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철 민 편집국장·글로벌물산업정보센터장


물은 소중한 자원…국민 의식 전환 필요 

물 부족 국가 싱가포르, 하수 정화해 다시 먹는 물로 사용
기후변화로 지구촌 곳곳서 가뭄 빈발…물 자원 확보 비상
나일·메콩·갠지즈·요르단강 인접국가들 물 분쟁 격화
 


▲ 배 철 민 편집국장·글로벌물산업정보센터장
기자는 지난해 10월 22일부터 3박4일간 싱가포르를 방문한 적이 있다. 물 부족에 시달리던  국가가 물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여 경제대국이 되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싱가포르는 본래 물이 부족한 나라다. 연평균 2천300㎜ 정도의 많은 비가 내리지만 영토가 작아 자체적으로 빗물을 모아 확보할 수 있는 물 자원은 전체 물 수요의 20%에 불과하며, 40%는 말레이시아로부터 원수(原水)를 수입해 쓰는 실정이다.

싱가포르의 4가지 물 자원 확보 정책

싱가포르 역사도 ‘물과의 전쟁’으로 요약된다. 1961년과 1963년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담수(淡水)가 모두 말라 바닷물을 공급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식수 고갈이라는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물 자원 확보 방안을 연구했다. 그 결과 △오·폐수 정화 후 재이용 △바닷물 담수화 △빗물 저장 △말레이시아로부터 물(原水) 수입 등 4가지의 물 자원 확보 정책을 개발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게 ‘뉴워터 플랜(NEWater Plan)’이다. ‘뉴워터’란 한 번 쓰고 버린 오·폐수를 정화해서 다시 쓸 수 있도록 만든 물이다. 시민들이 버린 생활하수 등을 막 여과 및 자외선 소독 등의 고도처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뉴워터(NEWater)’의 수질은 세계 최고로 꼽힌다. PUB(Public Utilites Board)라는 공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뉴워터 공장은 4곳으로 하루 5천만 갤런(약 23만㎥)을 생산해 싱가포르 전체 물 수요의 30%를 충당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했던 ‘뉴워터 팩토리 비지터 센터(NEWater Factory Visitor Centre)’는 싱가포르 시민들이 버린 생활하수를 고도처리하여 하루 4만2천500㎥씩 귀중한 물 자원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물은 70%가 산업용수로, 20%는 상업지역 냉각용수로, 나머지 10%는 식수로 사용된다. 뉴워터의 물맛은 일반 생수와 차이가 없었다. 이 공장에는 싱가포르 시민을 비롯해 인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 1주일에 3천여 명이 견학을 온다고 한다.

물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생활하수, 폐수도 귀중한 물 자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지구촌 10억명 안전한 물 이용 못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은 총 13억 8천500㎦이지만 이중 바닷물이 97%를 차지하고 있고, 담수는 약 3%인 3천500만㎦ 정도이다. 여기서 빙설(氷雪) 및 지하수를 제외한 사람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담수호의 물 또는 하천수는 전체 물의 0.01% 이하인 약 10만㎦에 불과하다.

이러한 물도 세계적으로도 편재(偏在)되어 있어 지구촌 곳곳에서는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80개 국가가 물 부족 국가이며, 이는 사람들의 건강과 경제를 위협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또한, UN 산하기구인 UNDP(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에 의하면 전세계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10억 명이 안전한 음용수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며, 약 25억 명은 기본적인 위생 시설도 없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지역은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물 자원 확보 위한 ‘물 전쟁’ 빈발

이처럼 한정된 물 자원 확보를 위해 지구촌 곳곳에서는 오래 전부터 ‘물 분쟁’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물 분쟁을 이해하려면 두 나라 이상의 영토를 흐르는 강을 보면 된다. 전세계적으로 214개나 된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의 ‘물 전쟁’은 유별나다. 이스라엘과 요르단,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 등을 거쳐 흐르는 요르단강이 대표적이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도 이스라엘과 회교국간 정치적 갈등에 물 문제가 더해졌다. 요르단강 외에도 티그리스강·유프라테스강 유역의 시리아와 터키, 이라크가 긴장 상태에 있다.

아프리카도 물 분쟁 예외 지역이 아니다. 수단, 이집트, 우간다 등을 흐르는 나일강에서는 물 분쟁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이집트의 나일강 유역 내 아스완댐 건설로 인해 주변국과의 대립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인도, 방글라데시, 터키가 갠지스강을 두고 물싸움을 벌이고 있고 중국, 베트남, 태국 등의 메콩강 인접 국가들도 끊임없이 물 분쟁을 일으켜 왔다. 또한, 미국과 캐나다는 북아메리카 오대호의 유량 배분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밖에 다뉴브강(헝가리·슬로바키아)과 리오그란데강(미국·멕시코), 헬만드강(이란·아프가니스탄), 자루밀라강(페루·에콰도르), 카롤강(프랑스·스페인), 초베강(남아프리카공화국·보츠나와), 메유즈강(벨기에·네덜란드) 등이 물 이용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로 인한 지구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앞으로 물은 분쟁의 씨앗이 될 전망이다.

물 관리 잘하면 충분한 물공급 가능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 역시 물 자원이 편재되어 있다. 지역에 따라 빈발되는 가뭄에 의한 불편, 지역간 4배나 차이나는 수도요금, 돈이 있어도 물을 구할 수 없는 도서(島嶼) 지역 등 좋은 물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필수 수량도 확보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그동안 정부는 물 자원의 편재 해소를 위해 댐, 저수지 등 인공적인 저수 시설 설치와 산림 지역 확대 등 자연적인 저수 용량의 확대로 물 관리만 잘하면 전국 어디에나 깨끗하고 충분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 사용과 관련하여 자치단체 간, 자치단체와 기업체, 기업체와 주민 간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1995년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물을 둘러싼 지자체 지역주민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경남 진주 남강댐의 부산권 물 공급을 둔 경남과 부산 지역간 갈등은 수 년째 진행중이며, 평창강 취수사업을 펼치는 충북 제천시는 강원도 영월군과 마찰을 빚고 있다. 경북 남부권 공업용수 공급을 위한 한밤보 취수는 안동시의 반대로 표류중이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와 팔당댐 유역 경기도 7개 시·군(남양주·광주·용인·이천·여주·양평·가평)은 팔당댐 용수 사용료를 놓고 수 년째 마찰을 빚고 있다. 봄철 농번기에는 마을에서도 농민간 물대기 싸움도 빈번하다.

‘치산치수’ 개념, 앞으로 더 중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들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정치의 근본 중 하나가 ‘치산치수(治山治水)’였다. ‘치산’이란 산을 푸르게 하는 것으로 이것은 자연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을 말하고, ‘치수’는 자연생태계와 농업 등에 필요한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물 자원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치산치수란 ‘곧 산림이 있는 곳에 물이 있고, 물이 있는 곳에 산림이 있다’는 사실을 토대로 한 것이다. 즉, 지형적으로 저수지를 건설할 적지가 없거나 댐 건설 기술이 없었던 옛날에 산림에 의한 자연적인 물 자원 확보 체제의 구축을 말한다. 이러한 치산치수의 개념과 중요성은 옛날과 지금이 다르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

관리 위주 물 자원 정책 펼쳐야

돈이나 물건을 마구 헤프게 쓰는 모양을 우리말에서 ‘물 쓰듯’이라고 하듯이 우리 국민은 물을 공기와 마찬가지로 무한정 쓸 수 있는 것으로 여겨왔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도요금은 ㎥당 619.3원(2011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 중 가장 싸고, 1인당 물 소비량 역시 335리터(2011년 기준)로 세계최고 수준으로, 가계소득이 훨씬 높은 선진국 국민보다 2∼6배 많은 물 소비량은 자랑할 일이 아닌 것 같다. 또한, 연평균 강수량이 1천277.4㎜로 세계 평균 강수량(807㎜)의 1.6배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강수량은 세계평균치의 12%에 불과하다.

향후 물 관리 정책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생태계와 사회·문화적 여건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물 자원을 많이 확보하느냐가 될 것이다. 물 부족 사태와 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댐 건설이 필요하지만 건설비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환경파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크므로 환경친화적인 소규모 댐 건설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누수율 저감, 하수 재이용, 빗물 활용, 수도요금체계 개선 등 관리 위주의 물 자원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 이제 물을 소중한 자원으로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워터저널』 2013.5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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