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수질환경기준체제 선진화 필요하다”


 BOD ‘Ⅰa 등급’, 어느 수역에서도 달성 불가능
효율적인 물관리 위해 시급히 추진되어야 할 과제


▲ 김 동 욱
•한국환경평가전략연구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우리나라 수질기준체제의 개혁

우리나라의 수질환경기준은 하천, 호소, 지하수, 해역 등 4개 종류의 수역에 대해 설정·운영되고 있다. 하천 및 호소에 대한 수질환경기준은 ‘사람의 건강보호기준’과 ‘생활환경기준’으로 구분하는데, 사람의 건강보호기준으로는 카드뮴 등 20개 항목과 생활환경기준으로는 pH(수소이온농도) 등 9∼10개 항목이 설정되어 있다([표1], [표2] 참조).

공허한 하천·호소 수질환경기준

사람의 건강보호기준 20개 항목에 대한 환경부의 지난 20년 간 하천 및 호소의 측정치는 전국 모든 하천과 호소의 측정지점에서 모두 ‘0’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행 하천 및 호소의 수질환경기준이 사람의 건강보호기준으로 설정하는 것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하천과 호소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미량유해물질은 현행 20개 항목 외에도 수백 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모두 사람의 건강보호기준에는 미달하기 때문에 수질환경기준 항목으로 설정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그 측정치가 모두 0으로 나타나는 20개 항목만 선택해 사람의 건강보호기준을 설정하고 매월 측정하는 것은 자원 낭비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하천 및 호소의 생활기준 항목 중 pH와 DO(용존산소량)에 대한 환경부의 지난 20년간 측정치는 전국 모든 하천과 호소의 모든 측정지점에 대해 모두 ‘Ⅰa 등급’으로 나타났다. 즉, 이 2개 항목 역시 수질환경기준 설정의 의미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수질환경기준 항목의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출원의 배출허용기준이나 총량기준 규제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배출원의 배출규제가 없어도 자연적으로 기준이 달성되는 물질을 수질환경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현행 사람의 건강보호기준 항목과 생활환경기준 항목 중 pH와 DO가 그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수질환경기준 감시항목’의 설정

현재는 하천이나 호소에 유입되는 양이 미미하지만 향후 유입량이 증가하여 사람의 건강이나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물질은 가칭 ‘수질환경기준 감시항목’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수질환경기준 감시항목은 분기별 또는 반기별로 측정을 시행하고 그 농도의 증가 추이를 감시하여 ‘수질환경기준 항목’으로의 설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행 생활환경기준 중 pH와 DO를 수질환경기준 감시항목으로 설정하는 것과 같다. 현행 하천과 호소의 사람의 건강보호기준 항목도 수질환경기준 감시항목으로 설정할 수 있다. 수질기준 감시항목의 설정·운영은 수질환경기준 항목에 비해 측정주기가 상대적으로 길고, 측정지점의 수도 축소할 수 있는 등 측정에 소요되는 재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 현행 하천과 호소에 대한 수질환경기준 항목 중 BOD, COD, TOC, DO 등은 모두 상관관계가 있는 지표들로 중복될 수 있기 때문에 선택과 사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수질환경기준체제의 선진화

현행 우리나라의 ‘사람의 건강보호기준’과 ‘생활환경기준’으로 구성된 수질환경기준체제는 수질관리 목표로서의 기능을 거의 하지 못 하고 있다. 하천 및 호소의 수질환경기준을 결정하는 사람의 건강보호기준 20개 항목과 생활환경기준 중 pH와 DO는 배출원의 규제가 전혀 없어도 자연적으로 수질환경기준이 달성되므로 구태여 수질기준항목으로 설정할 필요가 없다.

DO는 BOD과 상관관계가 크기 때문에 그 중 하나만을 수질환경기준 항목으로 설정할 수 있다. 다만, BOD의 경우 물의 심미적인 성질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수질환경기준 항목으로 DO와 별도 설정은 가능하나, 그 경우 수질환경기준 값은 현재보다 상당한 수준으로 완화될 수 있다.

수질환경기준체제의 선진화는 제일 먼저 물의 용도를 결정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물의 용도는 일반적으로 상수원수, 생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위락용수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사람의 건강보호기준 항목 20개와 생활기준 항목 9∼10개로는 상수원수 등 물의 용도별로 적합한 수질을 확보할 수 없다.

물의 용도가 결정되면 용도별로 수질환경기준 항목과 항목별 기준 값을 설정한다. 수질환경기준은 수질오염의 가능성이 있는 모든 물질에 대해 설정이 이루어진다. 그 중 현재 배출원의 규제 없이 수질환경기준값 이하인 물질은 가칭 ‘수질환경기준 감시항목’으로 설정하고, 수질환경기준 값을 초과하여 그 기준 달성을 위해 배출원의 규제가 필요한 물질은 가칭 ‘수질환경기준 관리항목’으로 설정한다. 수질환경기준 관리항목은 해당 항목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출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배출원에 대해 그 배출허용기준이나 총량기준을 반드시 설정해야 한다.

▲ 수질환경기준 항목의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출원의 배출허용기준이나 총량기준 규제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점진적인 수질환경기준체제 개혁

수질환경기준체제의 선진화 작업은 매우 어려운 과제로, 그 첫 단계는 수질환경기준체제의 결정이다. 현행 수질환경기준체제에서 새로운 수질환경기준체제로 옮겨가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현행 생활환경기준에서 BOD의 수질환경기준 중 ‘Ⅰ등급’을 ‘Ⅰa 등급’과 ‘Ⅰb 등급’으로 변경하는 데는 무려 30년이 소요되었다. 이는 국민과 환경단체, 언론기관, 일부 학자 등이 ‘정부의 물정책 포기’라는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곧 수질환경기준체제의 선진화는 우리나라의 효율적인 물관리를 위해 시급히 추진되어야 할 과제이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넘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점에서 수질환경기준체제의 선진화 작업은 관련된 사회구성원의 합의를 도출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이들로 구성된 가칭 ‘수질환경기준체제 선진화협의회’의 구성·운영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선진화 작업은 상당한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먼저 현행 수질환경기준체제의 실질적인 내용의 변경 없이 표시방법을 약간 고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행 ‘사람의 건강보호기준’을 ‘수질환경기준감시항목’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현행 20개 항목에 생활환경기준 중 pH와 DO 및 TOC(총유기탄소량)를 추가하며, 생활환경기준에서 위의 3개 항목을 삭제하는 방법이 있다. 혹은 ‘생활환경기준’을 ‘수질환경기준 관리항목’으로 명칭을 변경한다.

수질환경기준 감시항목은 하천과 호소에 대한 주기적인 측정결과를 기초로 추가 또는 삭제될 수 있다. 또 수질환경기준 관리항목에 대해서도 배출원의 규제 없이 자연적인 수질환경기준 달성이 가능하면 수질환경기준 감시항목으로 다시 설정할 수 있다.

수질환경기준체제 선진화의 최종단계는 물의 용도별로 수질환경기준을 설정하는 것과 적정한 수질환경기준 지표항목을 선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행 하천과 호소에 대한 수질환경기준 항목 중 BOD, COD(화학적산소요구량), TOC, DO 등은 모두 상관관계가 있는 지표들이다. 이들 지표들은 중복될 수  있기 때문에 선택과 사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수질환경기준은 수질관리의 최종 목표를 제시해 주는 것이다. 목표가 올바르지 못하면 수질관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재원과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BOD의 경우 우리나라 수역 어느 곳에서도 달성이 불가능한 수질환경기준인 ‘Ⅰa 등급’의 농도를 1㎎/L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처럼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까지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어 왔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수질환경기준체제의 선진화는 우리나라 물산업의 세계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워터저널』 2016년 4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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