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전북 전주의 도심에 '맹꽁이 놀이터'가 생겼다. 주민과 학생, 환경단체들이 개발의 삽질을 막아내고 십시일반 힘을 모아 만든 습지 놀이터였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인 맹꽁이가 거마공원에서 발견된 지 1년 만이었다.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거마공원은 1994년 저수지를 메워 조성한 시민공원으로, 당시 맹꽁이 30여마리가 공원 옆 40㎡ 남짓한 물웅덩이에서 집단 서식하고 있었다.

웅덩이에 맹꽁이가 살고 있다는 시민의 제보를 받은 전북환경운동연합은 '맹꽁이 구하기'에 나섰다. 

주변 생태환경조사와 전문가의 의견, 지역주민 간담회 등을 통해 맹꽁이가 환경지표로서 가치가 크다는 결론을 얻었다.

문제는 사유지인 물웅덩이 매입에 적지 않은 돈이 드는 것이었다.

전북환경운동연합과 삼천동주민자치위원, 시민들이 매립 위기에 처한 이 웅덩이를 '맹꽁이 놀이터'로 만들자는데 합의했다. 

시민들은 직접 삽을 들고 작업에 참여했으며 조경업체와 한국토지공사 초록사회위원회 등도 힘을 보탰다.

도심 속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맹꽁이 놀이터'는 이렇게 탄생했다.

습지는 맹꽁이의 산란과 이동을 돕기 위해 완만한 형태로 만들어졌고 주변에는 갯버들과 노랑머리 연꽃, 꽃창포 등 습지식물들도 자태를 뽐냈다.

전주시는 이에 더불어 인근 500여㎡에 습지와 맹꽁이 조형물, 학습표지판 등을 추가로 설치했다. 

하지만 습지로 유입되던 물줄기가 삼천도서관 주차장 조성 등 각종 개발로 끊기게 되면서 다시 맹꽁이의 생존이 위협받았다.

이에 전주시와 전북환경운동연합 등은 '빗물 저금통'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삼천도서관 건물 옥상에 5t 규모의 빗물 저장탱크를 설치, 빗물을 모았다가 물이 부족한 시기에 공급함으로써 맹꽁이를 비롯한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도록 하기로 한 것이다.

10일 삼천도서관 앞에서는 조촐하게 빗물 저금통 통수식이 열렸다. 빗물 저금통의 밸브를 열자 시원스럽게 쏟아져 나온 물은 맹꽁이 놀이터로 순식간에 흘러들었다.

빗물저금통 통수식에 참석한 주민과 유치원생, 유해숙 전북환경운동연합 대표, 김승수 전주시장 등 30여명은 '작지만 위대한 시민의 힘'의 결실을 축하하듯 힘찬 박수를 보냈다.

김승수 시장은 "빗물을 이용해 멸종위기에 처한 맹꽁이 서식지를 보전하는 것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도시로 나아가는 첫 걸음과 같다"며 "이 습지가 도심의 생태학습장으로 활용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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