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옌 훅스트라 외 3명 지음 / 자연과생태 출판 / 192쪽 / 값 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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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발자국  평가매뉴얼』

아르옌 훅스트라, 아쇼크 샤파게인, 마이테 얼다이아, 메스핀 메코넨 지음 / 자연과생태 출판
192쪽 / 값 28,000원

 

 
우리의 하루는 엄청난 양의 물소비로 이루어진다. 샤워, 식사, 커피 마시기 등 일상에서 사용한 물의 양을 단지 씻거나 마신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밥 한 공기에 담긴 쌀, 교통에 이용된 에너지 등을 모두 합하면 그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물발자국’은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하루에 소비하는 물을 말한다.

대개 물(담수)을 무한한 자원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물은 지구 안에서 순환하는 한정된 양만 존재한다. 일상에서 쓰는 물을 비롯해 농산물과 공산품을 만드는 과정 등에 이용되는 보이지 않는 물(가상수)까지 감안하면, 우리는 국한된 물을 상상 이상으로 소비하고 오염시키고 있다.

생태발자국, 탄소발자국과 함께 최신 환경지표의 3대 개념으로 부상한 물발자국은 소비자 및 생산자가 직·간접적으로 소비한 물(담수)을 지표화한 개념이다. 물발자국은 그 성격에 따라 청색, 녹색, 회색으로 나뉜다. 청색물발자국은 제품의 생산 및 공급망을 따라 소비된 지표수와 지하수를, 녹색물발자국은 농작물에 소비된 빗물을, 회색물발자국은 오염된 물을 뜻한다.

물발자국은 우리가 소비하는 물의 용도, 양, 시간, 장소를 나타내는 다차원적 지표이며, 물발자국 평가는 이를 수치화하는 작업이다. 지구의 물은 연간 쓸 수 있는 양이 제한적인 반면, 지구의 모든 생물이 나눠 써야 하므로 사람·지역·동식물 간의 공평한 분배와 지속가능한 활용방안이 필요하다.

물소비는 우리가 씻고 마시는 직접적 소비보다 농작물이나 공산품, 에너지를 생산·유통하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간접적 소비가 1:9의 비율로 훨씬 많다. 농산품 및 공산품을 비롯한 생산, 유통, 소비 과정에 쓰이는 물은 보통 드러나지 않아 가상의 물, 즉 가상수(virtual water, 假想水)라는 개념으로 표현된다. 가상수는 거래가 가능한 거의 모든 제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일상적으로 물을 거래하고 있는 셈이며, 물발자국 평가의 초점과 대응전략도 주로 이 간접적 물소비에 맞춰져 있다.

물발자국을 줄이는 방안은 개인, 산업, 지자체 및 국가 등 단체의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개인은 물을 가능한 아껴 쓰고, 물발자국을 덜 남기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기업은 공정과 유통 단계의 물발자국을 최소화해야 하며, 지자체 및 정부는 물관리 계획에 물발자국 계정을 포함시켜 집단 내 물사용을 줄임과 동시에 물부족 현상에 대한 세계적 고민에 동참해야 한다.

유네스코 산하 물·환경교육기관(IHE)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스리랑카, 일본, 네덜란드에 이은 세계 4위의 가상수 수입국이다. 따라서 국내에 특화된 지속가능한 물전략 및 정책을 수립하는 일이 시급하며, 일관된 정의와 표준화된 계산방법을 공유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은 물발자국네트워크(WFN)가 개발·운영하는 물발자국 평가에 대한 세계 표준 매뉴얼을 담은 책으로, 책에서 소개하는 물발자국평가매뉴얼은 일관성 있는 정의와 방법을 사용해 국제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끔 마련한 표준안이다. 개인과 기업, 농업의 물발자국을 산출하는 연구기관, 물 관련 정책을 입안·시행하는 정부 등에 신뢰할 만한 도구가 될 뿐만 아니라 활용도도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일반 독자도 물발자국 개념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물발자국 산정 예제, 용어해설, 궁금증에 대한 질문과 답을 부록으로 수록해 물발자국을 처음 접하는 이에게도 유용한 교양서가 될 것이다.

[『워터저널』 2015년 5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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