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수저(水底) 퇴적물, 체계적 관리방안 마련부터

 

▲ 류재근 박사
최근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의 부실을 지적해 그간의 논란이 재점화되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정치적으로 접근하기 전에 과학적 사실로 돌아가 앞으로의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천은 빗물이 높은 곳에서 중력에 의해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통로로서 지형 특성에 의하여 그 위치와 수심이 정해진다. 또한 육상의 토양과 암석 부스러기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궁극적으로는 가장 위치가 낮은 바다로 이동시킨다. 전 세계적으로는 약 200억 톤이 매년 바다로 이동된다(Crossland et al. 2005. Coastal fluxes in the anthropocene. Springer 63p)

우리나라에서는 1986년 이전에 한강은 매년 1억2천400만 톤, 금강은 400만 톤, 영산강은 2천100만 톤, 낙동강은 1억2천100만 톤의 퇴적물을 바다로 배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Hong et al. 2002. East Asian Basins. LOICZ Reports & Studies 26. 13p) 하천에 보다 댐을 축조하여 퇴적물의 이동을 막으면 이와 같은 양이 매년 보나 댐 아래에 퇴적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늘 하천이 일정량의 수위를 유지하고, 용수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며 물고기가 풍부한 상태이기를 원한다. 그러나 기후 변화에 따라 물과 퇴적물의 이동량이 달라져서 홍수, 사태, 가뭄이 발생하게 된다.

하천에 물이 많아지면 물에 함유된 부유 퇴적물이 적어져 주변의 약한 바닥이나 제방을 침식하는 물 흐름을 쉽게 볼 수 있게 된다. 특히, 좁은 국토 면적에 세계 최고의 인구밀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하천을 자연에 방치하면 우리의 생존과 경제성장이 불가능해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불가피하게 자연적인 물질과 에너지 흐름에 개입하여 제방이나 댐, 보 등 인프라를 설치했고 이 인프라를 통해 문명을 발달시켜왔다. 소하천에 작은 보를 설치하여 인근 토지에 물을 끌어들여 농사에 지원한 경험은 이미 수 천 년 전부터 이뤄졌을 것이다.  이 인프라들은 자연적인 물질과 에너지 흐름에 역행하므로 적극 관리해야 인프라 설치 목적을 유지할 수 있다.

문명은 말로 이뤄진다. 그러므로 선진 문명에서는 많은 어휘가 있고 후진국의 문명에는 어휘가 부족하다. 다른 나라와의 교역량이 전세계 10위에 진입하려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만 보면 우리는 선진 문명에 가까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는 매우 낙후되어 있다. 그 중 하나가 하천, 호소, 해양의 바닥을 구성하는 수저 퇴적물의 관리이다. 수역에 설치한 인공 구조물을 포함한 공공수역 관리에는 많은 수의 이해 당사자가 있으므로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다수의 이해 당사자의 의사 소통을 위해서는 사용하는 용어가 서로 같은 것을 의미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퇴적물이라는 용어가 법률 용어로써 통용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퇴적물의 특성이 해당 사업에 고려되기 어려워 우리나라에서 퇴적물은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

하천, 호수, 해저에서 존재하는 퇴적물을 굴착하고, 물 밖으로 인양한 것이 ‘준설물질’이고 인양한 준설물질을 가공하는 것이 ‘처리’이며 다른 장소에 가져다 놓는 것이 ‘처분’이다. 이 모든 작업을 통틀어 ‘준설공사’라고 한다. 준설물질은 주로 흙이나 모래 성분이지만 유기물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준설토사라는 말로 혼동을 줄 수가 있다. 이렇듯, 준설물질도 아직 법률 용어로 도입되어 있지 않다.

최근의 4대강 사업의 본질은 하천 바닥에 존재하는 퇴적물과 이 퇴적물을 준설하여 물 바깥으로 인양한 준설물질 관리의 두 개 영역이다. 퇴적물은 물 밑바닥 생물의 서식지이기도 하고 가라앉은 오염물질의 저장고이기도 하다. 퇴적물 상부의 물(하천수)과는 항상 물질이 교환되는 역동적 평형에 놓여있다. 보나 댐의 설치는 이러한 역동적 평형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므로 퇴적물 환경관리 규범과 물 바깥에 놓은 준설물질의 환경 관리규범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일군의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한국환경준설학회를 결성하여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수저 퇴적물 관리와 준설물질 관리의 과학적 지식을 배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늦은 감은 있으나 「국가 퇴적물 관리법(가)」과 「국가 준설물질 관리법(가)」을 제정하여 수생태계의 주요 구성 물질인 수저 퇴적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도록 제도를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모두 자연의 도전에 과학적 대응을 하여 지속 가능한 국토 관리를 발전시켜 오고 있다. 현재 4대강을 둘러싼 논의 역시 과학기술적 지식과 현실 진단에 근거하여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워터저널』 2013.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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