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칼럼

수인성(水因性) 바이러스 관리 철저히 하자


·(사)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전)한국물환경학회장(현 고문)
·(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날씨가 무더워지며 물을 많이 마시는 계절이 돌아왔다. 이 계절에 꼭 알아둬야 할 바이러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이러스(Virus)는 알려진 생명체 중 가장 작은 생물로 살아있는 세포 외에서는 생존하기가 힘들다. 이들은 극히 미세한 18∼120㎚(나노미터) 크기로 환경적인 악조건에서도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어 상수처리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 정수처리 기준에 바이러스와 지아르디아, 크립토스포르디움 등 원충류를 포함시켰다.

물을 통해 사람을 감염시키는 장관계 바이러스(enteric virus) 종류로는 120가지 이상이 알려져 있다. 장관계 바이러스는 대변에 많은 수가 포함되어 있어 대변 1g 당  109∼1011개의 바이러스가 배출되며, 우리가 먹는 음용수를 직간접으로 오염시킬 수 있다. 이 바이러스는 가정의 하수에서, 심지어 소독 후에도 흔히 검출된다.

바이러스는 일단 환경으로 나오면 시원하고 습한 조건에서 최대 수개월까지 장기간 생존할 수 있다. 조개, 굴 속에서도 14일, 길게는 한 달간 살 수 있으며, 노로바이러스(Norovirus)는 지하수에서도 수개월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관계 바이러스에는 장바이러스, 로타바이러스(Rota-virus), A형 및 E형 감염 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 레오바이러스(Reovirus),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SARS, AI조류독감) 등의 수인성 바이러스 및 많은 신종 바이러스와 아직까지 분류되지 않은 바이러스 등이 있다.

이 바이러스들은 대다수가 대변, 구강 경로로 전파되며 위장관이나 기도를 감염시키고 설사, 발열, 간염, 마비, 수막염, 신장염 및 심장질환을 포함한 광범위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대개 사람에게 여러 가지 질환을 일으키지만, 의외로 많은 바이러스가 감염되더라도 임상 증상이 없는 상태의 보균자를 발생시킨다. 그러나 무증상 감염이더라도 바이러스 입자들은 환경에 방출될 수 있다.

한편, 상수도에서의 바이러스 검출과 식별은 재래식 세포배양 분석의 어려움과 비용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DNA 바이러스에 대한 중합효소 연쇄반응(PCR) 분석 및 RNA 바이러스에 대한 역전사(RT-PCA) 분석과 같은 분석기술의 발달은 물 시료의 바이러스 감시에 더 간단하고 신속한 방법을 제공했다.

이들 바이러스 중 A형 감염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음식물 또는 우물에서 감염되는 것으로 1970년대 한국이나 일본에서 유행하다시피 했지만, 현재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동, 중국,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지금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동(同)지역의 여행자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물에서의 바이러스 감염은 상하수도가 완비된 지역에서는 그다지 심각하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사료되지만, 물컵, 물병 등을 세척·취식 전에 사용할 때는 주의를 기울이고, 외출 후 손을 깨끗이 씻으며, 꺼림칙한 먹을거리에는 입을 대지 않도록 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이제부터는 국가가 정기적으로 국민의 음용수 제품에 대해 미생물 검사를 강화하고, 그 결과를 발표해 국민 모두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국민은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선진국 수준의 위생국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워터저널』 2015년 7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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