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칼럼

늦기 전에 가축 매몰지 자원화 정책 시급하다


·(사)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전)한국물환경학회장(현 고문)
·(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가축 환경위생관리 소홀로 구제역이 재발했다. 환경미생물학을 40년 동안 연구·교육해 온 과학자로서 환경위생관리는 국가의 우선과제라고 판단된다.

2000년 3월 경기도 파주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2010년 11월 말 경북 안동에서 재발한 뒤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심각한 경제적·환경적 피해를 입혔다. 이후 2014년 1월 전북 고창에서 조류독감(AI)이 발생해 약 1천100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 및 매몰된 데 이어, 최근 구제역이 다시 발생하는 등 지속적으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015년 현재 AI 및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조성된 살처분 가축 매몰지는 전국적으로 약 5천여 곳이다. 그러나 체계적인 조사와 대책이 부족한 상태에서 긴급하게 조성된 곳이 많기 때문에 가축사체의 부패에 따른 침출수 및 악취 발생으로 토양, 지하수 및 주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매몰된 가축사체의 70%는 수분으로 기존 연구(Murno, 2002)에 따르면 2개월 안에 부패를 통해 모두 침출수로 발생한다고 하지만, 국립환경과학원에서 2011년 조사한 국내 가축 매몰지의 실제 침출수 발생량은 5천676㎥로 예상량의 8.9%에 그쳤다. 매몰지 연구단에서 수행하고 있는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매몰지에서 가축사체 부패정도가 매우 미미해 안정화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매몰지의 침출수 유출이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는 매몰 이후 3년 동안은 매몰지 내 사체를 발굴하거나 매몰지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2015년 현재 전국적으로 대부분이 해제되어 농가에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전국에 조성된 5천여 곳의 매몰지 내 잔존사체를 처리하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큰 환경적 재앙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매몰지의 가축사체를 처리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은 사체를 발굴해 처리하는 것이다. 기존 가축사체 처리기술 중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랜더링(Rendering)방식은 사체 처리 후 남은 부산물을 완전한 액상물질로 변환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환경기초시설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결국 또 다시 매립할 수밖에 없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매립한 부산물에 의해 2차 환경오염이 일어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이에 고온(150∼200℃), 고압(15∼20㎏/㎠) 상태에서 가축사체를 처리해 병원성 미생물과 바이러스 물질을 사멸하고, 반응 후 생성된 액상반응물을 환경기초시설에서 연계 처리하는 열가수분해 기술이 현재 연구되고 있다. 구제역으로 매몰된 소, 돼지 사체의 경우 유분이 많기 때문에 처리 후 생성된 액상물질의 연료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매몰되는 소, 돼지, 양, 닭과 오리에서 바이러스를 사멸시킨 후, 고기는 양질의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환경 정책을 추진해 하천도 살고 토양도 살 수 있는 대책이 하루 빨리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발상을 전환하면 오염·위험물질로만 생각해 감추려고만 했던 전국 5천여 개의 매몰지 및 매몰된 가축사체가 자원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매몰지 내 잔존사체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해 매몰부지를 농가에 환원한다면 버려졌던 토지도 활용이 가능하게 된다.

매몰지 자원화가 결실을 맺으려면 매몰지 자원화 연구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각 지자체 또한 매몰지 연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지원한다면, 머지않아 매몰지가 자원이 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된다.

[『워터저널』 2015년 3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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