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관리, 국가적 패러다임 전환 필요
상수원수는 상류에서 취수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

 물싸움은 왜 일어나는가?

 

▲  김동욱 박사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경에서 많은 종류의 물질을 적당량 섭취해야한다. 사람이 외부로부터 섭취하는 물질은 자연적으로 생산된 것도 있고 인공적으로 생산된 것도 있다.

일반적으로 인공적으로 생산된 물질보다는 자연적으로 생산된 물질이 인체에 더 이롭고 덜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생산된 물질이든 인공적으로 생산된 물질이든 필요한 물질을 적당량 섭취하는 것이 인체 건강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인체에 필요한 물질이라고 과도하게 섭취하면 인체에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물은 인체에 꼭 필요한 물질 중 단 하나의 예외적인 물질이다. 다른 음식물과는 달리 깨끗한 물은 매일, 평생을 먹거나 마셔야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며, “물을 평생 과도하게 마셨기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말이다. 물은 많이 마실수록 건강에 좋은 물질이기 때문이다.

 생명처럼 느껴지는 물

물은 이와 같이 사람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일 뿐만 아니라, 사람의 정신건강과 심리적인 안정감의 유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사람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물속에서 자라고, 성인이 되어서도 인체의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

인체의 신진대사 등 모든 생명작용이 물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람은 무의식 중에서 물을 생명처럼 느낀다. 체내의 물뿐만 아니라 외부의 물도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주변에 물이 많으면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평화롭게 된다.

반대로 외부의 물이 귀하면 사람들의 마음이 불안정해져 인심이 각박해지고 심성이 거칠어지며 공격적인 성향을 띄게 된다. 공격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항상 전전긍긍하는 심리적인 상태 때문에 자기도 큰 피해를 입는다.

사람 이외의 경우에도 물의 중요성은 도처에서 목격된다. 똑같은 주택이라도 강이나 호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 물이 없는 곳에 있는 주택보다 그 가격이 훨씬 비싸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유인’할 필요가 있는 관광지역의 호텔이나 음식점 등도 ‘물가’를 지독히 선호하여 수질관리의 치명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예로부터 집터를 고를 때 ‘배산임수(背山臨水)’가 제일의 기준이었고, 심지어 죽은 사람의 유택도 ‘큰물이 흘러 들어오는 것이 보이는 곳’이 명당이라고 했다. 동작동 국립현충원은 이러한 조건을 갖춘 국가적인 명당이다.

▲ 충주호(사진)의 여유 수량을 깨끗한 상수원수가 부족한 낙동강 유역의 대도시에 공급하려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전에 충주호의 물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 인근 지방자치 단체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친수 본능’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생존을 위한 물싸움

농경사회가 시작된 1만년 전부터 산업혁명 이전까지 인간의 생산 활동이 주로 농경이었던 시기에는 농경에 필요한 농업용수가 생명수와 다름이 없었다. 농업용수의 양은 곧 농작물의 생산량을 결정하였고, 농작물의 생산량은 곧 부양 가능한 인구의 규모를 결정했다.

어떤 지역의 기존 인구를 부양할 농업용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농업생산량이 줄어들어, 결국 인구의 감소를 가져오게 된다. 여기서 인구의 감소란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인한 기존 인구의 사망과 출산율의 하락을 의미한다.

농사를 짓기 위한 물싸움으로 많은 사람이 죽은 예가 고대의 많은 국가의 기록에서 발견된다. 농사철이 되면 부족한 물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인접한 부족간에 물싸움이 발생하게 되고, 그 결과 수천 명이 희생된 사례가 중국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가장 최근의 경우로는 북아메리카 대륙에 이주한 유럽인들이 서부를 개척하면서 가축에게 먹일 물 때문에 서부활극을 벌인것이 생존을 위한 물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친수 본능’에 의한 물싸움

‘친수 본능’에 의한 물싸움이란 농업생산과 같은, 물에 의한 직접적·경제적 이익의 득실 때문이 아닌, 사람이 본능적으로 물에 대해 느끼는 무형의 가치 때문에 발생하는 물싸움을 말한다.

내 집 앞, 우리 동네 앞을 흐르는 개천이나 강의 물을 나나 우리 동네 사람들이 직접 사용하기 않고 보기만 할뿐인 경우에도 그 물에 대해 나쁜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행위에 대해 적개심을 가지게 된다.

충주호의 여유 수량을 깨끗한 상수원수가 부족한 낙동강 유역의 대도시에 공급하려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전에 충주호의 물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 인근 지방자치단체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친수 본능’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낙동강의 경우에도 수질오염과 수질오염사고에 취약한 하류의 상수원수 취수장을 상류로 이전하려는 계획에 대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친수 본능’의 표현이다.

 물에 대한 생각 바꿀 때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삶을 영위하면서 번영을 이루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의 존립과 번영을 위해서는 많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깨끗하고 풍부한 수자원’의 확보다.

수자원은 세계적으로도 편재되어 있지만, 우리의 공동체인, 좁은 면적의 한반도에서도 편재되어 있다. 우리 공동체의 터전인 한반도의 모든 지역이 골고루 발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자원만큼은 골고루,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

내 집 앞, 우리 동네 앞을 흐르는 물은 나만이, 우리만이 사용하는 물이 아닌, 대한민국 전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이라는 인식과 심리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간 댐, 저수지 등 인공적인 저수시설의 설치와 산림지역의 확대 등 자연적인 저수용량의 확대로 물 관리만 잘 하면 전국 어디에나 깨끗하고 충분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되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친수 본능’ 때문에 물 사용과 관련하여 개인 간, 도시 간, 지역 간 물싸움이 발생한다면 그 누구도 현명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 우리나라의 경우 자연적인 조건이 런던이나 동경보다 좋아 한강 유역의 경우 중류에 있는 팔당호(사진)에서 대량의 상수원수를 취수하고 있다

외국 주요도시 상수원수 상류서 취수

‘상수원수’란 ‘상류에 있는 물’을 말한다. 상류의 물은 ‘깨끗한 물’을 말한다. 상수원수는 사람이 먹고 마시는 물이기 때문에 깨끗해야 하고, 깨끗한 물은 상류에 있기 때문에 상수원수는 상류에서 취수해야 한다.

이러한 자연적인 이치에 따라,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거의 모두 상류의 깨끗한 물을 상수원수로 사용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적인 상수원의 조건을 갖춘 미국의 뉴욕시, 호주의 시드니시, 상수원의 조건이 좋지 않는 영국의 런던시와 일본의 동경시도 상류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자연적인 조건이 런던시나 동경시보다 좋은 한강 유역의 경우 그 중류에 있는 팔당호에서 대량의 상수원수를 취수하고 있고, 낙동강의 경우에는 수질오염과 수질오염사고가 상존하는 낙동강 본류의 중·하류에서 하천수를 취수하여 상수원수로 사용하는 기상천외한 일이 아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상수원수는 상류에서 취수해야 한다는 자연 법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모든 대도시들은 강의 하류, 해안지역에 건설되어 있고, 상수원수는 상류에서 취수하고 있다.

이것은 지형이나 교통 등의 조건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수원수의 경우에는 대도시가 강의 중·상류에 위치할 경우 그 확보가 어렵고, 대도시 하류의 물이 오염되어 국가 전체의 수자원 관리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물 관리 필요

선거 이슈에서 물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고 해서 물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고, 해결된 것도 아니다. 신문에 물 문제가 보도되어야만 물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수질오염으로 인해 물 문제가 ‘사건’화하여 사회적인 문제로 표면화되어야만 물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사건화 되지 않아 표면화되지 않은 수질오염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미량유해물질 등 확인되지 않은, 인체 및 생태계 유해물질이 우리나라의 공공수역에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다.

과학기술이나 경제적·시간적 제약 때문에 모든 수질오염물질과 그 위해성을 파악하여 그 결과를 토대로 수질관리를 할 수는 없다. 그에 대한 보완책으로 예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강의 중·하류에 위치한 상수원수의 취수장을 오염원이 없거나, 희소한 상류로 이전하여 미량유해물질이나 현재 정수처리기술로는 처리되지 않는 유해물질로부터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다.

수질관리에 있어 예방원칙이 가장 철저하게 적용되어야 할 대상은 상수원수다. 상수원수의 수질은 수천만 명의 주민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생활하수, 공장폐수, 축산폐수 등 점오염원에서 배출되는 수질오염물질의 고도처리가 수질오염관리의 제일의 과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론적으로 말하면 이들 하·폐수의 고도처리는 생활용수, 공업용수 및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용수량을 현재 용수량의 2∼3배까지 늘릴 수 있다. 이것은 수자원 이용의 극대화, 경제적 효율성 제고 등의 차원에서 지금과는 다른 수질관리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과학적인 물 관리의 필요성이다. 과학적인 물 관리의 시작은 우리나라 수자원의 현황과 수급 전망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와 분석 및 예측이다. 예를 들어, 수자원의 공급 전망에 대해서도 화석처럼 굳어버린 숫자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 뉴욕, 시드니, 상수원의 조건이 좋지 않은 런던와 동경 등은 상류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고 있다. 사진은 뉴욕시 상수원인 허드슨강 상류.

자연친화적 저수시설 확충 필요

우리나라의 2000년대의 연간강수량은 1980년대에 비해 100mm 가까이 증가했다. 수자원의 수요분석도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농업용수 등 인간이 사용하는 물 외에 생태계가 사용하는 물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태계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은 깨끗한 물이 많을수록 좋다고 할 수 있으나, 많은 양의 수자원을 확보하는 일은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인간과 생태계가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의 양을 늘리는 방법은 산림면적의 확대와 같은 자연적인 저수능력의 확장과 댐이나 저수지와 같은 인공적인 저수능력 확장 등의 방법이 있다.

그러나 자연적인 저수방법은 한계가 있고, 인공적인 저수방법은 환경적·기술적·경제적·사회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수자원 관리는 하·폐수 고도처리의 경제적 효율성 제고 등 기술개발과 소규모 저수시설과 같은 자연친화적인 저수시설을 확충해 나가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워터저널』 2013.3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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