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칼럼

물을 오염시킨 화학물질이 먹이연쇄에 미치는 영향

 

▲ 류 재 근 박사
·본지 회장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사)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전)한국물환경학회장(현 고문)
·(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수계에는 수많은 생물이 서식하며 생태계를 구성한다. 이들은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에 있으며, 이를 먹이연쇄(Food Chain)라고 한다. 식물연쇄의 피라미드에서 저위(低位), 고위(高位)의 생물은 각기 체내로 화학물질을 섭취하는 경로가 다르다.

섭취된 화학물질은 분해·배설되지만, 생물에 따라 화학물질에 대한 능력의 차이로 축적 방식도 달라진다. 하천, 호소, 해양생태계를 중심으로 해양을 오염한 물질이 어떻게 생물의 체내에 흡수, 축적돼 가는가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해양생태계에서 저위 생물인 플랑크톤은 해수 속에 용해돼 들어 있는 화학물질을 체표면에서 직접적으로 흡착(吸着)하여 농축한다. 어패류는 오염물질을 흡착한 플랑크톤 등 먹이생물을 먹거나, 아가미를 통해 해수로부터 화학물질을 직접 체내로 섭취해 농축하기도 한다.

이들은 물에 녹기 어렵고 기름에 길들기 쉬운 화학물질일수록 잘 농축하는 특성을 가진다. 플랑크톤이나 어패류에 고농축되는 대표적인 화학물질로 PCB와 DDT, 다이옥신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물질들은 해수농도의 1만∼10만 배나 농축된다.

고래나 돌고래와 같은 해상 포유동물이나 괭이갈매기 같은 해조류는 오염된 어패류를 먹음으로써 화학물질을 체내로 섭취하고 농축한다. 오염물질은 이렇게 식물연쇄를 통해 차츰 고위 생물의 체내에 쌓인다. 수명이 긴 돌고래는 평생토록 화학물질을 체내에 축적하고 있다.

앞에서 밝혔듯이, 축적의 양은 흡착과 대사배설의 차이로 정해진다. 일반적으로 저위생물은 화학물질에 대한 분해능력이 낮고, 반대로 고위생물은 높다. PCB와 DDT의 농도는 돌고래 체내에서 어패류보다도 두 자리 이상이나 높은 값을 나타내지만, HCH(BHC)나 클로로덴(Chlorodyne) 화합물의 경우는 한 자리 높은 값을 보인다. 이것은 후자가 돌고래의 체내에서 분해되기 쉽기 때문이다.

한편, 육상생물을 포함한 야생동물의 PCB와 DDT, 다이옥신 잔류농도를 조사한 결과, 돌고래가 가장 고농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물질들은 돌고래가 생식하는 외양(外洋)의 해수 속에 1ppt(ppt는 1조 분의 1의 단위) 이하 밖에 존재하지 않은 반면, 돌고래의 지방에서는 1억 배 이상인 500ppm(ppm은 100만 분의 1의 단위)이 검출됐다.

이러한 고농도 축적의 원인은 돌고래가 생태계의 고위에 위치하고, PCB나 DDT의 분해능력이 낮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이 수치는 생식이상 등 생리적인 영향이 발현(發現)해도 이상할 것 없는 농도이다.

식물연쇄 중 생식연쇄에서의 생산자는 광합성을 하는 식물(수역)에서는 식물 플랑크톤이나 부착조류 등이고, 소비자는 유기물을 먹이로 하는 동물이다. 즉, 생산자만이 지상에서 유일하게 무기물에서 유기물을 생산하고, 이로써 다른 모든 생물의 생명이 유지된다.

결국 내가 버린 오염물질이 내 입으로 들어가는 원리는 바로 이러한 먹이 연쇄에서 온다. 우리가 하천이나 해양에서 잡은 물고기도 먹이연쇄와 연관이 깊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할 때다.


 

[『워터저널』 2014년 11월호에 게재]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