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청정상수원수 확보로 해결해야”

수돗물 그대로 마시는 인구 1% 수준…나쁜 냄새·물맛 등이 원인


▲ 김 동 욱
•한국환경평가전략연구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수돗물 수질개선 대책의 허실

우리나라의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2000년 3월의 조사 결과는 수돗물을 그대로 또는 끓여서 먹거나 정수기를 사용해서 먹는 비율이 75.3%이었고, 2008년 8월의 조사 결과는 86.8%이었다. 그러나 먹는샘물이나 약수터 물 등 수돗물 외의 물을 음용하는 비율은 2000년 조사에서는 18.8%였지만 2008년 조사에서는 12.8%로 감소한 바 있다([표 1] 참조).

‘막연한 불안감’ 등이 수돗물 불신 사유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수돗물을 먹는 인구는 약 90%에 달하지만, 수돗물을 끓여서 먹는 인구와 정수기 물을 먹는 인구가 전체의 반반을 차지해 그대로 먹는 인구는 1% 내외에 불과하다.

먹는샘물과 약수터 물을 먹는 인구는 10% 내외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먹는샘물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경제적인 부담이 주요 원인이 될 수 있고, 약수터 물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야생동물의 분뇨 등에서 발생하는 여시니아(yersinia)균 등 약수터 물의 수질에 대한 불안감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편, 수돗물에 대한 불신의 사유는 막연한 불안감, 나쁜 냄새, 나쁜 물맛, 수돗물에 대한 부정적 언론보도 등으로, 각각 32.2%, 31.2%, 20%, 13.1%로 나타났다([표 2] 참조).

 
 

정부의 수돗물 대책 주요 내용

정부는 수돗물 불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돗물의 안전성 확보 △수돗물에 대한 불신 해소 △대국민 홍보 △수도사업의 합리화 등 혁신적 제도 개선과 정보공개의 확대를 통해 국민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수돗물 대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첫째, 수돗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원수부터 수도꼭지까지 단계별 수질관리 강화로 다중방어체제를 구축하고, 급수시설 등 수용가 수도의 공개념을 도입하며, 테러 및 수질오염사고에 대비한 위기관리능력을 기르는 방안이다.

둘째, 수돗물실명제 등 정보공개를 확대하고 수도정책의 수립과 집행과정에 시민을 참여시켜 강화하는 방안이 있다.

셋째, 수돗물의 안전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수도시설 진단설비업종의 신설 등을 통한 수도 관련 산업의 육성, 소규모 수도사업의 전문기관 위탁관리의 활성화 등 수도사업을 합리화할 수 있다.

▲ 수돗물 국민의식 조사 결과, 수돗물을 먹는 인구는 약 90%에 달하지만, 대부분 끓이거나 정수기를 통해 음용하므로 그대로 먹는 인구는 1% 내외에 불과하다

정부의 수돗물 대책의 허실

지금까지 정부의 수돗물 대책의 핵심은 △수돗물의 안전성 확보 △안전성에 대한 대국민 정보 제공 및 홍보 △수도시설의 운영 개선 및 기술 개발 등이며, 수돗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옥내급수관 관리체계의 혁신 △저수조 설치 및 유지관리 개선 △노후 옥내급수관 관련 신기술 및 소재 개발 △상수도 관망 설치 및 유지관리 체제 구축 △상수도 관망 기술진단제도 도입 △정수장운영관리사 국가자격제도 도입 △정수장운영관리인력 교육 의무화 △상수원 관리를 위한 유해물질 감시시스템 구축 △유해물질 표준처리방안의 개발 및 보급 등의 사업을 추진해 왔다.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수돗물실명제 도입 △수돗물 수질기준 위반 공시제도 도입 △수돗물 급수계통별 수질검사결과 공개 △수돗물수질평가위원회 기능의 강화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수돗물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위해 △전문가를 활용한 홍보전략 마련 △수돗물 불신해소 범국민 캠페인 전개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수돗물의 안전성 확보 대책 중 옥내급수관의 관리체계 혁신이나 노후 옥내급수관 관련 신기술 및 소재 개발 등의 대책은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매우 어렵다. 옥내급수관은 사유재산이므로 국가가 함부로 관여할 대상이 아니며, 관여하게 되면 비용의 상당 부분을 국가재정으로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옥내급수관 관련 신기술 및 소재 개발을 위해 막대한 재원을 투입했지만 결과의 활용은 미미했으며, 저수조의 설치 및 유지관리도 내재적인 문제가 있으므로 수돗물의 안전성 확보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유해물질 감시 시스템이나 유해물질 표준처리기술의 개발도 새롭게 발생하는 환경호르몬 물질 등 미량유해물질의 감시가 쉽지 않으며, 정수처리의 기술개발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혁신적인 수돗물 수질개선 대책 필요

지난 30여년 간 수많은 재원과 인력, 시간을 투입해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대책을 추진해 왔으나 국민의 불신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변함이 없다. 이는 불신 해소를 위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고층아파트의 옥상에 설치된 저수조 및 운영의 경우, 대책으로 저수조 설치기준·관리기준 등이 포함되어 있으나 대다수 기준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아파트단지 또는 주택지대에 공동의 저수탑(Water Storage and Distri-bution Tower)을 설치해 전문인력이 상시 관리한다면 주민들의 이러한 불신을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동 저수탑을 설치해 운영하면 개별 저수조에 비해 설치비와 운영비가 절감되고 전문적인 상시관리가 이루어져 마지막 급수과정인 저수조에 의한 수질 악화를 방지할 수 있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 사유 중 ‘막연한 불안감’, ‘나쁜 냄새’·‘나쁜 물맛’은 83.4%를 차지한다. ‘막연한 불안감’은 수돗물의 원수 중에 환경호르몬 등 미량유해물질이 포함되었거나 현재의 정수기술로는 처리하지 못한다 등의 정보를 언론 등 공공매체나 물전문가 등을 통해 접한 후 머릿속에 각인되면 생길 수 있다.

나쁜 냄새와 나쁜 물맛은 상수원수의 수질 문제와 정수처리 공정의 문제로 나눌 수 있다. 조류로 오염된 상수원수는 나쁜 냄새를 가지며, 마그네슘 등은 나쁜 물맛의 원인이 된다. 정수처리 과정에 사용한 응집제나 침전제, 염소 등 소독제에 의해 수돗물에서 나쁜 냄새와 나쁜 맛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나쁜 냄새·나쁜 물맛의 제거방법으로 고도정수처리기술을 개발하는 방법과 청정한 상수원수를 확보하는 방법 등이 있다.

고도정수처리기술은 일반정수처리기술에 오존이나 활성탄, 초미세여과막 등의 공정을 추가한 정수처리기술이다. 이러한 고도정수처리기술은 상수원수에 환경호르몬 등 미량유해물질의 포함 가능성이 있는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의 정수처리장에 집중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고도정수처리기술로 처리되지 않는 미량유해물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수도권의 상수원인 팔당댐의 물은 상류에서 유입되는 생활하수, 공장폐수, 농업폐수, 비점오염물질 등으로 인한 오염 가능성이 매우 높아 이에 대한 대책으로 수도권 상수원을 청정수역인 소양호와 충주호 등 상류로 이전하는 방안이 있다.

청정상수원수 확보, 근본적인 해결책

수돗물의 나쁜 냄새·나쁜 물맛을 없애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청정상수원수의 확보이다. 수도권의 상수원인 팔당댐의 물은 상류에서 유입되는 생활하수, 공장폐수, 농업폐수, 비점오염물질 등으로 인한 오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수도권 상수원을 청정수역인 소양호와 충주호 등 상류로 이전하는 방안이 있다.

청정상수원의 원수는 일반정수처리에 의해 음용수로 사용이 가능해 고도정수처리 과정에 투입된 염소 등 약품에 의한 나쁜 냄새·나쁜 물맛의 발생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고도정수처리에 의해 물맛을 좋게 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물맛을 좋게 하는 것은 물에 적정량의 칼슘과 칼륨, 규산 등이 포함되어 있을 때이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수돗물실명제 도입, 수돗물 수질기준 위반 공시제도 도입, 수돗물 급수계통별 수질검사결과 공개, 수돗물수질평가위원회 기능의 강화 등의 대책과 전문가를 활용한 대국민 수돗물 홍보, 범국민 캠페인 전개 등의 효과는 이미 지난 30년 간 경험한 것과 같다.

수돗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맑은 물이 넘실거리는 소양호와 충주호의 동영상을 아파트단지나 주택지대에 설치된 건물형의 우뚝 솟은 저수탑 시설과 운영 상황을 방영하면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수돗물에 대한 신뢰 문제는 상수원의 위치와 상수원수의 겉보기 수질 및 실질 수질의 구분으로 분석된다.
 

[『워터저널』 2015년 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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