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기 전에 빗물 쓰는 방법 강구해야

어느 아이가 과자 때문에 울고 있다. 다른 아이의 과자를 빼앗으려다가 싸움도 하고, 저 멀리 땅에 굴러 떨어진 과자를 주워 와서 흙을 털어서 먹기도 하고, 땅속에 박힌 것을 파서 먹기도 하고, 남이 먹다 버린 것을 한번 더 씻어서 먹기도 한다. 전에 어른들이 과자를 한꺼번에 충분히 주었는데 왜 그러냐고 하니까, 그때는 받기 쉬운 만큼만 조금 받고 나머지는 모두 다 흘려 보내서 그렇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아이들에게 어떤 훈계를 해 줄 수 있을까? 어른이 과자를 줄 때 잘 받아서 보관하지 이게 웬 고생이냐고 말할 수 있다. 계속해서 사이좋게 잘 살기 위해서는 조금 현명하게 살아야 한다고 타이를 것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가 물을 관리하는 것이 이 어리석은 어린 아이와 다를 것이 없다. 우리나라에 떨어지는 물은 모두 빗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서 전체 비의 양은 1천290억톤이다. 그 중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양은 24% 밖에 되지 않는다.

빗물 1천290억톤 중 24%만 사용

하늘이 주신 선물인 빗물을 대부분 다 흘려버리고 부족하니까, 댐을 짓는다고 하여 상·하류의 분쟁이나 자연환경과의 분쟁을 일으키고, 이것저것 다 물에 섞인 물을 멀리(장거리 운반)서부터 끌어다가 처리(고도정수처리)해서 먹는다. 후손을 위해 남겨두어야 할 지하수를 집어넣는 양보다 더 많이 빼서 사용(지하수 남용) 하기도 하고, 한번 사용한 물을 다시 처리(중수도) 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아주 농도가 짙은 바닷물에서 녹아 있는 성분을 모두 다 제거(해수 담수화) 해서 먹기도 한다.

모두다 에너지를 상당히 많이 사용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서 우리 후손들에게 이렇게 살지 말라고 훈계할 정도가 되므로 이러한 방법은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닐 것이다.

수질에 대하여 여러가지 물들을 살펴보자.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약수물이나 병물(먹는 샘물)들의 기원을 살펴보면, 수천, 수만년 전에 내린 빗물이 땅에 스며들어 암반으로부터 칼슘, 마그네슘 성분들이 녹아 들어가 있다. 들어간 양의 과다에 따라 미묘한 맛이 나기도 한다. 어떤 성분이 너무 많으면 제거해야만 한다. 건강에는 문제가 없으나 관이 부식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흙 속의 성분을 털어서 먹는 것과 같다.

정상적인 빗물은 약산성

수도꼭지에 나오는 물은 조금 더 복잡하다. 수돗물은 그 근원을 역으로 살펴보면 수돗물 -수도관-정수장-취수장-강물(호수)-계곡수-빗물이다. 단계가 많아질수록 자연적, 인위적 오염물질이 들어갈 확률이 높아진다. 1급수에서만 사는 열목어라도 물에서 생활하니 그 분비물이 물 속에 있을 것이다.

산이나 들에 있는 야생동물의 변은 어디로 가는가? 농약이나 비료성분들이 비에 씻겨 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소독공정에서 발암물질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으며 환경호르몬이 처리과정에서 제거가 되지 않기도 하며, 정수장에서 아무리 깨끗한 물을 내보내도 배수관이나 옥내배관에서 2차 오염의 문제는 항상 신경을 써야만 한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이러한 미량오염 물질의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당국에서 수질관리를 철저히 하면 건강상의 문제는 전혀 없지만 늘어나는 비용은 그대로 시민들의 몫이다.

바닷물을 담수공정을 거쳐서 먹기도 하는데 그 공정은 아주 높은 농도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서 가격이 보통 수돗물 가격의 5배 정도가 된다. 또한 바닷물 안에는 어떤 성분이 있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찜찜한 생각은 지울수 없다.

그런데 빗물의 근원을 살펴보면 빗물에는 이러한 오염물질이나 불안한 미량오염 성분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증할 수 있다. 하늘에서 그 많은 양을 집어넣으려고 해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반인들이 빗물에 대하여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 이유는 산성비와 대기오염물질, 황사, 꽃가루 등이다.

우선 정상적인 빗물은 약산성이기 때문에 건강에 문제는 전혀 없으며 아주 간단한 처리로 중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다른 오염물질인 대기오염물질, 황사, 꽃가루 등과 같은 입자상 물질은 그 크기보다 미세한 스크린을 사용하여 거르면 된다. 이것을 처리하는 방법은 기원이 불확실한 인위적인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경제적이다.
잘못된 빗물 상식 바로 잡아야

앞으로는 빗물을 흙이 묻기 전에 잘 받아서 쓰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잘만 받아 두면 처리가 훨씬 간단하다. 그리고 사용지점에서 빗물을 받아서 사용하기 때문에 운반비가 적게 든다. 건강에도 문제가 전혀 없다. 이렇게 빗물을 받아서 전 인류가 지금껏 살아 온 것을 보면 지속가능한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다.

특히 요즘과 같이 국제 유가가 올라가는 경우를 대비하면 더욱 그렇다. 빗물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고, 기존의 물관리 시스템을 빗물이용으로 보완할 때 사회적인 비용과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그 경제적 이득은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서울대학교에 새로 만든 기숙사에 설치된 빗물저장탱크에는 며칠 전 내린 비로 200톤의 빗물이 가득 차 있다. 누구든지 빗물의 수질에 의심이 가는 사람이 있으면 전문가이든 비전문가이든 와서 보기 바란다. 그러면 누구든지 빗물이용 시스템의 원리를 쉽게 이해하고 빗물의 전도사가 될 것이다. 빗물로 끓인 커피한잔을 마시면서….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UNEP-서울대 빗물연구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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