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저수, 안정적·안전한 용수공급에 필수

세계 대도시들, 대규모 물 확보 위해 상수원을 인공저수시설에 의존

우리나라 물관리 백년지계, 인공저수

 

우리나라는 몬순기후 지역으로 겨울철에는 한랭건조하고 여름철에는 고온 다습하다. 이와 같은 기후 때문에 연간 강수량의 3분의 2 이상이 여름철에 집중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강우강도가 커서 홍수를 유발하는 집중호우의 빈도가 매우 높다.

이러한 강우 형태는 우리나라의 자연적인 수문 순환이 사람의 물 이용은 물론 자연생태계의 물 이용에도 반드시 선순환이라고만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풀과 나무가 자라는 산지면적이 전 국토의 3분의 2에 달하고 경사가 급할 뿐만 아니라 산지나 평야지대 모두 지하수를 저장할 수 있는 대수층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집중호우로 인한 강수량의 많은 부분이 바다로 유실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 1헥타르(㏊)의 산림을 훼손하여 도시 지역이나 공장 지역으로 개발할 경우 사람이나 생태계가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의 양이 5천700㎥만큼 감소한다.

산림, 인간·생태계친화적 물순환 역할
우리나라는 이러한 기후패턴과 지형 및 지질적인 조건 때문에 사람과 생태계의 물 이용이 큰 제약을 받게 되어 있다.

더욱 나쁜 것은 우리나라 국토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산림지역이 황폐화되었던 1950년대부터 1960년대에 이르는 기간 동안 극심한 가뭄과 홍수로 인해 기름진 토양은 유실되고 농사철의 용수는 고갈되어 전 국민이 아사(餓死) 직전까지 내몰리게 되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인간과 생태계 친화적인 물 순환을 위한 산림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풀과 나무는 맹렬한 속도와 중량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지표의 토양에 닿기 전에 그 속도와 힘을 완화함으로써 토양의 침식을 방지하고 강수량의 상당부분이 그 뿌리와 주위 토양에 흡수되어 유속이 느린 지하수가 됨으로써 비가 오지 않을 때도 하천에 물이 흐르게 되어 사람과 생태계가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산림에 의한 연간 지하수 함양량은 381억㎥으로 추정되며, 이것은 1㏊(1만㎡) 당 연간 지하수 함양량이 5천700㎥임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1㏊의 산림을 훼손하여 도시 지역이나 공장 지역으로 개발할 경우 사람이나 생태계가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의 양이 5천700㎥만큼 감소한다.

이는 그만큼의 물이 홍수의 형태로 육지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주면서 바다로 유실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산림은 인간과 생태계 친화적인 물 순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풍성한 생명을 창조한다.

▲ 우리나라의 경우 하천의 중·하류 지역에는 댐과 같은 저수시설에 의한 용수 공급으로 사람의 물 사용에 큰 문제가 없으나 상류 지역에는 댐과 같은 저수시설이 없어 용수 공급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수자원 발생량 25%가 바다로 유실
사람과 생태계 친화적인 물 순환을 위해 산림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산림이 강우에 의한 토양 침식 방지와 사람과 생태계가 연중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의 공급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경사가 급한 지형을 가진 상류의 산림 지역과 얕은 대수층을 가진 하류의 지질적인 특성 때문에 산림에 의한 수자원의 공급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강수에 의한 연간 수자원 발생 총량은 1천332억㎥이며 그 중 약 17%에 해당하는 231억㎥이 사람의 생활용수, 공업용수 및 농업용수로 사용되고 25%에 해당하는 317억㎥이 생태계에 의해 사용된다. 이것은 사람과 생태계에 의해 사용되지 않고 바다로 유실되는 양이 연간 수자원발생총량의 25%인 325억㎥이라는 것을 말한다.

 
 

인공저수는 수자원관리의 기본
자연적인 물 순환에 의해 사람과 생태계가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의 양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인공저수에 의해 사람과 생태계가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의 양을 늘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위적인 작용에 의해 자연적인 물 순환을 변경시키는 것은 자연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나 인위적인 저수시설에 의한 저수에 의해 하류 유량의 감소와 같은 부(負)의 효과 없이 사람과 생태계가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의 양을 증가시키는 것은 자연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사가 급하고 대수층이 빈약한 상류에 설치된 소규모 저수시설에 저수된 물은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지하로 흘러 하천의 기본 류(Base flow)가 되고, 홍수 시에는 저수기능에 의해 하류의 범람을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이것은 산림이 물 순환에서 하고 있는 기능과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천의 중·하류 지역에는 댐과 같은 저수시설에 의한 용수 공급으로 사람의 물 사용에 큰 문제가 없으나 상류 지역에는 댐과 같은 저수시설이 없어 용수 공급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산림 지역에 소규모 저수시설을 설치하면 저수시설 면적만큼의 산림생태계가 파괴된다고 할 수 있으나, 반대로 산림 지역과 같은 단순생태계에 부분적으로 저수지와 같은 수중생태계가 창조되면 저수지 주위의 산림생태계와 저수지의 수중생태계의 상호작용으로 생물다양성이 더욱 커지고 생물종이 더욱 풍부하게 될 수 있다.

이것은 산림 지역의 저수시설 건설은 파괴된 산림생태계보다 몇 배 더 큰 생물다양성을 가진 수중생태계를 창조하여 오히려 산림지역의 생태계를 더욱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댐과 저수지 등 인공저수시설의 건설은 모두 생태친화적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자연생태계에 대한 악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하천의 상류에 설치된 인공저수시설은 저수기능과 저수(貯水)의 저속방출(低速放出)이란 점에서는 산림의 기능과 동일하다.

수자원관리 측면만을 고려할 때 인공저수시설은 산림과는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산림은 자체 신진대사에 의해 상당량의 수자원을 발산이라는 형태로 소비하는데 반해 인공저수시설은 발산량만큼 더 많은 수자원을 저장할 수 있다.


 

▲ 인공저수시설의 설치는 자연호소나 대규모의 대수층 등 자연적인 저수기능이 없는 경우의 대체적인 수자원관리 수단이 된다.

수질오염·수질사고로부터 안전
인공저수시설의 설치는 자연호소나 대규모의 대수층 등 자연적인 저수기능이 없는 경우의 대체적인 수자원관리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은 지리적으로 편재되어 있는 귀한 자원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연저수에 의해 충분한 수자원을 확보할 수 없다.

인공저수는 수질오염과 수질오염사고로부터 안전할 뿐만 아니라 충분한 수량의 안정적인 용수공급을 위한 필수적인 물관리 수단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대규모의 용수공급을 필요로 하는 대도시들은 그 상수원을 예외 없이 인공저수시설에 의존하고 있다.

영국 런던시의 주요 상수원은 Lee강 유역의 군호(群湖)와 지하수이다. Lee강 유역 군호에서 하루평균 98만5천㎥(37.9%) 및 지하수 87만7천㎥(33.7%) 등 하루평균 총 260만㎥의 상수원수를 취수한다. Lee강 유역 군호는 인공저수시설이다([그림 1] 참조).

독일 베를린시의 주요 상수원은 지하수와 강변여과수다. 베를린시의 하루평균 상수원수 취수량은 60만㎥로 그 중 지하수가 26만4천㎥(44%)이고 강변여과수가 33만6천㎥(56%)이다. 지하수와 강변여과수는 베를린시 상류에 산재한 수십 개의 크고 작은 호소에 의해 함양된다([그림 2] 참조).

호주 멜버른시의 상수원은 Greenvale Reservoir, Yan Yean Reservoir, Sugarloaf Reservoir, Maroondah Reservoir, Cardinia Reservoir, Silvan Reservoir, O'Shannassy Reservoir, Upper Yarra Reservoir, Thomson Reservoir 등 9개의 호소로 이루어져 있다([그림 3] 참조) 그밖에 64개의 단기 저수기능의 호소가 건설되어 있다.

[『워터저널』 2012.5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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