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류재근 박사 칼럼


포플러 정화식물 활용해 수질오염 개선하자


·(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우리 조상은 18세기부터 하천이나 저수지 주변에 포플러(poplar) 나무를 심어 여름철 홍수를 예방했다. 포플러 나무는 물속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로 선진국에서는 이를 수변림(水邊林)으로 심고 비점오염물질을 정화하는 목적으로 이용했다.

특히 제방 둑이나 저수지 입구에 포플러 나무를 심어 영양물질을 제거하고, 하천 제방 둑에 심어 까치나 참새의 생태 보금자리를 만드는 동시에 매미나 고추잠자리, 여름철 농부들에게 쉼터를 제공했다. 이 밖에도 포플러 나무는 나무젓가락, 성냥개비로 가공이 가능하며 잎은 한약재로 쓰이기도 했다.

이러한 활용가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포플러 나무를 보기 힘들다. 1960∼1970년대 무렵,  농지개량으로 도랑이나 하천 제방에 있는 30m 크기의 포플러 나무를 베어버렸으며, 흰불나방이나 송충이가 포플러 잎을 다 먹어 치우다보니 자연스레 사라지기도 했다.

그 결과 하천의 영양염류는 전국적으로 증가해 선진국보다도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선진국에서는 영양염류 물질이 댐이나 호소로 바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초나 미루나무, 수양버들을 거쳐 하천으로 들어가도록 하여 부영양화의 발생을 줄이고 있다.

미국 및 유럽의 경우 유역의 산과 밭, 수변지역의 초본과 목본을 거쳐 하천으로 비료나 농약성분을 내보내고 있다. 특히 수변지역의 줄, 애기부들, 꽃창포, 미나리 등은 영양염류를 제거하고 포플러 나무, 수양버들 등은 미량오염물질을 잘 정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유역은 산과 밭을 거쳐 논, 그 다음 바로 하천에 이르는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밭이나 논에 뿌린 비료나 농약 성분이 비가 오면 하천으로 모두 쓸려 들어가 하천이나 호수에 부영양화가 발생하기 매우 쉽다.

특히 여름철에는 비가 오기 전에 농약이나 비료를 살포하기 때문에 비가 온 뒤에는 농약과 비료 성분들이 모두 하천이나 호수로 들어가 조류를 대량으로 발생시키게 된다. 게다가 하수처리장은 댐이나 하천 바로 옆에 설치되어 있어 고도처리된 방류수라도 하천에 유입되면 쉽게 조류를 발생시킨다. 이에 우리나라도 선진국 사례를 참고하여 전국적으로 정화식물을 하루빨리 보급해 수변지역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구제역,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인한 6천 군데의 매몰지 주변 도랑에도 수초 및 포플러 나무, 미루나무, 수양버들이 자라게 하여 영양물질이나 중금속 유입을 막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아울러 포플러 나무는 대개 30∼40m씩 자라므로 전국적으로 댐 상류 유입지역에 포플러를 심으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인 탄소를 줄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 늦기 전에 담당 정책부서는 이를 빨리 현실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워터저널』 2017년 4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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