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공약 제일로 내세우는 후보, 나라 근본 잘 아는 후보”

 깨끗한 원수 공급 위해 상수원을 소양강댐·충주댐 상류로 이전 필요

 

 우리나라 제2도약 위한 물 공약
 

김 동 욱  박사

“물 공약이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대통령후보는 다른 국정 분야 공약도 성공적으로 수행할 역량 가져…국민들 우리나라 제2도약 위해 어떤 후보가 어떤 물 관리 공약을 할 것인지 지켜보고 있어”

 

“소양강댐·충주댐 등 상류에 대·소규모 저수시설을 건설해 깨끗한 수자원 절대량 늘리고 다수의 소규모 수생태계 조성해 상류 생태계 다양성 높여야 한다.”

 


국토 단위면적당 물 공급량 풍부

물은 우리나라가 가진 유일한 자연자원이다. 우리나라는 물이 풍부한 나라다. 10만㎢의 좁은 면적에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에 총연장 2만9천839㎞에 이르는 3천833개의 대소 하천이 있어 우리나라를 가히 ‘하천의 나라’라고 부를 수 있다.

우리나라에 물이 풍부한 이유는 연간 평균 강수량이 1천300㎜ 정도로 비교적 많기도 하지만 강수를 저장할 수 있는 산림지역과 댐 등 인공적인 저수시설이 전국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국토의 어느 곳에나 연중 필요한 양의 물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사진 참조).

▲ 한강 잠실수중보 부근 수역.
▲ 낙동강 구포 부근 수역.
▲ 금강 부여 부근 수역.
▲ 영산강 몽탄대교 부근 수역.


우리나라와 같은 좁은 면적의 국가가 5천만 명의 인구를 부양하고 연간 1조 달러가 넘는 국민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이를 위한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등 인간이 사용하는 물과 동식물이 생육할 수 있는 생태용수가 그만큼 공급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남한) 면적의 96배에 달하는 중국과 98배에 달하는 미국의 인구가 각각 우리나라 인구의 27배 및 6.4배에 머물고 있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사람과 생태계가 사용할 수 있는 국토 단위면적당 공급되는 물의 양이 우리나라가 중국보다는 3.6배, 미국보다는 15.6배가 많기 때문이다.

국토면적이 우리나라의 22배에 달하는 석유부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구가 우리나라 인구의 54%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은 국토 단위면적당 사람과 생태계가 사용할 수 있는 물 공급량이 우리나라의 42분의 1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물 관리 방향의 전환

이와 같이 물은 우리에게는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자연자원인 물이 세계의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축복 받은 나라다. 우리나라는 산이 헐벗고 소양강, 충주댐 등이 건설되기 이전인 1960년대에 비해 현재 인구는 2배 이상 늘어났고 국민총생산은 30배 이상 늘어났다.

이 모든 것이 온 국민이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이지만, 그러한 노력도 물 없이는 지금과 같은 성과를 이룩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의 약 2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물 관리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물 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가능한 많은 양의 가용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가용 수자원을 확보하는 방법은 먼저 산림 등 자연적인 저수체제를 구축해야 하며 자연적인 저수체제에 의해 충분한 수자원을 확보할 수 없을 경우, 댐 등 인공적인 저수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 저수시설 상류에 설치돼야

산림 등에 의한 자연적인 저수체제와는 달리 댐 등 인공적인 저수시설은 가능하면 인구 등 오염원이 적은 상류지역에 설치되어야 한다. 상류지역에 설치된 저수시설은 수자원 확보 대책으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상류지역에는 하류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염원이 적으므로 수질관리가 쉽고, 우리나라의 경우 상류지역의 하천은 대부분 급경사를 이루고 있으므로 강수가 없을 때는 건천 현상을 보이고 있어 하천생태계가 거의 존재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나 상류 산림지역에 대·소규모의 저수시설이 다수 설치될 경우 우리나라 수자원의 절대 공급량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상류하천에 기본 류(base flow)가 공급되어 하천생태계가 풍부해지고 주위의 육상생태계와 연결되어 더욱 다양한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깨끗한 물의 공급 증가와 상류의 다양한 생태계 형성은 물 관리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 우리나라 제2의 도약을 위한 튼튼한 발판이 될 것이다.

▲ 소양강댐과 충주댐 상류에는 큰 오염원이 거의 없다. 녹조 원인물질은 물론 미량유해물질이나 환경호르몬 물질의 유입도 거의 없고 수심이 깊어 수온이 낮으므로 올해와 같은 폭염의 날씨에도 녹조가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다. 사진은 충주호 전경.
 

팔당호·잠실수역 녹조 발생

올해 여름은 지속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한강의 팔당호와 잠실수역에 유례가 드문 녹조(綠潮)가 발생했다. 녹조의 발생원인은 질소(N), 인(P) 등 영양염류의 농도와 수온 및 일조시간이다.

팔당호의 영양염류 농도는 일반적으로 금강의 대청호보다 훨씬 높지만 연례적으로 녹조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는 대청호보다 수온이 낮고 일조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7월 하순부터 8월 상순까지 계속된 폭염으로 인한 수온상승과 가뭄에 따른 일조시간의 증가로 한강하류에 녹조가 발생한 것이다.

한강의 팔당상수원과 잠실수역 상수원은 녹조발생의 3대 원인 중 하나인 영양염류의 농도가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조가 매년 발생하지 않은 것은 평년에는 지속적인 일조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수온 상승도 위험수준까지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와 같은 기후패턴이 해마다 되풀이된다면 팔당호와 잠실수역의 녹조현상도 되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팔당호와 잠실수역에는 이러한 녹조 발생의 위험성 외에도 상류의 공장폐수나 생활하수, 축산폐수 등에 의해 유입되는 미량유해물질, 환경호르몬 등 고도정수처리 공정에 의해서도 제거되지 않은 물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고 사람이 사용하는 물질 종류와 양이 증가함에 따라 그 위험성은 장래에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 올해 여름은 지속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한강의 팔당호(사진)와 잠실수역에 유례가 드문 녹조가 발생했다. 녹조의 발생원인은 질소, 인 등 영양염류의 농도와 수온 및 일조시간이다.
 

상수원 상류 이전 심각히 검토할 때

이와 같은 위험을 예방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방법은 상수원을 오염물질의 유입이 구조적으로 차단된 상류로 이전하는 것이다. 한강의 팔당호와 잠실수역 상수원의 경우 소양강댐과 충주댐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소양강댐과 충주댐 상류에는 큰 오염원이 거의 없어 녹조 원인물질은 물론 미량유해물질이나 환경호르몬 물질의 유입도 거의 없고 수심이 깊어 수온이 낮으므로 올해와 같은 폭염의 날씨에도 녹조가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다. 이 뿐만 아니라 소양강댐과 충주댐은 갈수 년(渴水 年)에도 수도권 주민의 상수원수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수량을 확보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강의 소양강댐과 더불어 화천·춘천·의암·청평댐 등과 남한강의 횡성·괴산댐 등을 연결하는 상수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상류에 대·소규모의 저수시설을 확충하면 수량과 수질이 동시에 확보되어 한강유역의 상수원을 포함한 모든 물 문제는 완전히 해결될 것이다.

 

‘치산치수’, 정치 근본 중 하나

물은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이 특별한 의미와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의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정치의 근본 중 하나가 ‘치산치수(治山治水)’였다.

‘치산(治山)’이란 산을 푸르게 하는 것으로 이것은 자연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을 말하고 ‘치수(治水)’는 자연생태계와 농업 등에 필요한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치산치수란 곧 산림이 있는 곳에 물이 있고, 물이 있는 곳에 산림이 있다는 사실을 토대로 한 것이다.

치산치수란 지형적으로 저수지 건설 적지가 없거나 댐 건설 기술이 없었던 옛날에 산림에 의한 자연적인 수자원 확보체제의 구축을 말한다. 이러한 치산지수의 개념과 중요성은 옛날과 지금이 다르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

제18대 대통령선거일이 2012년 12월19일로 다가왔다. 대통령후보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을 공약의 형식으로 국민에게 밝힌다. 물 관리 분야도 대통령후보의 중요한 공약 대상 중 하나다.

물 관리정책이 대통령후보의 중요한 공약 대상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물 관리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이 국민의 적극적인 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근본적·장기적인 물 공약 추진

물 공약의 내용은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것이어야 한다. 물 공약의 내용은 우리나라의 가용 수자원량을 늘리면서 자연생태계의 다양성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되어야 한다. 물 공약의 시행은 장기적인 계획에 의해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수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 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부족과 비과학적인 관리로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낭비하면 충분함이 없고 절약하면 부족함이 없다’는 말은 물 절약이 물 문제 해결의 중요한 한 가지 방법임을 말하는 것이다.

물 절약과 함께 물 문제를 더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물 관리를 과학화, 현실화하는 것이다. 고도정수처리에 의해 상수원수의 오염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상수원을 상류로 이전하여 깨끗한 상수원수를 공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상류에 대·소규모의 저수시설을 건설해 깨끗한 수자원의 절대량을 늘릴 뿐만 아니라 다수의 소규모의 수생태계를 조성하여 상류 생태계의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

물 공약을 제일로 내세우는 후보는 나라의 근본을 잘 아는 후보이고, 물 공약의 내용이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후보는 다른 국정 분야 공약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후보다.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제2도약을 위해 어떤 후보가 어떤 물 관리 공약을 할 것인지를 지켜보고 있다.

 [『워터저널』 2012.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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