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교수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하천 특성 따라 총인(T-P) 허용 목표수질 설정해야”

                   
현행 총인 수질환경기준 너무 높아 부적합…수리·수문 특성별 적정수준 고려를
하수처리장 방류수질, 도시하천 총인 농도와 비례…개별하천 특성 분석 선행해야


▲ 김 동 욱
•한국환경평가전략연구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우리나라 도시하천의 총인관리대책

불투수면적률 증가로 도시하천 오염

도시하천의 일반적인 문제점으로는 △도시지역 내 불투수토지면적 증가 △강우유출수량 대폭 증가 △수로형태의 직선화 △하수처리시설의 방류수 및 합류식 하수관거의 월류수 발생 등에 의한 극심한 수질오염 △큰 폭의 유량 변화 △생물다양성의 감소 △오염물질 내성 생물종의 번창 등이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90% 이상은 도시지역에 살고 있으며 대부분의 도시는 도시하천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시지역에서 발생하는 수질오염물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도시지역 내 불투수토지면적의 증가로 인해 지하로 침투하는 빗물이 거의 없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하천생태계 파괴의 주범인 총인

도시하천의 수질을 결정하는 여러 가지 오염물질 중에서 가장 중요한 오염물질은 바로 총인(T-P)이다. 영양염류인 총인의 농도가 높아지면 조류가 번성하게 되고, 폭발적인 조류의 증식으로 인해 물 속의 용존산소(DO)가 고갈되면 산소호흡을 하는 어류 등 수중생물이 폐사에 이른다.

이러한 생물의 폐사체가 수중에서 부패하면 물 속의 용존산소를 더욱 고갈시켜 하천생태계는 완전히 파괴되며, 하천은 오염된 물에 살 수 있는 몇몇 생물종과 소수의 개체를 제외하고는 생물종이 멸종된 죽음의 물이 되어 악취를 풍기게 된다. 이러한 하천은 인간에게 심미적으로 혐오감을 줄뿐만 아니라 보건·위생적인 위해 등 도시민에게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하천 총인농도와 방류수는 비례관계

 
 
 
 

하수처리장 방류수는 도시하천으로 유입되는 총인의 주요 발생원 중 하나로, 도시하천의 총인농도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서울 중랑천 및 탄천의 경우에는 중랑하수처리장의 방류수 중 총인농도와 중랑천의 총인농도가 거의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다([그림 1], [그림 2] 참조). 또 경기 왕숙천 및 안양천의 경우에도 하수처리장의 방류수 중 총인농도와 하천의 총인농도가 거의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3], [그림 4] 참조).

 

한편, 2006∼2010년 기간의 서울 양재천을 보면 하수처리시설 방류수 총인농도가 하천의 총인농도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하천의 유량이 하수처리시설 방류수의 유량보다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2010년 이후의 하천 총인농도와 하수처리시설 방류수의 총인농도가 근접한 것은 하수처리시설 방류수 방류 이전의 하천의 총인농도와 방류수의 총인농도가 거의 같다는 것을 말한다([그림 5] 참조).

 
 

광주광역시 광주천 역시 양재천과 유사하다. 다만 2006∼2014년 기간의 광주천을 보면 하수처리시설 방류수 총인농도가 하천의 총인농도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그림 6] 참조). 대구광역시 금호강의 경우에도 하수처리시설 방류수의 총인농도와 하천의 총인농도가 비례관계를 보이나 하천의 유량이 하수처리시설의 방류수의 유량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중랑천, 탄천, 왕숙천(사진), 안양천 등의 경우에는 하수처리시설 방류수의 양이 하천의 유량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방류수의 수질이 곧 하천의 수질이 된다.

총인기준, 도시하천 특성에 부적합

현재 도시하천의 가장 심각한 수질오염문제 중 하나인 총인오염은 하수처리시설의 방류수, 합류식 하수관거의 월류수, 강우 시의 비점오염원 등 복합적인 오염원에 의해 발생한다. 비점오염원 및 합류식 하수관거 월류수는 초기 강우유출수를 집수해 처리하는 방법이 있으며 근본적으로는 합류식 하수관거를 분류식 하수관거로 교체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분류식 하수관거로의 교체는 공간적·기술적·경제적 문제 등 현실적으로 지장이 많아 해결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아예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지난 10년간 하천의 총인농도는 최대 1.4㎎/L에서 최소 0.1㎎/L까지 낮아졌다. 우리나라 현행 수질환경기준에 따르면 이러한 수치는 Ⅱ∼Ⅲ급수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총인의 수질환경기준은 유량이 적고 유속이 느린 도시하천을 고려할 때 너무 높아 현실적으로 적합하지 않다. 즉, 우리나라 도시하천에서의 총인농도는 지금보다 상당히 낮아져야 비로소 총인오염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도시하천의 총인농도를 낮추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하수처리시설 방류수의 총인농도를 기술적·경제적 한계 내에서 가능한 한 최대로 줄이는 것이다. 다만 도시하천의 유량이나 유속 등 수리수문의 특성에 따라 적정한 수준에서 총인의 목표농도를 설정해야 한다. 중랑천, 탄천, 왕숙천, 안양천 등의 경우에는 하수처리시설 방류수의 양이 하천의 유량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방류수의 수질이 곧 하천의 수질이 된다.
 

수리·수문 특성별 개별규제 필요

도시하천에서 총인 관리의 첫 번째 과제는 하천별 수리·수문 특성을 정확히 조사하여 그에 적합한 총인 수질환경기준을 설정한 다음 목표수질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는 것이다. 가장 효율적·효과적인 대책 중 하나는 하수처리시설의 방류수 중 총인농도를 낮추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모든 하천에 대해 동일한 총인의 수질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천의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수질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일률적인 규제는 행정적인 편의를 위한 것일 수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효과성과 효율성을 크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과소규제 또는 과잉규제가 되기 쉽다.

한편, 환경규제는 배출허용농도기준 규제와 같은 일률적인 규제에서부터 배출허용총량기준 규제와 같은 개별규제로 발전해 왔다. 환경정책발전의 초기단계에서는 일률적인 규제방식이 큰 부작용 없이 정책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었으나 도시하천과 같이 하천에 따라 수리·수문이 그 전과는 크게 달라진 지금의 경우에는 배출허용농도기준에 의한 수질개선 노력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특히 도시하천의 경우에는 개별 하천의 특성분석을 통해 총인의 허용 목표수질을 설정하고 그 목표수질을 달성하기 위해 주요 오염원, 그 중에서도 하수처리시설 방류수의 총인농도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도시하천은 생태하천이 아닌 ‘인공수로’이다. 하천의 고수부지는 포장되어 불투수토지로 변하고 사람과 차량이 통행하면서 비점오염원이 되고 있다. 즉, 인간과 차량이 도시하천 생태계의 구성원처럼 되어 있는 것이다.

인간은 도시하천 생태계의 이방인이 되어야 한다. 야생의 세계는 인간을 싫어한다. 만약 당신이 야생을 사랑한다면 가능한 야생에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 인간은 도시하천의 존재자체를 정신적으로 즐겨야 하며 물리적인 접촉의 욕망을 가능한 한 억제해야 한다. 도시민의 도시하천 사랑은 세속적이 아닌 정신적인 사랑인 ‘플라토닉 러브(Platonic Love)’가 되어야 한다. 세속적인 사랑은 도시하천에서 ‘괴물’을 탄생시킨다. 

[『워터저널』 2017년 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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