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진 K-water연구원장

 특별기고


“하수찌꺼기 처리, 열가수분해 기술 도입 필요”

감량률·가용화율 우수하고 소규모 설계 가능…중·소형 하수처리시설에 적합
비용절감·환경적 건전성 높일 수 있는 ‘분산형 처리방식’ 전환도 검토해야

 

▲ 민 경 진 K-water연구원장
중·소규모 하수처리시설에 적합한 하수찌꺼기 처리기술

Ⅰ. 서 론

한국의 경제성장은 1953년 GDP 109위에서 2013년 13위에 오를 만큼 60년 동안 세계사에 기억될 고속성장을 이루었다. 이러한 고속성장은 비단 경제·사회 분야에만 그치지 않고 국가 인프라 전반에 걸친 고른 성장과 국민의식의 제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졌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이러한 발전의 영향은 상하수도 분야에서 인프라 확충과 관리수준의 성장에도 주목할 만한 양적·질적 변화를 가져왔다.

그 중에서도 하수도 분야는 1976년 청계천 하수종말처리장(현재의 중랑천 하수처리장)의 완공을 시작으로 불과 반세기도 안 되는 시간 내에 공공하수도 보급률 92.5%라는 놀라운 성장을 나타냈다.

선진 하수도 시스템의 기틀이 다져진 2000년대 이후의 하수도 사업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하수도에 대한 사회·경제적 가치의 관점에서 ‘수용자 중심’, ‘민간위탁 경영’ 등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이하며 양적 성장의 정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렇듯 고속성장을 이뤄온 하수도 분야의 발전은 2013년을 기준으로 현재, 500㎥/일 이상 규모의 하수처리시설 569개소가 건설·가동되는 결과로 이어졌다([표 1] 참조). 하수찌꺼기 발생량은 하수처리장의 증가와 함께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2015년 현재 전국 평균처리비용은 1㎥당 약 7만4천 원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비용의 차이는 지자체별 하수찌꺼기 처리를 위한 시설과 재정지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하수도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구축되어 있는 대도시 부근의 처리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대표적 처리시설인 혐기성 소화의 경우, 대부분이 대형 하수처리시설과 연계·운영되거나 인근에서 발생된 하수찌꺼기(슬러지)를 이송·수집하여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찌꺼기 처리계통은 전체 하수처리시설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1만㎥/일 미만의 중·소규모 하수처리시설에 서 이송·처리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우수한 효율과 경제성을 겸비한 중·소규모 하수처리시설에 적합한 소형 하수찌꺼기 처리시설에 대한 기술적 도입 가능성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Ⅱ. 본 론

하수찌꺼기 처리 필요성과 기존 기술

개별 하수처리장의 운영 관리비 중 하수 찌꺼기 처리비용은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인건비’와 함께 ‘전력비’가 전체 비중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자체 처리시설이나 인근에 찌꺼기 처리시설을 갖추지 못한 중·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은 운송비 증가로 인해 처리비용에서 상대적 증가분이 발생하게 되어 운영관리주체에 재정적 부담을 야기하게 되므로 이에 대한 해결방안 모색이 더욱 절실하다.

런던협약으로 인해 하수찌꺼기의 해양투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짐에 따라 세계 각국은 적절한 기술적 대안을 찾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이러한 국제적 환경변화는 다양한 하수찌꺼기 감량기술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하수찌꺼기에 대한 최종처리 및 처분은 [그림 3]과 같이 공정 변환을 통한 공정 내 저감기술과 후처리 기술로 구분된다.

 
 
공정 내 저감기술은 생물학적 처리공정과 연계한 찌꺼기 발생량 저감기술과 반송(폐기) 찌꺼기에 대한 물리·화학적 전처리 기술로 나뉜다. 후처리 공정은 발생된 찌꺼기에 대한 물리·화학적, 생물학적 공정을 연계하여 처리하는 공정으로, 각각의 공정은 연속성 없는 단위 공정형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하수찌꺼기 저감을 위한 다양한 물리·화학적 공법들이 제안되고 있으나, 다양성에 비해 경제성 문제와 공정의 안정성 문제 등으로 인해 성공적으로 보급·활용되고 있는 성공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에 도입된 하수찌꺼기의 처리기술은 크게 ‘감량화 기술’과 ‘자원 재이용’ 기술로 구분되며, 혐기성 소화나 지렁이 사육 등의 전통적인 기술군 외에도 고화, 부숙화, 탄화, 소각, 건조, 건조매립, 건조연료 등 별도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기술군이 있다. 혐기성 소화와 함께 건조기술은 많은 관심을 받은 대표적인 감량화·자원화 기술이다.

그 중에서도 건조기술은 혐기성 소화에 비해 비교적 처리시간이 짧고 감량효율이 높아 우수한 기술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차츰 악취발생 문제와 많은 에너지의 사용 등으로 인해 새로운 기술적 해결방안이 필요한 기술로 인식되었고, 또 다른 형태의 개선기법과 대안기술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러한 요구에 편승하여 최근 다양한 열가수분해 기술이 하수 찌꺼기의 감량과 재이용 기술로 제안되고 있으며, 이들 기술에 대한 관심과 기술적 완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수찌꺼기 처리 열가수분해 기술 

열가수분해 기술은 밀폐된 반응조에서 160∼200℃, 10∼20bar의 운전조건으로 하수찌꺼기의 탈수성을 개선하여 감량효율을 높이거나, 가용화율을 높여 혐기성 소화효율을 높이는 전처리 공정으로 평가되고 있다.
열가수분해 기술 역시 온도상승을 위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으나, [표 2]에서 확인되듯 건조에 비해 기화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아 건조기술 대비 약 3분의 1 수준의 에너지로도 동일한 감량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 이유는 열가수분해 기술이 밀폐된 반응조 내부에서 일어나면서 100℃ 전후에서 발생하는 증발잠열 없이도 온도와 압력상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열가수분해 기술은 반응기의 외형과 구조에 따라서도 구분이 가능한데, 크게 수직형과 수평형으로 구분된다. 최근에는 반응기의 기울기를 조절하여 열전달 효율을 높이고 교반효율을 극대화하여 단위 반응조 내에서 최적의 열가수분해 조건을 형성하는 등 다양한 공학적 개량 기술들도 개발되었다.

열가수분해 기술은 소요 에너지 절감을 위해 다양한 기술들이 접목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열교환 기술이다. 다양한 열에너지 주입방법과 열교환 기술이 열가수분해 기술과 결합되는 경우 실제 소요 에너지의 50% 이상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는데, 열가수분해 기술에 적용되는 열교환 기술은 대부분 기업별로 특화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열교환 기술은 크게 열전달 매체와 열전달 방식에 따라 구분되며, 플래시 스팀을 이용한 유입 찌꺼기와 반응기의 가온, 폐스팀을 이용한 유입 찌꺼기의 사전가온, 열가수분해를 거친 탈리액의 잠열을 활용한 다중 에너지 활용 등 다양한 기술들이 적용되고 있다. 열원의 사용은 전기식, 가스(LNG, LPG) 등과 같은 개별 에너지원을 사용할 수도 있고, 혐기성 소화가스를 이용한 에너지원의 연계활용도 가능하다.

▲ 런던협약으로 인해 하수찌꺼기의 해양투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짐에 따라 세계 각국은 적절한 기술적 대안을 찾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이러한 국제적 환경변화는 다양한 하수찌꺼기 감량기술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열가수분해 기술은 하수찌꺼기 감량화와 가용화로 구분되어 운영된다. 감량화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열가수분해는 통상 180∼200℃ 부근의 온도에서 1∼3시간의 반응시간을 통해 최종 하수찌꺼기의 함수율 35∼60% 수준의 케익을 생산함으로써 감량률 70∼90%의 성능을 보여주게 된다.

반대로 가용화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열가수분해는 통상 180℃ 이하의 온도에서 운영되며, 별도의 탈수과정 없이 혐기성 소화공정과 같은 후속 생물공정과 연계되어 가스 발생량을 30∼40% 수준으로 증가시키는 효과를 보인다.

열가수분해 기술은 기존 하수찌꺼기 공정과 연계하여 설계·운영이 용이하고, 성능대비 차지하는 부지면적이 작으며, 에너지 재이용 효율도 높아 통상 5만 원 초반대의 톤당 처리비용을 형성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 기울기 제어형 열가수분해 장치.

열가수분해 기술이 풀어야 할 기술적 문제점 

자체 하수처리시설에서 발생한 하수찌꺼기를 부지 내 혐기성 소화와 연계하여 바이오 가스를 생산하거나, 감량화가 가능한 중소형 하수처리시설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하수 찌꺼기를 자력으로 처리하여 찌꺼기 처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로서 열가수분해 기술은 매우 매력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고온·고압을 사용함에 따른 고압용기의 활용과 안전사고에 대한 운영자의 주의, 반응기 외부로 유출되는 악취 차단 및 처리의 어려움, 최종 발생된 고농도 탈리액 내 암모니아성 질소(NH4-N)로 인한 생물 반응조의 독성발현 방지를 위한 기술의 개발 등은 미래형 열가수분해 기술이 극복해야 할 기술적 과제들로 사료된다. 이 외에도 저에너지형 가열방식의 개발과 모듈의 다변화, 그리고 최종 생산된 부산물(찌꺼기 케익 및 고농도 탈리액)의 활용방안 마련에 대한 추가연구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Ⅲ. 결 론

하수찌꺼기에 대한 관심과 제도적 완성, 그리고 적정 처리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은 국내에 하수처리기술이 도입되고 현재의 하수도 시스템이 구축된 기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했다.

그 결과 국내·외적으로 급변하고 있는 하수찌꺼기 처리·처분의 새로운 요구와 마주하며 효과적인 찌꺼기 처리기술의 선정에 있어 많은 제한사항과 문제점들이 드러났고, 지역적 찌꺼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기술선정과 시스템 구성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하수찌꺼기 처리방식 전체에 대한 변화를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전체 하수처리시설의 95%를 차지하는 중소형 하수처리시설의 하수찌꺼기를 대형 처리시설로 이송·통합하여 처리하던 기존의 ‘집중형 처리방식’에서 개별 하수처리 시설을 통해 간략하게 처리해 비용절감과 환경적 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분산형 처리방식’으로 전환하는 사항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이미 수도시설의 경우 미래형 수도 시스템으로서의 분산형 시설에 대한 연구와 성과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하수처리시설의 경우도 건천화 방지를 위해 기존 집중형 시설에서 분산형 시설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대적 트렌드에 비추어 볼 때, 시설의 소규모 설계가 가능하고 투입비용(에너지) 대비 찌꺼기 처리능력(감량률, 가용화율)이 우수한 열가수분해 기술은 중소형 하수처리시설이 요구하는 하수찌꺼기의 자가처리, 분산형 처리방식의 핵심기술에 매우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하수도 보급률과 하수처리시설의 증가는 시장 창출의 관점에서 포화상태에 도달했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수처리시설의 증가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기존 시설들의 가동에 따른 하수찌꺼기의 발생량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 환경공학의 전문가들은 시장의 니즈(needs)와 창조경제에 부응하는 새로운 시장의 창출, 미래 환경보전을 위한 최적의 비전 제시와 대안 선정을 위한 고민을 해야만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하수 처리에서 하수찌꺼기 처리까지 이르는 명실상부한 선진 하수도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워터저널』 2016년 5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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