문제는 낙동강 중·상류에 위치한 대도시와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생활하수와 산업폐수로 인한 만성적인 수질오염이다.

낙동강 물은 낙동강 중·상류의 인구와 공단이 밀집한 지역을 지나기 전까지는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과 총인(T-P) 모두 Ⅰ등급의 수질을 보이나, 구미시를 지나면서 BOD 수질은 Ⅱ등급, T-P 수질은 Ⅳ등급으로 떨어지며, 대구시를 지나면 BOD 수질은 Ⅲ등급, T-P 수질은 Ⅴ등급으로 더욱 나빠진다.

이렇게 악화된 수질은 하류로 흘러가면서 어느 정도 회복되지만 부산광역시 상수원수 취수 지점인 물금 지점에 이르러서도 BOD 수질은 Ⅱ등급, T-P 수질은 Ⅲ등급으로 약간 개선될 뿐이다. 이와 같이 낙동강의 중·하류는 만성적인 수질오염 병을 앓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대구광역시는 죄 없는 죄인의 심정이 되어 좌불안석이다. 아마 전국에서 생활하수 처리를 위한 하수관거 정비와 하수처리를 가장 철저히 하고 있는 도시가 대구광역시일 것이다.
그러나 하류의 주민들은 생활용수에 관한한 낙동강을 ‘낙똥강’으로 부르면서 대구광역시를 여전히 불안하게 하고 있다. 수돗물이 과학적으로는 깨끗하고 안전해도 심리적·정서적으로는 깨끗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완치되지 않는 낙동강 병
물관리 종합계획(1994년), 낙동강 조기 수질개선 계획(1997년), 낙동강 수계 물관리 종합대책(1999년), 대구광역시 오염총량관리 기본계획(2004년) 등 많은 수질개선 계획의 수립, 추진을 통해 정부와 대구광역시 등 낙동강 수질개선에 직접, 또는 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의 그간의 꾸준한 노력의 결과 낙동강의 수질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1992∼2011년 기간 중 대구시의 생활하수 등이 바로 유입되는 지점의 낙동강 BOD 수질을 보면 1995년 최고 10㎎/L에서 2011년에는 2.0㎎/L의 Ⅰb등급 수질로 개선되었고, T-P 수질은 1999년 최고 0.582㎎/L에서 2011년에는 0.194㎎/L의 Ⅲ등급 수질로 개선되었다([그림1], [그림2] 참조).

그러나 T-P의 경우 아직 충분히 개선되었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개선결과에도 불구하고 낙동강의 부산시 상수원수 취수 지점과 대구시 상수원수 취수 지점의 수질은 여전히 Ⅱ∼Ⅲ등급 수질이다.

생활하수 외에 낙동강 유역에는 353개의 산업단지가 있으며, 거기서 배출되는 공장폐수에서 수질환경기준 이하이기는 하지만 카드뮴, 시안, 납, 비소 등 중금속이나 독성물질이 미량으로 검출되는 예가 종종 있다.

▲ [그림 1] 대구시 생활하수 등 유입지점의 수질(BOD) 변화 추이
▲ [그림 2] 대구시 생활하수 등 유입지점의 수질(T-P) 변화 추이

낙동강 병을 치료하기 위해 지금까지 많은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며, 막대한 인력과 예산과 시간을 투자해 왔다. 그러나 낙동강 병의 완치가 가능한 지 여부와 완치가 가능하다면 언제 완치가 될 것인지 모두 확실하지 않다.

지금까지 수질개선의 기본 개념은 오염된 생활하수 등을 발생현장에서 기술적, 경제적, 환경적으로 합리적인 수준까지 정화하여 방류함으로써 유입 수역의 생태계를 자연 상태의 생태계 수준으로 보호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타당한 정책방향으로 앞으로도 우리나라 수질개선 정책의 기본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수질개선의 기본 개념은 오염된 생활하수 등을 발생 현장에서 기술적, 경제적, 환경적으로 합리적인 수준까지 정화하여 방류함으로써 유입 수역의 생태계를 자연 상태의 생태계의 수준으로 보호하려는 것으로 이것은 매우 타당한 정책 방향으로 앞으로도 우리나라 수질개선 정책의 기본원칙이 되어야 한다.”


생활용수, 상류서 취수하는 것이 원칙
일반적으로 강의 상류, 중류 및 하류는 자연적인 상태에서도 수질의 차이가 있다. 상류의 물은 유입되는 물질의 종류와 양이 적고, 중류의 물은 상류보다 유입되는 물질의 종류와 양이 증가하며, 하류는 중류보다 더 많은 종류의 물질이 더 많이 유입된다.

강에는 이와 같은 자연적인 수질에 알맞은 생태계가 형성되어 그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상류의 Ⅰ등급 수질의 물에는 물고기의 경우 열목어, 산천어 등 Ⅰ급수 어종이 살고, 하류의 물에는 붕어, 잉어, 메기 등 탁수 어종이 산다.

사람을 물고기에 비유하자면 Ⅰ급수 어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생활용수는 상류의 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이치를 거슬러 하류의 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하면 자연적인 상태에서도 좋을 것이 없다. 하물며, 생활하수나 공장폐수 등 인위적인 물질이 유입되어 수질이 오염된 하류의 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한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낙동강 하류에 있는 물금과 매리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는 부산광역시와 상대적으로 하류에 있는 매곡과 문산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는 대구광역시 모두 이러한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상류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는데 해결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 대구광역시의 매곡취수장과 문산취수장(아래)도 수질이 나쁘기는 부산광역시의 물금취수장이나 매리취수장과 비슷하다. 그것은 상류에 있는 구미시와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생활하수와 공장폐수 때문이며, 낙동강 수질오염 사고가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수역이기도 하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
부산광역시는 상류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기 위해 합천댐과 남강댐의 물을 취수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고, 대구광역시는 안동댐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당분간은 해결되지 않을 방법이다.

여기서는 간단한 분석으로 이러한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고자 한다. 먼저 합천댐, 남강댐 및 안동댐의 BOD 및 T-P의 수질은 Ⅰ등급을 보이고 있어 상수원수로서 적합하다. 합천댐의 용수공급량은 연간 6억㎥이고, 남강댐은 5억7천만㎥이며 안동댐은 9억3천만㎥이다.

부산광역시의 연간 상수원수 취수량 3억8천만㎥ 중 낙동강 지표수의 취수량이 3억4천만㎥이므로 이 양을 합천댐과 남강댐에 적정하게 배분하여 취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상태에서 댐에서 취수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차선의 방법으로 남강댐의 남강과 합천댐의 황강의 물을 낙동강과 합류하기 직전에 취수하여 물금과 매리취수장으로 도수하면 낙동강 본류의 오염된 물과 섞이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보다 깨끗하고 수질오염 사고의 위험성이 거의 없는 안전한 상수원수를 취수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남강의 경우 낙동강 합류 직전의 수질은 BOD가 2.9㎎/L, T-P가 0.120㎎/L로 물금 지점의 수질과 비슷하여 별도로 도수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황강의 경우는 낙동강과 합류 직전의 수질은 BOD가 0.7㎎/L, T-P가 0.039㎎/L로 합천댐 물의 수질과 비슷한 Ⅰ등급이기 때문에 합류 직전 지점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면 합천댐의 물을 취수하는 것과 같은 수질의 상수원수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연장 80㎞의 도수로를 설치하는 것이다([그림 3] 참조).

▲ [그림 3] 부산시 황강도수로 건설 예


대구광역시의 매곡취수장과 문산취수장도 수질이 나쁘기는 부산광역시의 물금취수장이나 매리취수장과 비슷하다. 그것은 상류에 있는 구미시와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생활하수와 공장폐수 때문이며, 낙동강 수질오염 사고가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수역이기도 하다.

대구광역시의 상수원수의 수질을 현재보다 개선하고 수질오염 사고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김천시에서 흘러나오는 감천과 낙동강 합류 지점 바로 위 수역의 산곡 지점 부근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는 것이 있다([그림 4] 참조).
 

▲ [그림 4] 대구시 산곡도수로 건설 예


산곡 지점의 BOD 농도는 0.98㎎/L로 Ⅰ등급 수질이고 총인(T-P)의 농도는 0.055㎎/L로 Ⅱ등급 수질이다. 현재 상수원수를 취수하고 있는 매곡취수장에서 산곡 지점까지의 도수로의 연장은 50㎞이다.

황강도수로와 산곡도수로가 비록 낙동강 수질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현재 상황에서 대형 수질오염 사고를 방지할 수 있고, 상수원수의 수질이 현재보다 훨씬 개선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
 

[『워터저널』 2012.3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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