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칼럼

심화되는 봄 가뭄에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 류 재 근 박사
·본지 회장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사)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UNEP 한국위원회 이사
·(전)한국물환경학회장(현 고문)
·(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전 세계는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재작년부터 시작된 심각한 가뭄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남해안 지역에 평년대비 많은 양의 비가 내려 잠시 가뭄이 해갈되는 듯 했으나 12월부터는 다시 비 소식이 뜸해지면서 가뭄이 장기화됨에 따라 올해 봄철 가뭄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4월까지 강우량 부족으로 유량 및 저수량이 감소하게 되면 봄철 가뭄이 이어지고 농업용수가 현저히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어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수도권 25억㎥의 식수원과 농업용수,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한강 상류 소양호의 저수량은 2014년 47.9%, 2015년 36.5%로 나타났고, 충주호의 저수량은 2014년 41.9%, 2015년 34.6%로 조사되어 봄철 한강유역 농업용수가 문제될 뿐만 아니라 유지용수도 부족한 상태라고 평가된다. 지난 2월 15일에 내린 비로 일단 모면은 했지만 해갈에는 역부족이므로 전문가로서 물부족 사태가 매우 염려된다.

그 중에서도 강원도 지역은 지형이 높아 비가 온 후 땅으로 스며드는 물의 양이 적어 가뭄에 더욱 취약한 데다 이번 겨울 기록적인 한파가 계속되어 산간지역의 식수원인 계곡물이 얼어붙으면서 간이상수도로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등 식수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강원도의 강수량은 영서지역이 평년대비 3%에 불과한 수준인 0.6㎜로 1973년 이래로 최저치를 기록했고, 영동지역은 평년의 32%인 17㎜를 기록했다. 강수일수 또한 영서지역은 1.8일, 영동지역은 2.5일로 평년보다 각각 5일과 3.3일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화천·양구·횡성의 강수량은 ‘0’㎜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비가 오지 않는 메마른 날이 이어졌다.

잦은 폭설이 내렸던 것 또한 옛날 말이 되었다. 올 겨울철 영서지역 적설량은 평균 4㎝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6㎝의 6분의 1에 불과했고, 영동지역에는 평균 6㎝의 눈이 내려 지난해 16.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을 기록했다.

강원도 소방본부는 지난 1월에만 강원도 18개 시·군에 361건에 걸쳐 1천401㎥의 급수를 지원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13건에 대해 873㎥의 급수를 지원한 것에 비하면 2배 가량 급증한 수치이다.

K-water 강원지역본부는 지난 2월 5일까지 춘천·화천·인제·홍천·태백·삼척·영월 등 7개 시·군에 주민들이 음용할 5만여 병의 생수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처럼 강원지역은 먹을물도 부족할 정도로 심각한 물부족에 고통받고 있으나 겨울 가뭄이 해갈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농업용수의 공급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전체 물소비량 중 약 48%가 농업용수로 사용되므로 가뭄이 장기화되면 당장에 논에 댈 물이 없어 농업 부문에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지난해에는 한국농어촌공사와 K-water의 협업으로 물부족에 대응해 농업 생산에서 큰 피해를 막았지만 올해에도 지난해 못지 않은 심각한 가뭄이 전망되므로 물부족에 급급한 단기적인 미봉책이 아닌 항구적이고 실효성 있는 가뭄 대책이 나와야 될 시점이다.

환경부는 상시가뭄 해결을 위해 도시로 스며드는 빗물을 저장해 생활용수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저류시설을 설치하는 ‘스마트 물그릇’의 활용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빗물재활용의 개념에서는 바람직하나 강수량이 현저하게 부족한 현 시점에서는 활용이 힘들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없다.

가뭄을 비롯한 기후변화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단기적 가뭄 대책과 중·장기적 가뭄 대책을 구분해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며, 보여주기식이 아닌 충분한 적응성 시험을 거친 실효성 있는 대비책을 제시해야 한다.

농업용수가 부족해 농민들이 농사를 망치게 되면 농업 생산량은 감소되고 시장 가격이 치솟아 결국 국가적 측면에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또 가뭄의 장기화로 수자원량이 10% 줄어들면 수 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유념하여 정부를 비롯한 물 관련 기관들은 보다 실효성 있는 가뭄 대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기 바란다. 

[『워터저널』 2016년 3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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