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류재근 박사 칼럼
 

올해 가뭄·한발(旱魃)은 왜 일어나는가

 

▲  류 재 근 박사·본지 회장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사)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UNEP 한국위원회 이사
·(전)한국물환경학회장(현 고문)
·(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올 농사는 흉년(凶年)이라는 말을 종종 듣고 있다. 1차 변화의 물결인 농업시대에는 농작물 재배를 위하여 절대적으로 물이 필요했다. 물이 부족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었기 때문에 가뭄이 든다는 것은 곧 재앙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에 물이 부족할 경우 우리들은 흉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이다.

가뭄은 지역적 처리로 발생할 수도 있으나 크게는 기후·기상적 현상에서 기인한다. 가뭄은 비가 오는 양보다 증발량이 더 많은 현상, 즉 비가 오지 않는 일수가 계속되어 농작물이 시들어 소생할 수 없는 생태가 됨을 말한다. 이는 농작물을 주식으로 하는 모든 인간과 동물들이 연쇄적으로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과거에도 가뭄이 주기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을 여러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제3 혹은 제4의 물결시대는 아마도 가뭄이라는 단어가 없는 시대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가뭄은 지구온난화가 일으킨 변화 중에서도 가장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생명을 가진 모든 생물체가 가뭄에는 속수무책으로 쓰러진다는 사실을 지난 지구 역사를 통해 체감해 왔다.

지구 표면에는 불공정한 부분이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으나, 그 중에서 ‘물’만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지구 전 지역에서 미미한 강수량으로 사막화가 된 북미, 아프리카, 중동, 중국, 몽골 등 도처에 사막이 존재하는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사막은 한발(旱魃)지역으로 가물어 메마른 상태가 적어도 수백 년, 아니 수천 년간 계속되어 왔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단발적인 역사적 가뭄은 지구 표면 어느 곳에서나 발생한다. 물론 이것 역시도 자연적인 현상이다. 먼 과거, 비가 오지 않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백성이나 임금님 할 것 없이 하느님께 기도를 하며 비가 내리길 기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심한 가뭄이 들면 왕이 기우제를 지내고 농민들은 부역을 하여 밭이나 논에 물을 대주기도 했다. 1960∼70년대에는 중·고등학생, 대학생, 군인, 공무원 등이 가뭄지역에 물을 퍼 올려주기도 하고, 모든 국민이 물절약 운동에 동참했다.

하지만 수자원 개발로 댐, 보, 저수지 등 덕분에 수도꼭지만 틀면 수돗물이 나와 비가 내리지 않아도 쉽게 물을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어느 순간 이러한 구호 활동은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가뭄을 체감할 수 없게 되었고,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설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농촌에서는 가뭄에 땅이 갈라지고 타들어 가고 있다. 밭과 논에 심어진 고추, 토마토, 가지, 감자, 오이와 같은 농작물은 물이 없어 말라 시들어가고 있다. 그저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충남, 호남 지역을 보면서 수자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피부로 느끼는 계절이다. 온도는 매일 상승하며 28℃ 이상으로, 논밭은 점점 가물어가고 있다. 이에 정치인들은 농촌지역 내 먹거리 창출, 농촌지역 가뭄 극복에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강우량은 과거보다 더 증가했지만, 일정기간 집중적으로 내리는 폭우 탓에 물난리가 나고 도시는 주기적으로 침수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후변화에 의한 온도 상승효과가 아닌지 의심된다. 현재 지구 온도는 0.94℃ 증가했다. 이는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 증가에 따른 결과다. 화석연료 과소비를 줄이고 물절약 운동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한다면, 가속화되는 기후변화를 늦추고 물부족 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워터저널』 2017년 6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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